공동정부 출범하기전 이탈-연락두절… 정치권 “尹당선인에 대한 항의” 해석
국민의당 “安도 문제의식 느껴”… 장제원 “安과 자주 만나 소통” 강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인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사진)이 11일 인수위원직을 돌연 사퇴했다. 새 정부 첫 내각에도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과 함께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 간 단일화를 이끌어낸 주역이다. 이러한 이 의원의 갑작스러운 사퇴 선언으로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이 약속했던 ‘공동정부’ 구상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李 “입각 의사 전혀 없다” 인수위직 사퇴
이 의원은 이날 오후 문자메시지 공지를 통해 “오늘부로 인수위원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아울러 저에 대해 여러 부처 입각 하마평이 있는데 저는 입각 의사가 전혀 없음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인수위에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안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인수위 핵심 분과인 기획조정분과에서 국정과제 선정 작업을 주도해 왔다. 행정안전부 등 여러 부처의 장관 후보자로 꾸준히 거론되며 새 정부 1기 내각 입각도 유력시돼 왔다. 하지만 이 의원이 ‘공동정부’ 출범도 하기 전에 이를 이탈한 것이다. 그는 이날 주변 사람들과도 연락을 두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의 행동을 놓고 윤 당선인에 대한 항의 표시라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전날 발표한 1차 인선에서 안 위원장의 측근이나 추천 인사가 한 명도 반영이 안 됐다”며 “안 위원장 의중이 실려 있는 사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이른바 ‘안배’(안철수 배려)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이 초대 행안부 장관에 비정치인을 지명하기로 한 결정이 이 의원의 결단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다. 윤 당선인 측은 이 의원에게 희망하는 행안부 대신 통일부나 해양수산부 장관을 제안했지만 이 의원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이 의원 본인은 장관직을 윤 당선인 측에 요구한 적이 없다. 입각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웠던 상황”이라며 “윤 당선인이 공동정부 정신에 입각해 좀 배려를 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했다.
○ ‘공동정부’ 파열음에 尹 측 술렁
안 위원장은 앞서 1차 인선안을 발표한 10일 ‘인선을 사전에 조율한 부분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는 추천을 해드리고 인사에 대한 결정은 인사권자가 하는 것”이라며 “그 책임도 사실 인사권자가 지게 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 위원장도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다”면서도 “지금 윤 당선인이 취임식도 안 한 상태라 미비한 부분을 좀 신경 써 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사태 파악에 나섰다. 인수위 내부에는 이 의원의 사퇴가 자칫 단일화 당시 국민 앞에 약속한 ‘공동정부’ 약속에 대한 균열처럼 비치는 것에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있다. 장 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 의원에 대해 “우리 두 사람은 이 정권에 대한 무한책임을 갖고 있고, 두 사람 간의 신뢰는 변함없다”며 수습에 나섰다.
장 실장은 ‘1차 입각 명단에 안철수계가 없다’는 질문에는 “우리 ‘윤석열계’는 있나. ‘계’로 얘기하는 건 그렇다”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안 위원장과 제가 자주 만나서 소통하고 있다”면서 “오늘 오전에도 한 시간 정도 이런저런 현안 말씀을 나눴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 측은 13일 2차 내각 인선을 발표할 예정이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검증 결과 때문에 나머지 10개 부처 장관 후보자 모두를 발표하기는 힘들다”며 “1차 인선 규모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인선 작업도 함께 진행 중이다. 대통령비서실장에는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한길 인수위 국민통합위원장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