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이재명 성남시장의 시민배당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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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난해 2월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 상대원재래시장을 방문해 성남시에 거주하는 청년들과 함께 청년배당(기본소득) 체험행사를 하고 상인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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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성남시장이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개발로 생긴 불로소득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런데 방식이 낯설다. 성남 시민이라면 누구든 시민배당 형식으로 1인당 18만 원 가량의 지역상품권을 받게 된다. 지역상품권은 성남시에서 현금과 똑같이 사용할 수 있으니 현금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18만 원의 출처는 분당구 대장동 택지 공영개발의 이익환수금이다. 개발허가로 생긴 불로소득 5503억 원 중 도로와 터널 개설 비용, 공원조성 사업비를 제외하고 남은 1822억 원을 성남시 인구수(97만3000여 명)로 나누면 1인당 18만 원 가량 돌아간다.

성남시의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포퓰리즘이라며 반발하고 나섰고, 시민단체도 공원녹지를 매입하는 것이 더 급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한편으론 일회성으로 끝나는 배당보다는 임대아파트를 지어 장기적으로 더 많은 시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방식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포퓰리즘 운운하는 데에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다른 의견들도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 시장의 시민배당은 기본소득에 가장 가까운 정책을 최초로 시도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기본소득은 기존의 복지정책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복지혜택이 특정 조건에 해당하는 이들에게 선별적으로 주어지는 반면 기본소득의 조건은 단 하나, 수감자를 제외한 ‘모든 국민’이 지급 대상이다.

기본소득은 모든 이에게 주어진다. 초등학생도, 갓난아기도 당당한 시민의 일원으로 존중받는다. 기본소득은 가구 단위로 가장에게 지급되는 방식이 아닌, 각 개별 구성원에게 지급된다. 소득과도 무관하다. 부자든 빈자든 모든 이들이 똑같은 금액을 지급받는다. 유급노동에 종사하든 아니든 상관없고, 근로 의지와도 무관하다. 음식과 같은 현물이 아닌 현금으로 지급하며 일시금보다는 정기적으로 지급한다.  (<분배의 재구성>(브루스 액커만 외 지음) 참고)

이 기준에 견주면 성남시가 이미 시행하고 있는 청년배당은 ‘모든 시민’이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않고, 이번에 새롭게 시도하려는 시민배당은 일시적이라는 면에서 미흡하다. 금액도 기본소득의 의미를 살리기엔 턱없이 적다.

그렇다고 의미까지 가벼운 건 아니다. 기본소득은 완전고용에서 갈수록 멀어져가는 현 자본주의 체제에서 실업과 빈곤 등 여러 사회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오래 전부터 지목되어왔다. 아무리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한다 한들, 인간을 대체하는 기계의 속도를 결코 따라잡지 못한다. 기계는 밥 먹을 시간이나 잠 잘 시간, 잠깐의 휴식도 필요치 않다. 이에 비하면 인간의 생산성은 보잘 것이 없다.

기본소득은 좌파 정치인이나 지식인의 허황된 외침이 아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 스티글러와 제임스 토빈, 밀튼 프리드먼은 1960년대부터 기본소득이나 이와 유사한 최소보장소득, 마이너스 소득세를 제안해왔다. 잘 알려진 대로, 미국 알래스카주에선 이미 해마다 1천~2천 달러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고 독일, 스웨덴, 핀란드, 아일랜드 등 많은 국가에서 실행 가능한 기본소득의 모델을 갖춰나가는 중이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기본소득에 대한 이해와 지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시민배당은 기본소득을 알리고 실행하는 첫 걸음이란 점에서, 성남시민이 아닌 이들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기본소득 개념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 흔히 하는 질문은 ‘일하지 않는 자에게 돈을 주면 다 놀고먹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들은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놀고 있는’ 이들에게만 기본소득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는’ 바로 당신도 그 혜택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현재 복지정책은 소득이 생기면 혜택을 줄이기 때문에 오히려 노동을 하지 않게 하는 역효과를 낳는 반면, 기본소득은 노동한 만큼 소득이 늘어나므로 하던 일을 그만 둘 이유가 없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들은 기본소득이 가져올 사회 변화에 주목한다. 최소한의 생계가 보장될 정도의 기본소득이 주어진다면, 노동자는 주어진 노동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노동을 좀 더 짧은 시간 동안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업은 줄어들 테고, 밥줄에 연연하지 않게 된 노동자는 사측에 더 나은 근무조건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다. 예술가들은 가난할지언정 밥걱정만큼은 하지 않고 창작 활동을 해나갈 수 있다. 여가 시간이 늘어나 다양한 활동을 원하는 시민이 많아지고 특히 시민단체 등 사회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활동이 더 활발해질 것이다. 학생들은 먹고살기 위한 공부 대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실행 가능성이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것이다. 해답은 역시, 세금이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조세부담률(국민총소득에 대한 조세 총액의 비율)이 최하위 수준이다. 조세부담률에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부담률을 합한 국민부담률도 마찬가지다. 국민부담률의 경우 덴마크와 프랑스, 벨기에 등은 45~46%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25%(2015년 기준) 밖에 되지 않는다. OECD 평균인 34.3%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올해 국민부담률이 처음 27.0%로 올라가면서, 보수매체에선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지적한다. 이 역시 모르는 소리다. 국민부담률은 2007년 24%대에 도달한 이후 2014년까지 소수점 단위로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2015년에야 겨우 25%대에 진입했다. 복지비 지출은 늘어나는데 거둬들이는 세금은 오랫동안 오르지 않았으니 오히려 이를 문제 삼는 것이 제대로 된 언론의 역할 아닐까.

세금이 오르면 일부 최상위층의 총 소득은 줄어들겠지만 대다수의 국민은 혜택을 본다. 기본소득은 소득재분배의 일등 공신이 될 것이다.

단지 시민(국민)이라는 이유로 아무 조건도, 차등도 없이 일정 금액을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받는 상상을 해본다. 길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이 함께 그 혜택을 누리는 상상 말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그 상상의 세계를 현실로 만들어 갈 첫 번째 발판을 마련하려 애쓰는 중이다. 그런 시장을 가진 성남 시민들이 진심으로 부럽다. 이번 6월 지방선거에서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가 있다면, 무조건 지지할 생각이다. ‘기본소득 대세론’이 전국을 휩쓰는 날이 언젠간, 아니 조만간 올 수밖에 없음을 굳게 믿는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딱 그만큼, 그 날은 빨리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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