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美 언론 “북한이 평창 올림픽을 공중 납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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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제기되고 있는 ‘평창 올림픽’이 ‘평양 올림픽’으로 변질하고 있다는 논란이 미국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미국의 언론은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결정을 계기로 한국에서 ‘남·남 갈등’이 재연되고 있는 현장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보수 성향 언론 매체인 ‘위클리 스탠더드’는 22일(현지시간) “북한이 올림픽을 공중 납치했다”는 제목으로 현재 전개되고 있는 상황을 전했다.

미국인 등 외국인들은 한국말 발음이 익숙하지 않아 ‘평창’과 ‘평양’이 헷갈린다는 말을 해왔다. 일부 미국인들은 이번 올림픽이 북한의 수도인 평양에서 열리는 줄 알고, 항공기를 타고 북한에 잘못 들어갔다가 엄청나게 실망할지 모른다는 농담이 퍼졌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위클리 스탠더드는 “평창과 평양의 발음으로 인해 생긴 이런 말이 처음에는 농담이었으나 이번 올림픽이 어디에서 열리든 관계없이 조금씩, 조금씩 북한의 쇼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선전’ 쿠데타

남·북한이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에 단일팀으로 출전하는 것은 어느 의미에서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위클리 스탠더드가 지적했다. 남·북한 주민은 지난 수천 년 동안 같은 민족으로 동일한 역사를 공유해왔기 때문이다. 이 매체는 그러나 “북한이 인권을 유린하고, 핵무기 확산에 나서는 정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남·북 단일팀은 북한의 선전 쿠데타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남·북 단일팀 결성으로 북한이 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이 매체가 강조했다. 평창 올림픽 주관 중계 방송사인 미국의 NBC 방송은 메인 뉴스 앵커인 레스터 홀트를 북한에 보내 북한의 올림픽 준비 상황을 현장에서 보도하고 있다. 홀트 앵커는 남·북한의 스키 선수가 공동으로 훈련할 예정인 북한의 마식령 스키장을 취재했다. 위클리 스탠더드는 “홀트 앵커의 마식령 스키장 취재는 마치 1944년에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찾아간 뒤에 그 수용소 책임자였던 루돌프 회스의 자택만 취재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홀트 앵커는 자신의 취재팀을 초청한 북한의 외무성이 일정과 방문지를 결정했고, 어디를 취재할지도 북한 당국이 결정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북한은 현재 자국에 가장 유리하게 일을 처리하고 있고, 나머지 국가들은 북한의 움직임을 끝없이 추측만 하고 있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이 과정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이 매체가 주장했다.

◆평창 올림픽 승자는 북한

위클리 스탠더드는 북한 예술계의 실세로 통하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의 한국 공연장 시찰과 동계 올림픽 기간에 이뤄질 북한 예술단의 공연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 매체는 “북한의 예술단은 선전용 악단으로 소름 끼치는 독재를 찬양하는 공연을 북한에서 해왔다”면서 “(한국이) 이런 악단에 올림픽 공연 기회를 주었다”고 개탄했다. 이 매체는 “이 여성 밴드의 대표 가수(현송월)는 김정은이 직접 고른 인물이고, 이는 곧 단원들이 모두 그의 노예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장충체육관에 도착한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쏟아지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가볍게 손을 들어 환영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평창 올림픽은 폐허와 빈곤에서 일어나 세계 경제의 견인차로 성장하고, 강력한 민주주의를 이룩한 한국의 거대한 업적을 기념하는 행사가 돼야 함에도 실제로는 그런 한국을 파괴하려는 정권의 나팔수들에게 잔치를 베풀어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이 매체가 주장했다. 위클리 스탠더드는 “북한 선수들이 이번 올림픽에서 어떤 성적을 내든 관계없이 북한은 이미 승리의 메달을 한두 개 거머쥐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불만

청와대는 23일 야권을 비롯한 보수층 일각에서 평창 올림픽을 평양 올림픽’이라며 비난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평양 올림픽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북한 선수단이 참가했고 북한 응원단이 왔으며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경기를 참관했지만, 누구도 ‘평양 아시안게임’이라고 부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평창 올림픽은 ‘평화 올림픽’이라고 반박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23일 오전 춘추관에서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편, 국내 일부 보수단체가 현송월 일행의 서울 방문 당시에 인공기 및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진을 불태운 일이 발생하자 북한이 강력히 반발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이날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은 이번 정치적 도발에 대해 온 민족 앞에 사죄하여야 하며 범죄에 가담한 자들을 엄벌에 처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철저히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담화는 “우리는 우리의 신성한 존엄과 상징을 모독한 보수 악당들의 극악무도한 망동과 이를 묵인한 남조선 당국의 그릇된 처사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겨울철 올림픽 경기대회와 관련한 차후 행동 조치도 심중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협박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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