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 사장 끌어들여 문재인 정부 흠집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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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가 나빠야 야당이 잘 된다 주장을 펼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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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면 일자리 대란이 일어나고, 경제대란이 일어나고, 안보대란이 나면, 지방선거까지 이 정부는 아마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연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한 언론사와 인터뷰한 내용 일부다. 새해 들면 일자리, 경제, 안보 대란이 겹쳐 문재인 정부가 위기에 처할 것이므로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에 유리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인데, 마치 대란을 바란다는 듯한 어감이 영 불편하다. “야당은 경제를 잘되게 하는데 신경 쓸 필요 없다. 경제가 나빠야 여당 표가 떨어지고 야당이 잘된다”고 노무현 정부 당시 그가 했던 막말의 새로운 버전을 보는 것 같다.

아직까지 홍준표 대표 예언을 뒷받침할 징조는 없다. 삼성을 위시한 기업들이 사상최대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호들갑떨던 것이 지난 연말이었다.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대란의 위기가 도래한다? 설득력 없는 주장이다. 안보 문제만 해도 그렇다. 파국으로 치닫던 북핵문제가 유화국면이다. 남북한이 8년 만에 대화재개로 돌아서고 평창 동계올림픽에 응원단 등 참가를 결정한 이때, 안보대란 주장은 정부의 평화 정책 노력에 재 뿌린다는 오해를 받기에 딱 맞다.

남은 건 일자리 문제다. 대란 수준의 실업 문제는 하루 이틀 된 이야기가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게 홍 대표의 예측이지만, 이는 논점 일탈 오류다. 지난 정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일이라며 저임금과 손쉬운 해고를 강요했지만 나아진 건 아무 것도 없다. 올바른 진단도 없이 최저임금 인상을 일자리 대란으로 연결 짓는 건, 무책임하고 나쁜 주장이다. 능력 없는 돌팔이 의사의 진단이거나, 문재인 정권을 향한 저주 정도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신년부터 넘쳐나는 경제위기론

신년벽두부터 경제위기론이 도를 넘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물론 국민의당조차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감소와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비판에 날을 세우고 있다. 보수 언론과 경제지들은 여기에 한술 더 뜬다. 연일 ‘최저임금 역풍’을 대서특필하며 자영업자 줄도산, 일자리 감소, 물가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야당의 주장과 보수언론, 경제지만 보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IMF 경제위기가 재현될 것만 같고 나라가 거덜 날 것처럼 느껴진다.

‘자고나면 폐업, 자영업자는 오늘도…’, ‘창업 → 빚 → 폐업 → 빚 → 창업 악순환’, ‘근로자들마저… 최저임금 인상 재고해주세요’, ‘최저임금 인상에 가정도 멍든다’, ‘가격 인상에 배달료 신설… 소비자만 허리 휜다’ 포털에서 ‘최저임금’만 검색해도 쏟아져 나오는 뉴스들은 자극적이고 부정적이다. 내용 대부분이 출처도 알 수 없는 ‘자영업자 A씨’ ‘점주 B씨’ ‘직장인 모씨’ 등 발언 내용은 대부분이 최저임금 인상에 부정적이고 정권에 대한 적개심마저 느껴진다.

이쯤 되고 보면 진짜 위기인지, 조장된 위기인지 헷갈린다.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사상 최대의 매출을 달성하고 과열을 우려할 만치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주식시장이었다. 최저임금인상이 경제위기를 불러온다는 기사로 도배되다시피 한 9일만 해도 삼성전자의 작년 영업이익이 53조 6천억원으로 최대를 달성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매일 1468억원씩을 벌었다는 삼성전자. 시간당 1060원 오른 최저임금이 경제 위기가 불러오고 있다는 언론들. 한 지면에서 이런 부조화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지난 1일 경남 산청 골프장 간이창고에서 서른넷, 서른둘, 스물일곱 살 청년이 동반 자살했다. 경찰은 유가족들을 통해서 이들이 빚과 구직난에 힘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튿날은 서울에서 한무리 사람들이 연탄불을 피워 동반자살을 기도하다 가까스로 구조됐다.

위기는 이런 것이다. 일자리를 못 구해서, 일을 해도 빚더미에서 헤어나질 못해서 죽어나가는 사람들. 이런 사회를 방치한다는 것이 위기인 것이다. 최저생활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저임금에 노동을 가두는 사회가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일부의 일탈이라고? 과민반응이고 선동이라고? 웃기는 이야기다. 지난해 가계부채가 한 가구당 7천만원을 넘어섰다. 국민들의 주머니를 채우지 않고서 이 빚을 어떻게 청산할 건가? 최저임금을 올리지 않고 경제 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대안, 야당과 보수 언론들은 알고 있으면 펼쳐보았으면 한다. 임금인상이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하는 언론사 기자들, 경영이 어렵다는 언론사의 기사회생을 위해 2017년 최저임금 6470원을 받고 노동을 제공해볼 생각은 없는지 묻고 싶다.

아직 최저임금 인상이 열흘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한 달 결산도 끝나지 않는 자영업자와 편의점 주인들을 앞세워 알바생과 생존 게임으로 몰아넣은 야당과 보수언론들. 위기 진단이라고 하지만, 위기를 조장해 제 살길을 찾아보려는 얄팍한 저의가 감춰져 있다는 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자영업자, 치킨집 사장, 구직자와 소비자인 모든 국민들을 끌어들여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에 파열구를 내 야당의 존재감을 높이려는 의도 또한 모르지 않는다.

그렇지만 소득주도 성장론은 촛불의 염원이 담긴 성장 담론이다. 수출을 위해 고환율로 물가고를 서민들에게 전가시키고, 부동산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빚내서 집을 사야하는 수출주도 성장론과 부채주도 성장론은 더이상 국가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없다.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 성장론의 첫걸음이다. 첫걸음을 시작하는 경제정책을 온몸으로 막아서는 야당과 보수 언론들, MB노믹스 강만수 사단이나 초이노믹스를 주창했던 최경환의 귀환을 바라지 않는다면 이래서는 안된다.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 성장론의 첫걸음

 보수언론과 야당은 최저임금 인상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사진은 한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 모습
 보수언론과 야당은 최저임금 인상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사진은 한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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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이 당장 모두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것은 아니다. 영세 자영업자나 중소업체에는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래서 2018년 최저임금이 정해지자 정부는 중소·영세업체 사업주를 보호하기 위해 2조9700억원에 이르는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예산을 편성했다. 이때 당론까지 거론하며 지원예산 전액 삭감이나 부분 삭감을 주장했던 것이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었다. 이제와서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어려워진다는 강변, 악어의 눈물일 따름이다.

자영업자가 살려면 프랜차이즈 횡포와 높은 임대료를 손봐야 한다. 중소기업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최저임금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노예처럼 얽힌 갑을 관계 청산이다. 이게 정치가 할 일이고, 정당의 존재이유다. 자영업자,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최저임금을 유지해 번영을 꿈꾸지는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을 경제위기로 몰아가는 자유한국당과 국민의 당, 그리고 보수언론들, 국민들 노동이 얼마의 가치로 유지되는 국가를 원하는가? 그 대답 꼭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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