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하나님·인간·자연 향한 사랑 있어야 솟아나” : 문화 : 종교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소강석 목사, ‘황순원 문학교실’ 강의 나서

시적 본성 갖고 태어난 듯해
신적 소명 용광로 들어갈수록
문학 멀어져… 처절했던 시절
푸른 청춘 자체, 시이자 문학
시란, 에덴동산에 대한 향수
순수한 마음 있어야 쓰게 돼


▲소강석 목사가 강연하고 있다.

▲소강석 목사가 강연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시를 쓰건 안 쓰건, 본성적으로 시적 감성을 갖고 있습니다. 인생은 누구나 한 폭의 시, 아니 명시(名時)입니다. 얼마나 많이 쓰느냐 적게 쓰느냐의 차이일 뿐이죠.”

매주 목요일 경기 양평 황순원문학관 작은도서관에서 열리는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문학교실. 2025년 하반기 첫 모임인 7월 3일 오후에는 이례적으로 작은도서관이 보조의자까지 청중으로 가득 찼다. 지난해 제13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자인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한국교회총연합 전 대표회장)의 강의를 듣기 위해서다. 총 13권의 시집을 펴낸 소 목사는 앞서 ‘어느 모자의 초상’으로 천상병문학대상, ‘다시, 별 헤는 밤’으로 윤동주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간 소나기마을 문학교실에는 황선미 동화작가, 이승우·김홍신 소설가, 신달자 수필가, 김경식 시인(국제펜한국본부 사무총장), 배우 겸 작가 차인표 등이 거쳐갔고, 7월에는 정호승 시인과 이순원 소설가, 그리고 배종옥 배우의 강연이 예정돼 있다.

매주 목요일 서울에서 양평까지 오가며 강의를 듣는다는 한 시인도 “목사님이 시 강의를 해주신다니 기대가 된다”고 전했다. 비기독교인들도 함께한 이 자리에서 소강석 목사는 인문학과 성경을 넘나들며 ‘영혼을 담은 시 쓰기’의 이론과 실제를 100여 분간 열정적으로 들려줬다.

양종렬·이영실 시인이 소강석 목사의 시 ‘풍경’과 ‘윤동주 무덤 앞에서’를 낭독한 후 강단에 선 소강석 목사는 직접 종을 치며 어린 시절 상여가 나갈 때 들었던 장례식 만가(輓歌)를 들려주기도 하고, 하모니카로 ‘나의 살던 고향은’을 연주하는 등 다양한 시도로 청중들을 사로잡았다.


▲소강석 목사가 강연하고 있다.

▲소강석 목사가 강연하고 있다.


“저는 목회자이고 시인입니다. 저는 사실 국문과 졸업생도 아니고 시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도 없지만, 태어날 때부터 시적인 본성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 같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백일장에서 장원을 수상했던 일부터 고교 시절 처음 교회에 나가고 신학을 결심하면서 집에서 쫓겨나던 일, 시골 벽촌에서 교회를 개척한 일 등을 언급하며 “신적 소명의 용광로 속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저는 오히려 문학과 멀어졌다. 그때는 너무 삶이 처절해 ‘오직 기도, 오직 전도’밖에 몰랐다”고 회고했다.

소강석 목사는 “내 가슴에 빛나던 시의 별빛은 흐릿해져갔다. 그러나 시로 꽃피지 못했어도, 푸른 청춘의 나날 자체가 시고 문학이었다”며 “신도시로 오면서 마음도 언어도 세련돼 가면서 모르는 사이에 필력이 빛나고, 이따금씩 쓰는 시도 영글어갔다. 그때쯤 등단을 권면받고, 잠들었던 문학성을 깨워 다시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소 목사는 “시란, 언어(言語)의 말(語)에서 내(吾)가 죽고, 그 자리에 절대적 공간(寺)인 신전을 세워 에덴으로 돌아가려는 마음이다. 에덴에 대한 향수가 곧 시”라며 “인간의 영혼은 식물성이라 생명의 꽃을 피우고, 그 결실인 예술작품이란 열매를 맺는다. 식물성인 영혼은 동물성인 육신처럼 죽어 없어지지 않는다. 육신은 죽으면 움직이지 않고, 영혼은 잠들면 활동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시의 진짜 의미와 기원은 성경에 있다. ‘우리는 그가 만드신 바라(에베소서 2장 10절)’고 했다. 원어로 ‘포이에마(ποίημα)’인데, 여기서 ‘포엠(poem·시)’이라는 말이 나왔다. 하나님께서 나를 나만의 위대한 명시, 즉 나만의 걸작품(masterpiece)으로 만드셨다는 것”이라며 “산상수훈에서 ‘마음이 청결한 자가 하나님을 볼 것(마태복음 5:8)’이라고 했는데, 교부 닛사의 그레고리는 이 청결한 마음이란 에덴동산에서 창조됐던 본래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시는 순수한 마음이 있을 때 쓸 수 있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소강석 목사가 강연하고 있다.

▲소강석 목사가 강연하고 있다.


상상력, 하나님 형상 그릴 힘
목회자들 시, 상투성 주의를
자연과 인간, 신에 대한 사랑
시, 말씀으로 짓는 언어예술
시대 어둠 깨우는 예언자로
많은 고뇌·습작 거쳐야 조언

소강석 목사는 “하나님을 떠난 죄인은 언제나 걱정 속에서 불안하게 산다. 이 ‘걱정’이 기독교적으로는 ‘하나님에 대한 향수’이고, 문학적으로는 ‘상실한 원형에 대한 향수’이다. 그러므로 걱정과 향수는 곧 인간 존재의 본질”이라며 “그래서 하나님은 언어와 상상력을 인간에게 주셨다. 상상력(想像力)을 직역하면 ‘어떤 모습(像)을 생각(想)하는 힘(力)’이고, 우리말로는 ‘그리는 힘’”이라고 풀이했다.

소 목사는 “상상력 이론가인 콜리지는 ‘인간의 원형인 하나님의 형상(image)을 그리는 힘이 곧 상상력(imagination)’이라고 했다. 인간은 없는 것을 그리게 된다. 고향을 떠났을 때 고향을 그리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났기에 에덴동산을 그리는 것”이라며 “인간은 원형인 하나님 형상을 잃었기에, 하나님을 그린다. 명절 때 그 많은 인파가 고향에 가는 것도 고향에 대한 향수 때문이다. 시는 본성적으로 잃어버린 원형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라고 했다.

시의 정의(定義)에 대해선 “누군가를 사랑하면 나뭇잎 소리에도 예민해지고 관찰력, 상상력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계절이 바뀌는 것에도 참 무디던 사람이 사랑하면서 비로소 꽃피는 것을 알고 맛집을 찾아다니기 시작한다”며 “내면의 가장 밑바닥에 잠긴 그리움과 사랑이 시의 본성을 깨어나게 한다. 그 사랑과 그리움의 감정이 어우러져 낯선 이미지와 상상, 은유와 상징, 운율과 함축의 언어로 생성되는 과정이 시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또 “목회자의 시 같은 경우 내면의 감정이나 헌신의 마음을 신앙고백 형식으로 산문적 서술을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것도 시가 될 수 있으나, 새로울 것이 없고 익숙한 상투적 시, 남들이 이미 써 버린 퇴화적 시, 새로움과 창조가 없는 죽은 시가 될 수 있다”며 “그래서 일반 시단에서는 이를 아예 종교시·목양시로 분류한다. 시는 누구나 쓸 수 있지만, 문학적 귀족성을 지켜야 시로서의 가치와 감동을 간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란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새롭게 보고, 찾지 못하는 것을 찾고,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며, 감추어진 시적·창의적 생명 언어를 조합해 은유적(상징성)·함축적이고 아주 낯설게 표현하는 글”이라며 “그 바탕에는 하늘과 땅, 자연과 인간, 신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한다. 그 사랑의 눈과 마음이 모든 걸 새롭게 보고 느끼게 한다. 하나님과 인간, 자연을 향한 사랑이 있을 때 시가 솟아난다. 그러므로 시는 사랑”이라고 정의내렸다.


▲김종회 관장이 감사장을 전달하고 있다.

▲김종회 관장이 감사장을 전달하고 있다.


소강석 목사는 “시를 쓰려면, 애절함과 간절함이 있어야 한다. 머리로 생각해서 억지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시상이 찾아와야 쓸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찾아온 시는 나에게, 혹 누군가에게, 아니면 시대를 향한 서정적·이상적·예언적 메시지를 줄 수 있다. 그건 시인에게 축복”이라고 강조했다.

소 목사는 “시는 산문과 다른 특유 영역이다. 산문은 서술과 나열이나, 시는 직관된 이미지나 사상을 비유와 상징, 운율적 언어로 표현한다”며 “자연 공간에는 하나님 지으신 자연의 사물이 존재하고, 인간의 마음속엔 말씀이 존재한다.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천지를 지으셨듯, 말씀으로 짓는 언어예술이 작시(作詩)이다. 작시는 공간에 존재하는 실물(實物)에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는 작명(作名)”이라는 시 창작관도 드러냈다.

구체적 시의 작법으로는 상상력으로 ‘새롭게 보기’를 시작으로 낯설게 하기, 창의성, 직유·은유와 비유·상징 등 이미지화, 함축과 은닉, 역설과 반어, 운율과 문체, 모방과 창작, 체험과 해석, 시대적 소통과 가교 등을 유명 시들을 소개하면서 상세히 설명했다.

끝으로 “시인은 시대의 어둠을 깨우는 예언자요, 선지자가 돼야 한다. 시대가 아파하면 함께 울고, 길을 잃으면 옳은 길을 제시하는 등대이자 이를 지키는 청지기가 돼야 한다”며 “시대의 눈물을 닦아 주고 다리를 놓는 희망의 가교 역할을 할 때, 그의 시는 시대적 혼을 담은 역사적 길잡이로 승화된다”고 정리했다.

시 창작을 위한 조언으로는 “성숙한 시인의 단계로 오르려면 표현 기법에 대한 많은 고뇌와 습작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시 창작은 산문적 해석과 설명을 버리고 또 버려서, 대리석과 같이 단단한 시, 뼈다귀와 같이 군살이 없는 시를 만들어야 한다”며 “먼저 많은 시집을 읽으며 필사해 보고, 완성도가 높지 않아도 포기하지 말고 반복해서 습관처럼 계속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강의 후 문학평론가 김종회 황순원문학촌 촌장은 “시의 이론부터 창작까지, 유명 시인들의 구체적 작품들까지 소개하면서, 문학 전공자들도 하기 어려운 강의를 어찌 이렇게 깊이 있게 준비하셨을까”라며 “시인 자신은 그 속에 들어가 있기에, 자신의 시가 얼마나 좋은지 잘 모를 수 있다. 소 목사님의 용광로 같은 열정도 인상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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