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한글성경 ‘원문에 가깝게, 읽기는 더 쉽게’ 주장에 대하여 (2)
1. 한글 성경의 매개 언어들: 중국어 성경과 영어 성경
성경번역에 있어, 원문이 고대어로 쓰인 히브리어든 혹은 그리스어든, 원문 언어와 수용 언어 사이에는 어휘에 대한 의미와 문체(style)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따라서 어휘의 의미의 조건에 있어 우리는 그리스어, 히브리어, 아람어는 제쳐놓고라도 영어 성경이든 중국어 성경이든 원문으로 사용된 매개 언어(intermediary language)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가져야 하고, 한국어 전문적 지식을 가진 이들도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공동번역에 있어 매개 언어는 프랑스어와 영어가 될 것이다. 공동번역은 유태인 학자들이 불어로 번역한 성경을 영어로 번역한 The Jerusalem Bible(JB, 1966) 개역판인 The New Jerusalem Bible(NJB, 1985)을 한글로 번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어 성경을 역사적으로 살펴 보자. 런던선교회가 중국에 파견한 선교사 모리슨(馬禮, Robert Morrison)과 밀느(米憐’ William Milne)가 영국성서공회 지원을 받아 번역하여 1823년 출판한 신천성서(神天聖書)는 첫 중국어 성경전서로 알려졌다. 이 성경이 한국어·일본어 성경의 제목부터 용어 사용까지 원본(원문)이 됐는지 확인 결과, 성경 66권 제목과 용어에 있어 개역개정 성경과의 충분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당시 영국교회에는 킹제임스 성경(AV, 1611)이 존재했으나, 이들이 참고한 문헌에는 당시로부터 200년 전부터 존재했던 킹제임스 성경이 포함되지 않았다. 중요한 사실은 <한글성경젼서(1911)>가 출판되기 88년 전에 이미 중국어 성경전서가 존재했다는 것과, 그 성경이 한글 성경 번역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리라는 추측뿐이다.
신천성서 외에 오늘날 중국 개신교인들이 가장 많이 읽는다는 중국어 화합본(Chinese Union Version)은 <한글성경젼서> 8년 후인 1919년 최초 출판됐다.
이 성경은 킹제임스 성경 개역판인 영어개역본[English RV- 킹제임스 성경(RV)]을 반영한다. 중국어 화합본의 66권 성경 이름은 공동번역을 제외한 우리말 성경들과 음역상 일치하고, 개역한글 성경에서 사용된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중국식 한자 어휘들도 발견된다.
이러한 사실에 기반할 때, 1880년대 초부터 시작된 한글성경 번역은 66권 성경 낱권 출판부터 시작해 최초 한글전서가 출판된 1911년부터 1956년 이후 개역한글판에 이르는 동안 중국어판 KJV라고 볼 수 있는 중국어 화합본이 도입돼 한글 번역 원문이 됐거나, 이를 중심에 놓고 참고했으리라 추측된다.
발견된 중요한 점들 중 하나는 신천성서와 중국어 화합본 모두, 오늘날 영어나 우리말에서 사용되는 얼마간 모양이 다른 컴마(쉼표)(、)와 마침표(。)가 사용돼, 구와 절들을 연결하고 문장화했다는 것이다.
중국어 성경들을 언급하는 이유는 새한글성경이 ‘원문에 가깝다’는데 그 뿌리인 ‘원문’이 알려진 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위에 언급된 두 중국어 성경은 그들이 사용한 원문과 참고문헌을 분명히 밝힌다.
중국어 화합본은 그들의 매개 언어인 그리스어 사본이 Textus Receptus가 아닌 Wescott-Hort를 사용한 영어개역본(English RV), 즉 킹제임스 성경 개역판이 원문이므로 그 뿌리를 밝힌다.
우리말 성경 번역사를 통해 전해진 바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연합장로교회 선교사로 중국에 파송된 존 로스(John Ross) 선교사가 로마가톨릭교회 사본을 번역한 영국 영어개역본(ERV)과 중국어 성경이 본문(원문)으로 사용됐으며, 번역 절차에 있어 한국인 번역자가 중국 한문 성경을 한글로 번역하고 이를 그리스어 신약 성경 및 영어 성경과 대조해서 수정했다고 한다.
이 최초 한글 성경은 로스의 한국어 교사들이 평안도 의주 출신 상인들이었기에 평안도 사투리로 번역됐다고 전해진다. 번역 과정으로 로스의 번역 성경은 중국어 성경을 원문으로 해, 중국어가 매개 언어로 사용됐다. 즉 중국어 성경이 원문이었으며, 영어개역본 ERV가 참고 대조 수정에 사용됐다.
아펜젤러·언더우드 선교사가 한국에 온지 8년 뒤인 1893년 미국성서공회 지원을 받아 선교사들과 감리교인·장로교인 등으로 구성된 성경실행위원회와 성경번역자회가 설립됐다. 이 두 기구 주도 하에 1906년 구약성경이 출간됐고, Wescott-Hort의 수정 그리스어 본문에 근거한 네슬레 25판과 영어개역본(ERV), 그리고 미국표준역(American Standard Version, 1901)을 본문으로 채택했다.
영어 성경인 킹제임스 성경(1611) 번역은 신약(1881), 구약(1885), 공동번역에 포함된 가경(1894)이 완역됐고, 그로부터 300년 후인 1911년 출판된 한글성경젼서는 차후 개정을 거쳐 개역성경에 이르렀으며, 이 과정에서도 영어개역본(ERV), 미국표준역(ASV)은 매개 언어 성경으로 번역 원본의 중심에 있었다. 따라서 오늘날 개역개정 성경은 1차로 중국어 화합본과 킹제임스 성경(ERV) 대조 번역의 결과다.
기이하게도 당시 우리말 성경전서 출간 후 한자어로 교체할 수 있는 모든 말을 한자어로 바꾸어 역(逆)번역한 「新約全書 국한문」 성경이 출판된 것이다. 이 성경은 ‘계신’을 “在ᄒᆞ신”으로, ‘우리’를 “我等”으로, ‘아버지여’를 “父여”로, ‘이름을’을 “名을”로, ‘거룩하게’를 “聖하게”로 바꿔 당시 한문을 사용하던 지식인들에게 크게 환영받았다.
이에 1923년 「聖經全書 션한문」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됐고, 1931년 「簡易 鮮漢文 新約聖書」이라는 성경도 출판돼 인기리에 읽혔다는, 한글 성경의 역번역판(逆飜譯版)의 웃지 못할 역사가 있었다.
왜 당시 지식인들은 중국어 성경을 구매해서 읽지 않고, 역번역한 「聖經全書 션한문」을 읽었을까? 이러한 한글 성경의 역사적 배경을 고려할 때, 한글 성경에서 ‘원어 번역’ 혹은 ‘원문 번역’이라는 말은 사실상 신뢰할 수 없는 공허한 주장이다. 그들이 말하는 원문이 매개 언어로 쓰인 중국어 성경과 영어 성경들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원문에 가깝게’는 어떤 의미인가에 대한 결론으로, 필자는 역사적으로 한글 성경 번역에 있어 원문으로 사용되거나 참고문헌으로 사용된 신천성서와 중국어 화합본, ASV와 NASB, 킹제임스 성경(KJV-AV)과 English RV(ERV)를 포함하는 성경들에서 새한글성경처럼 구와 절을 한 문장으로 끊어 번역함으로써 전후관계를 무시해 문장 수를 극대화하며, 새한글성경과 같이 편만하게 수용 언어인 한국어 문법과 어법을 무시하고 번역한 전례를 찾을 수 없었다.
한글성경들의 원문으로 사용된 중국어나 영어 성경들에서는 새한글성경 같은 문장 구성을 찾을 수 없다. 즉 대한성서공회가 강조하는 ‘원문에 가깝게’의 선전은 공허한 허구임이 분명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구약성서에 있어 유태인들이 수백 년에 걸쳐 자음으로만 구성된 히브리어에 모음 기호를 도입하고 발음과 문법적 구조를 확립해 필사로 전해지는 마소라 사본, 기원전 번역됐고 욥기의 번역이 어려워 수많은 구절의 번역을 포기했다는 70인역, 그리고 그리스어 사본을 원문으로 번역했다 해도 히브리어⇔한국어 사전 없이는, 번역에서 의미의 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다.
대한성서공회가 진실로 ‘원문’을 주장하는 한글성경을 추구한다면, 그들은 Theological Dictionary of Old Testament(TDOT)와 Theological Dictionary of New Testament(TDNT)의 번역에 착수할 것을 권고한다. 이 사전들 번역은 우리말 성경이 원문(본문)으로 사용한 영어나 중국어 성경들로 인한 한계를 뛰어넘는 우리말 성경을 가지는 데 공헌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원문이 양피지나 파피루스에 쓰여진 히브리어든 그리스어든 영어든 중국어든, 새한글성경이 주장하는 바 ‘원문 어순을 최대한 유지한 결과’, 무시된 한국어 문법과 어법으로 인한 심각한 오류들을 살펴 보아야 할 것이다.
마이클 송
전 동서성서학회 초역위원
LA 동서성서학회(회장 김영휘)는 하나님의 절대무오한 말씀인 성경이 한글로 번역되는 과정 중 생긴 오류들을 건전한 비판을 통해 고민하고 변화시켜 가려는 학회이다.
충북 출생, 배재 중고등학교 졸업
한양대학교 원자력공학과 졸업
한국 원자력 연구소 연구원
미 아이오와 주립대학교 원자핵공학 석사
1990년대 이래 에너지 시스템, 반도체 공정장비, 온도 압력 레벨 측정장비, 제약 공정, 석유화학공업 EPC 전문가 및 수소생산 공정 전문가로 활동
2000년경부터 LA 소재 동서성서학회에서 초역위원으로 활동
2005년–2010년, 크리스천 뉴스위크(크리스천 위클리 전신), 크리스천 투데이 외 다수 기독교 언론에 성경 번역 및 성경관련 컬럼 다수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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