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부에서는 군선교 제도화의 흐름과 그 안에 여전히 자리한 구조적 한계를 살펴봤다. 제도가 존재하지만, 실상은 사각지대인 현실 속에서, 이번 2부는 군선교사와 군종목사 등 실제 사역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군선교의 민낯을 들여다본다. 누군가는 생계와 사역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고, 누군가는 지원의 손길조차 받지 못한 채 홀로 병영 현장을 지키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책상 위 정책이 아닌 ‘현장에 필요한 군선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사명을 품고 떠난 이들은 군 안에서 교회의 빈자리를 채웠다. 그러나 그들을 지켜줄 사람도, 책임질 체계도 없었다. 오직 ‘사명’만 남은 자리에, 고립된 이들이 있었다.
A 목사는 육군 모 부대에서 군선교사로 사역 중이다. 총회장 명의의 파송장을 받았지만, 현재까지도 노회와 연합회 어느 곳으로부터도 실질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행정상 소속은 있지만, 예산도 명부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역은 홀로 감당해야 하고, 생계는 별도 아르바이트로 유지하고 있다.
B 군목은 첫 부대 배치로 사단급 교회에 배치됐다. 처음 부대에 온 B 군목은 부대 행정업무는 물론 대대급 교회를 어떻게 균형 있게 관리할지 고민이다. 사단 예하 대대급 부대 중 몇 곳에 교회를 담당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C 군목은 매달 100만 원 이상의 후원금을 특정 교회로부터 개인 명의로 받고 있다. 교회는 자신들과 교단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해당 군목을 ‘군선교사’로 임의 파송하고, 자체 선교사로 공식 등록했다.
국방부 군종 관계자는 “특정 교단 간의 이해관계를 벗어나고 효율적인 부대 운영을 위해서라도, 균등한 분배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단 헌법에 등재된 사역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이들을 실질적으로 책임지지 않아 책임소재는 불분명하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군선교는 개별 사역자의 인내와 책임감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사명 품고 떠난 이들, 현실은 사명과 멀어
2025년 현재, 전국 대대급 군교회는 800여 개 이상이지만, 군종목사는 약 230명, 군선교사는 약 450명뿐이다. 그중 실질적 후원을 받는 군선교사는 대략 150여 명 남짓에 불과하다. 나머지 다수는 자비량 사역자다. 생계유지를 위해 대리운전이나 아르바이트 등을 병행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이러다 보니 대대급 교회의 공백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군선교사가 포병대대에서 사역할 경우 예상 최소 사역비를 월 50만원으로 가정해 보자.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한 청년 1인 가구 비혼 단신 생계비(월 265만원)를 고려하면, 최소 315만원 이상을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기혼자라면 더욱 생계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최근 나온 자료에 따르면 전체 군선교사 중 20%가 올해 12월 기준 은퇴 대상자에 해당한다.
A 목사는 “군선교 사역지를 옮기면 가장 먼저하는 고민은 보증금 마련”이라며, “전세를 알아보려 하면 4대 보험이 없어 대출도 어렵고, 신용도 낮다. 결혼은 현재 엄두도 나질 않는다”고 답했다.
군종목사는 다른 문제에 직면해 있다. 1명이 여러 부대를 돌며 예배, 상담, 종교활동 행정 전반을 맡아야 하는 구조는 과부하를 유발한다. 그렇기에 일부 군목들은 사단급 교회의 예배에만 집중한다. 아울러 몇몇 군목은 선교를 명목으로 자신이 속한 교단이 아닌 타 교회에서 개인 계좌로 후원을 받으며, 후원금 사용 내용은 비밀에 부친다.
C 군목은 “후원은 개인의 역량”이라며 “우리 부대가 사역이 어렵기 때문에 개인 계좌로 후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후원금을 통해 예하 대대급 군선교사들의 지원에 대해서는 “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개인 계좌에 사용 내용에 대한 증빙은 끝내 밝히지 않았다.
B 군목은 “초임장교라 부대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 어렵지만, 무엇보다 고민은 대대급 교회 관리”라며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사역 공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군선교사와 군종목사는 사역 대상과 구조가 다르지만, 모두가 불균형한 시스템 속에 고립돼 있다는 점은 같다. 교단 간 이해관계, 후원금 흐름의 불투명성, 행정 주체의 책임 미비는 공공성과 사역의 정당성을 모두 훼손하고 있다.
파송은 하지만 관리는? MEAK의 구조적 공백
문제의 중심에는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이사장:김삼환 목사, 이하 MEAK)가 있다. MEAK는 민간 군선교사를 교육·파송하고, 교단과 군부대, 후원 교회를 연결하는 초교파 네트워크의 중심이지만, 실질적인 운영 역량은 부족하다. 연합회는 선발만 주도하고, 후원과 관리의 책임은 선교사에게 떠넘기는 실정이다.

예산도 마찬가지다. MEAK의 2024년 총예산은 약 30억원이며, 이 중 ‘군선교교역자 파송사업’ 항목은 약 1억1000만원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해당 항목의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이 금액 중 상당 부분이 신규 교육생 모집, 훈련, 교재 제작 등에 사용되며, 기존에 파송된 군선교사에게 직접 지원되는 비용은 제한적이다. 즉, 파송 이후 사역자는 제도적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 쉬운 구조다.
이 같은 예산 구조는 선발 이전 단계에는 행정력이 집중되는 반면, 파송 이후에는 개인 책임에 모든 부담이 전가되는 이중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MEAK 내부에서도 군선교사 체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계속됐다. 내부 문건에서 확인된 건의사항 중에는 “군선교사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전담 직원을 연합회 차원에서 지정해 달라”는 요청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신규 교육생 배출 이후 후원 매칭이나 사후 관리가 부재한 상황에서 행정 전담 인력이 배치된다면 적어도 사역 시작 단계에서 혼란은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D 목사는 “교육 당시 후원교회를 연결해 주겠다는 말을 들었지만, 나중에는 ‘직접 찾아보라’는 말을 들었고 실제 ‘군선교사 서약서’에도 자비량으로 군선교를 하겠다는 서약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군선교사가 후원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버림받은 자식 같다”고 토로했다.
장병의 신앙 단절, 결국 종합적 난제
군선교사와 군종목사에 대한 구조적 지원이 부재한 상황은 단순히 사역자의 생계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그 영향은 장병의 신앙 여정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본지 보도(2437호 기독장병, 전역 후 지역교회 정착 미흡 기사 참고)에 따르면, 전역 후 지역교회에 정착하지 못하는 기독 장병이 여전히 다수 존재한다.

MEAK와 한국기독교군종목사단이 공동 추진하는 ‘비전2030 실천운동’은 매년 10만명의 장병을 세례와 양육을 통해 지역교회로 파송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2023년 기준 실제 파송 인원은 48명에 그쳤다. 이는 목표 대비 0.05% 수준으로, 양육 체계와 거점교회 관리의 미흡함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복무 중 신앙을 시작한 장병들이 전역 후 지역교회로 연결되지 못하는 ‘신앙 단절’ 문제는, 결국 종합적 난제인 셈이다.
당시 이러한 내용을 언급한 형성민 군종목사는 “성과 중심의 진중세례식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회심에 집중해야 한다”며, “양육과 파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거점 교회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동주 목사(전 군선교사협의회 회장)는 “군선교사들이 거점 교회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연합기관 간의 소통 부족을 지적했다.
결국 복무 중 신앙을 시작하고, 군선교에 대한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해도, 사회 복귀 후 이를 이어갈 수 있는 ‘신앙 연결 통로’가 부족했다. MEAK가 추진 중인 ‘거점교회 연결 시스템’도 개인정보 제공 동의 문제와 행정적 한계로 인해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청지기 의식 바로 선 사명 필요해

현장의 군선교사들은 “군에서 지속적인 예배와 관리가 단절되면 장병의 신앙도 끊긴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장 사역자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없는 한, 장병 돌봄과 후속 연결 사역은 공허한 이상에 그칠 수밖에 없다.
사역자 한 명의 믿음과 인내에 의존하는 현재의 군선교 시스템은 한계에 도달했다. 장병의 신앙을 지키는 사역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그 사역자를 지켜줄 수 있는 제도와 구조가 있어야 한다.
제도와 구조가 사역자를 방관한 채 헌신만을 요구하고 있다. 교단과 연합기관이 손을 놓은 사이, 복음의 최전선은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 현장을 외면한 제도는 어떻게 사역자를 고립시키는가. 그 질문은, 여전히 복음의 전선에 홀로 선 이들의 몫으로 남아 있다.
다음 회차에서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교회와 현장이 함께 모색해야 할 군선교 방향을 중심으로, 복음의 최전선에서 고립된 사역자들을 다시 세우기 위한 교회의 역할과 구조 개혁의 방향을 함께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