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MZ세대 사이에 ‘텍스트 힙’(Text Hip)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텍스트 힙’은 글을 뜻하는 텍스트(Text)와 멋·개성을 의미하는 힙(Hip)의 합성어로, 독서를 멋지고 세련된 활동으로 인식하는 현상이다. 책을 사서 읽는 것을 넘어, 저자 사인본과 한정판 키링 티셔츠 엽서 책갈피 등 한정판 굿즈 등을 구입해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 MZ세대 사이에 유행하고 있다.
텍스트 힙의 유행 속에 6월 18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믿을 구석’이라는 주제로 열린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는 17개국 530여 개 출판사와 출판 관련 단체, 저작권 에이전시 등이 참가했다. 이번 도서전은 행사를 시작하기도 전, 1차 조기 할인 판매 티켓 15만장이 일찌감치 매진되며 관심을 끌었다.

기독교 책마을 열려
자신만의 개성 있는 책 읽기를 즐기는 독서 애호가들이 1년에 한번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을 위해 용돈과 체력, 시간을 아껴 새로운 책들을 만날 만반의 준비를 하기 때문에, 그 시기를 기독교 출판사들도 놓치지 않았다. (사)한국기독교출판협회(회장:박종태 장로)는 익투스, 생명의말씀사, 성서유니온, 쿰란출판사, 도서출판 CUP, 문광서점, IVP, 무근검, 몽당연필, 뜰힘, 세움북스, 이미아직, 구름이머무는동안, 바람이불어오는 곳 등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기독교 출판사들과 ‘기독교 책마을’(K18~K22 부스)을 꾸며 독자들을 맞이했다.
14개 크고 작은 기독교 출판사들은 부스를 찾은 독자들과 쉴 새 없이 소통하며 독자들의 발길과 눈길을 끌기 위해 SNS 가입 이벤트, 구매 이벤트 등 각종 행사를 진행했다. 특히 MZ세대의 SNS 인증 문화에 착안해 출판사 SNS에 가입자에게 한정판 굿즈(성경필사 노트, 티셔츠, 에코백, 그림 엽서, 책갈피 등)를 선물하거나 참가자 대상 뽑기 형식의 이벤트, 저자 사인회 등을 진행해 새로운 독자층 유입에 집중했다.


몽당연필 부스를 찾아 자녀들과 함께 읽을 책을 여러 권 구매한 김성민 씨는 “집이나 교회 근처에 기독교 서적을 살 수 있는 책방이 없어서 주로 인터넷에서 구매하거나 전자책 형태로 샀었는데, 도서전에 와서 직접 책을 읽어보고 새로 나온 책도 추천받을 수 있어 예상보다 더 많이 구입했다”고 말했다.
군대 휴가 기간 중 어머니와 함께 도서전을 찾았다가 성서유니온 부스에서 신앙 서적 4권 구입한 박진우 씨는 “문학과 여행 서적을 주로 읽는데 기독교 출판사도 있다고 해 직접 책을 골라서 구매하게 됐다”며, “비기독교인들에게도 소개할 수 있는 다양한 기독교 서적들이 출간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름이머무는동안을 운영하는 고태석 대표는 “작은 출판사들은 서울국제도서전은 독자들을 직접 만나 책의 매력을 알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며, “장기적으로는 기독교 서적을 읽을 독자층을 확보하고 그 규모를 늘려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책을 즐겨 읽지 않았던 기독교인들 또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출판사 SNS 가입 이벤트를 진행한 세움북스 강인구 대표는 “정기적으로 저자 북 콘서트 등을 개최하고 SNS를 통한 홍보에 힘쓰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회 성도들을 대상으로 한 독서 모임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교회나 독서 모임의 요청이 있으면 어디든 북 콘서트나 관련 행사 진행이 가능하다고 알렸다.
도서전 사유화 논란과 기독 출판의 설 자리
“서울국제도서전의 ‘믿을 구석’은 공공성. 영리화× 주식회사화× 사유화×.”
도서전 행사장 일부 부스엔 이런 문구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은 주식회사 형태로 열렸다. 지난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협회는 도서전 수익금 정산을 둘러싸고 갈등이 격화됐고, 그 결과 협회는 매년 받던 정부 지원을 거부하기로 하고 도서전을 주식회사 형태로 전환했다.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는 탓에 기존에 지원금을 받아 참가했던 군소 출판사들과 관계 업체들은 참가가 어려워졌다. 협회 측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소위 ‘잘 나가는’ 출판업체들을 위주로 부스를 배정했기 때문이다.
그 여파는 기독교 출판사에도 밀려왔다. 한국기독교출판협회는 지난해 19개 기독교 출판사가 참여하는 기독교 책마을을 꾸몄고, 올해는 더 많은 부스를 신청했지만 총 5개 부스 14개 출판사로 규모가 축소됐다. 그 바람에 도서전 신청을 사전에 했던 다수 출판사가 중도에 참여를 포기해야 했다.

한국기독교출판협회 박종태 회장은 “지난해 호응이 좋아서 올해는 더 많은 부스를 신청해 기독교 책마을을 규모 있게 꾸미고자 더 많은 부스를 신청했지만,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식회사 형태로 전환 후 오히려 규모가 축소됐다”며, 최근 기독교 인구의 감소와 기독 출판사 매출의 감소 등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도서전 주제처럼 우리가 믿을 구석은 ‘하나님과 믿음의 성도들’이라며, “이번 도서전을 통해 기독교 출판사가 여전히 건재하고 교회와 각 성도들이 신앙 성숙을 위해 독서를 통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리고, 나아가 출판인과 저자, 번역자들과 독자가 도서전 잔치마당에서 서로 교감하고 은혜를 나눌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