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의 갑작스러운 계엄령 선포와 탄핵 정국을 마감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새롭게 당선됐다. 지도자로서의 덕목을 갖추었다기보다는 혼란한 정국을 타개할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진 측면이 강하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출발한 새 정부를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지켜보게 된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으로서 지도자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기에, 새로운 지도자를 위해 기도하며 통일정책 분야에 대한 제언과 아울러 한국교회의 북한선교 방향에 대해 제안하고자 한다.
대한민국 정부의 일관된 통일방안은 1994년 김영삼 정부가 발표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다. 하지만 각 정부는 저마다의 철학에 맞는 통일정책을 추진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평화·통일정책’을 표방하며 통일보다는 평화에 중점을 두었다.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순서를 뒤바꿔 ‘8.15 통일독트린’을 발표하며 통일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수립했다. 이재명 신정부의 통일정책은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기에, 다음과 같이 네 가지를 제언한다.
첫째, 평화와 통일의 균형 잡힌 접근이다. 새 정부는 ‘평화가 먼저냐, 통일이 먼저냐’라는 이분법적 접근을 지양해야 한다. 한반도의 궁극적 통일을 지향하되, 남북 간에는 우선적으로 평화를 위한 구체적 노력을 담아내는 통일정책을 펼치기 바란다. 일각에서 통일부를 ‘평화협력부’ 또는 ‘평화교류부’로 개칭하자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 정부가 통일을 포기하는 것으로 비춰져 북한을 둘러싼 중국과 러시아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현재 북한의 내부 상황이 매우 취약한 만큼, 북한 내 급변사태 발생 시 통일부를 중심으로 대내외적인 통일 의지를 분명히 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통일부를 존치하되, 남북교류를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구조로 개편해야 한다.
둘째, 북미대화 촉진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 새 정부는 남북대화 복원은 물론, 북미대화가 촉진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남북관계 파탄은 문재인 정부 말기부터 북한이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근 데서부터 시작됐다. 이는 2019년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에서 더 이상 의미를 찾지 못한다는 김정은의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남북관계 회복은 북미 접촉 및 관계개선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신정부는 대미외교를 통해 북미 간 대화를 주선하고 촉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러-우 전쟁 종료와 동시에 추진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북미관계가 진전되면 남북대화나 교류도 자연스럽게 추진될 수 있도록 내부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 현재의 경직된 남북관계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미국 주도의 북미 친선 스포츠 경기 같은 ‘스몰 딜’(small deal)을 먼저 성사시킨 후, 관계개선의 ‘빅 딜’(big deal)로 발전시키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신정부는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민간단체의 방북과 교류를 적극 허용하기 바란다. 특히 종교 분야에서 남북교회 간 방북과 대화 재개를 허용할 것을 촉구한다.
남북한 정부 간 해결하기 어려운 민감한 사안은 일단 유보하고, 민간 교류를 통해 남북한 주민들의 상호 소통과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이 평화 정착의 핵심이다. 이는 분단으로 잃어버린 동질성 회복의 첫걸음이기도 하다.
넷째,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 확대해 주기 바란다. 신정부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온 북한이탈주민 정책을 축소하거나 폐지하지 말고, 더욱 적극적으로 탈북민들의 한국사회 정착을 도와야 한다. 이들의 성공적인 남한 정착은 향후 통일의 시금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탈북민들의 남한 정착을 적극 도와온 한국교회는 정권 교체 때마다 동요하는 탈북민들을 끌어안고, 그들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교단을 비롯한 한국교회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끊임없이 기도하며 준비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변화시키실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가장 가까운 미래의 변수로는 북한 지도자의 건강 이상으로 인한 후계 구도의 불안정성을 들 수 있다. 또한 중국 지도부 역시 불안정한 상황이며, 러시아는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역사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다. 광복과 동시에 분단 80년을 맞는 올해, 우리는 새로운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혼돈으로 빠질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 반드시 전자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단 내에 통일과 북한선교 전문가들을 더욱 많이 양성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