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155] 제3차 전도여행(42) 니고볼리(10)
고대부터 해양 국가였던 그리스
오늘날도 대규모 선박회사 많아
프리베자, 해양대에서 선원 양성
정치 포퓰리즘으로 위기 겪는 중
“내가 아데마나 두기고를 네게 보내리니 그 때에 네가 급히 니고볼리로 내게 오라 내가 거기서 과동하기로 작정하였노라(디도서 3장 12절)”.
이제 벌써 니고볼리에 대한 글이 10번째가 됐으므로, 사도 바울과 니고볼리의 관계를 마지막으로 정리하려 한다. 성경에 니고볼리에 대해 언급된 구절은 디도서 3장 12절밖에 없다.
사도 바울이 니고볼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그리스인 디도에게 보낸 편지의 정확한 발신 장소와 정확한 발신 연도는 아무도 모른다. 일부 성경학자들은 바울이 디도서를 마게도냐에서 쓴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사도 바울이 아들처럼 여기는 디도가 그리스인이라는 사실은 갈라디아서 2장 3절에 기록되어 있고 바울이 디도를 데리고 예루살렘에 갔던 사실도 갈라디아서 2장 1절에 기록돼 있다.
그러나 바울이 니고볼리를 예정대로 방문했는지, 그리고 디도가 바울을 니고볼리에서 만났는지에 대해 성경은 어떤 확실한 실마리도 보여주지 않는다. 단지 우리로서는 바울이 니고볼리를 예정대로 방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할 뿐이다.
그러므로 니고볼리에 있는 고고학 박물관조차 사도 바울에 대해 놓여 있는 전시물에 디도서 3장 12절 말씀과 함께 바울이 디도서를 쓰고 있는 그림(상상화)만 있다는 것은 이미 전회에서 언급했다.
오늘날 그리스 고대 유적지 가운데 가장 넓은 면적이 남아 있는 니고볼리 유적지에는 초대교회들의 흔적(건물의 기초 바닥 부분)이 여러 곳에 남아있으나, 이 교회들은 바울이 세운 것이 아니다. 바울이 세상을 떠나고 3백 년 이상이 지난 비잔티움 시대(서기 5세기 이후)에 세워진 교회의 터라는 사실도 관려된 사진들 설명과 함께 이미 전회에 설명했다.
그리고 니고볼리(‘승리의 도시’라는 의미)라는 거대한 도시가 현재 장소에 세워진 것은, 로마의 내전 당시 옥타비아누스가 기원전 31년에 적수인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이집트 여왕의 연합함대를 니고볼리 인근 악티움 해전에서 격파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아우구스투스라는 이름으로 로마 초대 황제가 된 옥타비아누스가 자신의 공적과 이름을 남기려고 웅장한 규모로 건설한 것이라는 사실도 함께 설명하였다.
이렇게 바울과 관련된 니고볼리를 방문하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니고볼리 남쪽 약10km에 있는 프레베자 도시에 관해 잠시 설명한 뒤 바울의 니고볼리 관련 내용을 마무리하려 한다.
프레베자는 그리스 서북부에 있는 도시로서 아테네에서는 차로 약 5시간 걸린다. 도시 북부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는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옆에 거대한 공동묘지가 자리잡고 있다. 공동묘지는 밝고 깔끔하게 정리돼 있으므로, 일부 공동묘지에서 느끼는 음산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이 공동묘지 앞을 걸으면서, 필자는 사람이라면 누구가 만나게 되는 죽음을 생각하면서 “나도 죽음 준비를 잘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인구 2만 명의 프레베자는 크지 않은 도시이므로 천천히 걸어가면서 도시를 음미할 수 있다.
잔잔하게 펼쳐져 있는 암브라키아만에 면한 시내는 구시가여서, 미로 같은 골목으로 이뤄져 주민이 아니면 쉽게 다닐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좁은 골목을 따라 그리스정교회 교회들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골목에서 휴대전화로 길을 찾는 우리에게 어떤 중년 남자가 다가와 대번에 ‘안녕하세요’를 말한다. 어떻게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아느냐고 물어보니 자기가 외항선원일 때 부산에 여러 번 들렀다고 한다. 그러므로 한국인의 외모와 몸짓을 식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사람은 우리가 찾아가는 곳을 일부러 자청해서 안내해 주고 헤어지면서, 프레베자에 있는 동안 꼭 그리스 전통요리를 먹어보라며 근처 식당을 알려주며 작별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그리스는 고대로부터 해양국가이다. 오늘날도 그 전통이 이어져 내려와, 비록 국가 경제는 어렵지만(정치가들이 권력을 잡으려고 자기 주머니 돈이 아닌 국가 예산으로 국민에게 선심 포퓰리즘 정책을 오래 실시하였고, 깊이 생각하지 않는 국민은 땀 흘리지 않고 받는 공짜 돈을 좋아하다가 국가부도 위기를 여러번 겪었음), 대규모 선단을 가진 선박회사들이 많다.
그러므로 프레베자에도 해양대학교가 있어 선원들을 양성하고 있다. 암브라키아만은 잔잔하며 지중해의 밝은 태양빛을 반사하고 있어 부두 인근 워터프론트(Water Front)에는 많은 식당과 카페들이 줄지어 있다.
이 분위기 속에서 그냥 지나치는 것은 몹시 어렵다. 그러므로 우리도 한 식당에 들어가 해산물로 식사를 하였는데, 마음씨 푸근한 식당 주인은 우리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알고 식대를 계산하자, 숙소에 가져가서 먹으라며 별도로 음식을 싸 주었다.
여행에서 간혹 만나는 이러한 작은 즐거움이 남은 여행까지 편하게 해 주었다. 니고볼리는 이것으로 마무리하고, 성경에는 정확한 기록이 없지만 구전으로 내려오는 사도 바울의 알바니아 방문을 다음 회부터 연재하려고 한다.
권주혁 장로
세계 145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사도 베드로의 발자취를 찾아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