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홀로코스트 박물관 파주에 개관한 한-이 성경연구회 송만석 대표

인류 역사상 최악의 비극으로 꼽히는 ‘홀로코스트’의 기억이 담긴 홀로코스트 박물관이 얼마 전 경기도 파주 헤이리(파주 헤이리 예술마을 63-15 아트팩토리)에 개관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이 지속되고 각종 가짜뉴스와 음모론 등으로 국내에서도 반이스라엘 정서가 팽배해져 가는 상황에서, ‘한국 홀로코스트 박물관’ 개관은 그 진실을 올곧이 깨우치고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홀로코스트 박물관은 단순하게 어떤 역사적 물건을 전시하는 곳이 아니다. 이 박물관을 세운 KIBI(한-이 성경연구회)의 송만석 대표는 “유대인 6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홀로코스트는 독일 나치의 반유대주의가 만들어 낸 절대적 학살이다. 그런데 이 학살의 배경에는 당시 유럽 전체를 지배한 기독교의 유대인 말살이라는 목적이 있었다”며 “유대인들은 홀로코스트라는 절망의 시대 속에서도 토라를 품고 샤밧의 촛불을 밝히며 정체성과 희망을 이어갔다. 그들이 지켜낸 것은 단순한 전통이나 관습이 아닌 삶의 의미를 잃지 않으려는 믿음이었고, 존재의 뿌리를 지키려는 영혼의 투쟁이었다”고 했다.
송 대표는 “이사야 55장 5절 ‘보라 네가 알지 못하는 나라를 네가 부를 것이며 너를 알지 못하는 나라가 네게로 달려올 것은 여호와 네 하나님 곧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이로 말미암음이니라 이는 그가 너를 영화롭게 하였느니라’ 말씀 중 이사야 55장 5절 ‘네가 알지 못하는 나라’, ‘너를 알지 못하는 나라’에 대하여 주목하고 있다. 그 나라가 바로 한국임을 확신하고 있다”면서, 그 근거로 “이스라엘과 대한민국은 국가를 수립한 해가 둘 다 1948년으로 일치한다. 하나님이 1948년, 이 땅에 자신을 섬기는 두 나라의 진정한 독립을 허락하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이스라엘을 알려면 아픔도 알아야 하기에, 홀로코스트를 통해 한국 기독교인들이 먼저 회개하고 이스라엘을 형제이자 가족으로 여겨주길 바란다. 이스라엘인 전도에 있어서도 기독교에 핍박당한 그들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충분히 인지해, 매우 겸손한 자세로 조심히 임해야 한국 기독교가 말하는 시오니즘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예루살렘 홀로코스트 박물관서 제공받은 자료 바탕으로 구성
한국 홀로코스트 박물관에는 실물(예를 들어 네덜란드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가 일기장 키티와 대화하는 형식으로 남긴 ‘안네의 일기장’을 모티브로 한 공간, 아우슈비츠 등 강제수용소로 끌려가는 모습 등)처럼 재현한 전시물이 있는가 하면, 박물관에서 보내준 당시 여러 역사적 사진을 확대해 전시하기도 한다. 또 다른 전시 구역에서는 이스라엘이 홀로코스트 이후 독립해 국가를 수립한 뒤 지금까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아울러 유대인들이 인류 역사 속에서 어떤 기여를 해 왔는지 조명하는 전시도 있다. 많은 사람이 유대인들에 대해 잘 모르고 있지만, 사실 그들은 인류 역사에 지대한 공헌을 해 왔다. 또 한국과 이스라엘 간의 관계를 다루는 전시도 이뤄지고 있다. 이 공간은 대한민국이 건국되기 이전과 6.25 전쟁 당시 유대인들이 한국을 위해 어떤 기여를 했는지 다루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홀로코스트 참상을 알리는 전시 공간 △1948년 독립 이후 이스라엘의 눈부신 발전상 △스페인 종교재단을 통한 유대인 학살의 역사 △유대인들이 인류 역사에 끼친 위대한 기여 △세계 역사를 다시 쓰는 유대인들 등이 전시돼 있다.
송 대표는 “사실 한국 사람들은 이스라엘의 홀로코스트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생각한다. 홀로코스트는 독일 나치에 의해 자행된 참혹한 비극이고, 인류 전체의 역사 속에서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될 일’이라는 보편적인 교훈을 주는 사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 비극을 기억하고, 알리며, 교육하는 일은 인류 모두가 함께 감당해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반유대주의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낳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하다. 그런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것이 전시의 큰 목적 중 하나”라고 했다.

정치나 인종 차별 문제일 뿐 아니라, 기독교 역사와도 깊은 연관
송 대표는 당시의 반유대주의라는 것이 단순히 정치나 인종 차별의 문제가 아니라, 기독교 역사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특히 2세기 이후로 기독교 신학 안에 유대인을 배제하는 흐름이 강하게 일어났다. 당시 교회에 ‘하나님께서 유대인을 버리고, 이제는 교회를 통해서 일하신다. 교회가 참된 이스라엘’이라는 신학적 관점이 퍼지면서, 유대인들을 정죄하고 배척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는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는 개신교 내에서 개혁주의 교회를 만들어낸 존경받는 인물이지만, 유대인들 입장에서는 반유대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실제로 루터는 유대인에 대해 강한 비난을 담은 책을 썼고, 훗날 히틀러가 유대인 말살 정책을 세울 때 그 내용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런 역사적 사실들이 문서로도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공간은 대한민국이 건국되기 이전과 6.25 전쟁 당시 유대인들이 한국을 위해 어떤 기여를 했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홀로코스트 참상을 알리는 전시 공간을 비롯해 △1948년 독립 이후 이스라엘의 눈부신 발전상 △스페인 종교재단을 통한 유대인 학살의 역사 △유대인들이 인류 역사에 끼친 위대한 기여 △세계 역사를 다시 쓰는 유대인들 등이 전시돼 있다.
송 대표는 “우리가 직접 유대인을 박해한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기독교가 발전해 오면서 저질렀던 죄에 대해 외면할 수 없는 우리도 역사적으로 공동책임 인식을 가져야 한다, 우리 기독교 역사의 조상들이 지은 죄는 회개해야 하고, 그 진실을 알고 유대인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모세오경에서 ‘내가 너희를 애굽에서 인도해 냈으니 내 말을 들으라’는 말씀처럼, 유대 민족은 하나님의 구속 역사를 이루는 데 핵심적인 존재다. 그런데 우리는 예수님만 강조하면서 유대적 전통이나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오히려 배척해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600만 명의 죽음이라는 비극은 단순히 나치, 히틀러 개인의 악행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기독교와 그 후손들이 얼마나 유대인들을 오해하고 멀리했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래서 이 전시는 단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우리 신앙인들이 회개하는 마음으로 유대인과 이스라엘을 바라보게 만드는 교육적·신앙적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실물 중심의 교육은 그만큼 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과 관련해서 송 대표는 “크게 두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정치적인 시각이고, 다른 하나는 성경적인 시각이다. 정치적으로 보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그 지역에서 오래 살아왔는데, 유대인들이 갑자기 들어와서 그 땅을 차지한 후 숫자가 많아지고 무장도 잘 되어 있으니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몰아내고 죽이면서 영토를 넓혀간다’는 식의 해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성경에서 말하는 관점은 전혀 다르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시고 ‘이 땅을 영원히 너와 네 후손에게 주겠다’고 약속하셨다. 성경에선 분명히 하나님의 말씀은 변하지 않는다고 가르친다. 결국 이스라엘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 역시 지금도 유효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송 대표는 “성경에는 이스라엘의 회복에 대한 예언이 많다. 이사야서, 예레미야, 에스겔, 스가랴서 등 여러 예언서에서 하나님께서는 ‘마지막 때에 내가 내 백성을 다시 회복시키겠다. 그들의 죄를 다 용서하고 있고 내가 회복하겠다’고 말씀하신다. 유대인들이 A.D. 70년에 쫓겨나 전 세계로 흩어졌는데, 그 이후로 이스라엘 땅에 독립 국가가 세워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이어 “로마, 비잔틴, 오스만튀르크,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국의 지배까지 있었지만, 나라가 성립된 적은 없었다. 그러다가 유대인들이 ‘우리의 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따라 자발적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결국 1947년 11월 29일 유엔이 홀로코스트로 큰 고통을 겪은 유대 민족을 위해 그 땅에 나라를 세우는 것을 승인했고, 이스라엘은 1948년 5월 14일 공식적으로 독립을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에 따르면, 지금 이스라엘 내에는 약 200만~250만 명 정도의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 시민이 있다. 이들은 시민권을 가지고 이스라엘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 외에도 약 450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치 지역에 살고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 시민권을 갖고 있지 않다.
송 대표는 “이들이 물론 평화적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일부 극단주의 세력, 즉 팔레스타인 과격파들이 ‘이 땅은 원래 우리의 것’이라며 투쟁과 테러를 일으키고, 그것에 이스라엘이 대응하면서 지금처럼 계속 갈등이 심화됐다”고 했다.
그는 “최근 전쟁도 그런 맥락에서 발생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대규모 테러를 일으켰고,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됐으며 인질도 잡혀갔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전면적인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정보의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스라엘에서 나오는 보도는 거의 알려지지 않고, 대부분의 언론이 아랍권 방송인 알자지라 등에서 제공한 정보만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그런데 그 정보 중 많은 것이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다. 편향된 정보와 기독교를 싫어하는 사람들에 의해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반이스라엘 정서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국제 심포지엄 개최 통해 지속적으로 교육해 나갈 것
송 대표는 “지금은 작게 시작했지만, 2년 이내에 이 전시관을 좀 더 확장하고 규모 있게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유대인 단체나 홀로코스트 관련 재단들과의 연결을 시도하고 있고, 그쪽에서 운영비 지원 같은 것도 가능할지 알아보려 한다. 얼마 전에는 독일 대사관의 문화 담당 제1비서가 저희 전시관을 다녀갔다. 한국에 이런 전시관이 세워졌다는 것에 대해 깊이 감사하고 감동하셨다. 앞으로 독일 내 기관들과도 연결을 시도하려 한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에 홀로코스트 기념관이 6~7개 이상 있는데 규모도 크고 교육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곳들을 방문하고, 국제 심포지엄도 열어 이 비극적인 사건이 오늘날 어떤 의미를 갖는지,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함께 논의하고자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곳이 휴전선과 가까운 곳이다 보니까, 그 특성을 살려서 특별한 코스를 하나 개발했다. 전시관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에 통일촌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38선 근처에서 개성 방향을 바라보며 남북한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이스라엘의 고난과 우리의 분단 현실을 함께 묵상하고 하나님 나라, 화해와 회복의 의미를 더 깊이 체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