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허물고 존재 이유 회복
6월 8일 주일, 본당 예배는 ‘없음’
단순한 이벤트나 프로그램 넘어
교회 신뢰 위기, 자기중심적 구조
극복하고 회복 결단, 선교적 전환
예배의 본질적 질문, 신학적 도전
사도행전적 교회, 그 원형 회복을
복음 품고 세상 향한 선교 공동체
50주년, 힘 빼고 이웃 교회 향해
처음 품었던 선교적 교회 정신

부산 수영로교회(담임 이규현 목사)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전 성도가 참여하는 기념예배 대신 ‘교회를 비우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부산 최대 교회인 수영로교회는 6월 8일 주일 대형 예배당에서 화려한 기념예배를 드리는 대신, 성도들이 전국 1,700여 농어촌교회, 미래자립교회, 고향 교회 등으로 흩어져 함께 예배드리는 ‘흩어지는 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지역도 서울부터 제주도와 해외 선교지까지 다양하다. 개인별로 찾아갈 교회를 정할 수도 있지만, 교구와 기관별로 도움을 주고받았던 교회들을 우선적으로 방문해 예배에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참여 교회를 찾지 못할 경우 교역자들의 안내를 받을 수도 있다.
이날 수영로교회에서는 장년부터 교회학교까지 모든 본당 예배를 드리지 않는다. 그간 미래목회포럼의 명절 고향 교회 방문 캠페인 정도의 교류는 있었지만, 재난이나 전염병 상황도 아닌 주일에 대형교회가 현장예배뿐 아니라 온라인 예배까지 완전히 드리지 않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수영로교회는 이번 ‘흩어지는 예배’를 50주년 최대 사역으로 비중 있게 진행하고 있다.

이번 ‘흩어지는 예배’는 단순한 이벤트나 프로그램을 넘어, 한국교회가 현재 직면한 신뢰의 위기, 폐쇄성, 자기중심적 구조를 극복하고 교회의 존재 이유를 회복하려는 신앙적 결단이자 선교적 전환 등을 표방한다.
‘흩어지는 예배’에 대해 이규현 목사는 성도들을 향해 “올해 창립 50주년 기념 ‘흩어지는 예배’에 대한 소식을 듣고, 처음엔 다소 당황스러우셨을지도 모르겠다”며 “그러나 이번 예배는 단순한 기획이 아니라, 우리 교회가 사도행전적 교회, 즉 교회의 원형으로 돌아가려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규현 목사는 “예루살렘교회는 모이는 교회였고, 안디옥교회는 흩어지는 교회였다. 두 교회 모두 성령 역사 가운데 있었지만, 결국 세계 선교의 중심은 안디옥교회로 옮겨졌다”며 “수영로교회도 50년 전인 1975년 6월 1일 ‘선교교회’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이는 단지 내부 결속을 위한 공동체가 아니라 복음을 품고 세상으로 흩어지는 선교적 공동체였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50주년을 기념해 스타디움에 모여 웅장한 예배를 드릴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오히려 힘을 빼고 이웃 교회로 나아가는 길을 택했다”며 “그것이 우리가 처음 품었던 선교적 교회의 정신에 더 가까운 길이라 믿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이번 ‘흩어지는 예배’는 우리 교회 50주년의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다. 이 예배를 통해 모든 성도가 흩어지는 예배자로서 선교적 삶의 의미와 정체성을 확인하고, 그동안 받은 은혜를 이웃 교회들과 함께 나누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한 번의 예배로 모든 것이 완성되지는 않겠지만, 이것은 분명 하나님께서 우리 공동체에 주시는 사명의 시작점”이라고 밝혔다.
이 목사는 “우리가 한국교회를 어떻게 섬기고 세계 선교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교회 전체가 함께 응답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며 “흩어지는 예배, 다 함께 갑시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흩어지는 예배’에 대해 미성대 이상훈 총장(선교학 박사)은 지난 4월 29일 수영로교회 로드맵 컨퍼런스에서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교회의 존재론적 전환, 즉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To Do)’보다 ‘우리가 누구인가(To Be)’에 집중하는 전환”이라며 “예배는 교회의 본질이며, 교회는 선교적 공동체이다. 이 실천은 교회가 선교적 교회로 회복될 수 있는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이상훈 총장은 “이러한 실천이 프로그램화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성도들이 부담이 아닌 본질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신학적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며 “교회가 작고 지속 가능한 사역부터 일상 안에서 복음적 관계를 맺어갈 때, 그 선교적 정체성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이규현 목사는 “우리는 교회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물어야 한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교회당 안에 가둬 두신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으로 부르셨음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며 “흩어지는 예배는 단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는 길이고, 성령님이 임하셨던 오순절 다락방의 감격을 오늘 우리도 경험하기 원하는 마음”이라고 답했다.
이규현 목사는 “조금은 불편할 수 있지만, 고향 교회와 농어촌 교회, 미래자립교회와 섬마을 교회 등으로 흩어져 그들과 함께 예배하고 축복하며 그 교회 안에 부흥이 임하도록 기도한다면, 분명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새로운 비전과 메시지를 보여주실 것”이라며 “이 예배는 한국교회에 신선한 도전이 될 것이고, 많은 교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게 될 것이다. 기쁨으로 참여해 주시길 바란다”고 권면했다.
◈본당 로비 부스와 참여 플랫폼
수영로교회는 ‘흩어지는 예배’의 신학적 의미와 사역의 목적과 가치를 성도들과 나누기 위해, 본당 로비에 특별 부스와 조형물을 설치했다. 부스에는 ‘흩어지는 예배’의 의미와 참여 방법, 소개 영상, 참여 교회 안내 등을 마련했고, 포토존과 상징적 조형물로 성도들이 예배의 메시지를 미리 체험하며 기쁨을 나누게 했다.
성도들은 각자 흩어진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며 ‘감사의 마음과 선교적 헌신’을 함께하게 된다. 수영로교회는 ‘흩어지는 예배 감사헌금봉투’를 준비해, 방문하는 교회에 금액과 관계없이 감사헌금으로 마음을 나눌 것을 독려하고 있다.

이 외에 ‘흩어지는 예배’ 후 해당 교회 주보 1부를 수령해 다음 주일 수영로교회로 제출하도록 해, 참여 확인과 기록, 다음 섬김을 위한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예배 중 사진과 기록 등도 접수받는다.
장거리 이동이 필요한 경우에는 ‘여행자 보험’ 가입을 권유하거나 기타 안전 준비사항을 안내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도 대비하고 있다.
또 별도 모바일 페이지를 제작해 성도들이 사전에 참여할 교회들의 정보를 열람하게 했고, ‘소망의 씨앗 심기’ 게시판을 통해 각자 다짐과 기대하는 마음을 나눴다. 게시판에는 “우리 가정이 처음으로 시골 교회를 찾아가 예배드리게 되어 설렙니다”, “주님, 작은 교회에 부흥을 허락해주세요” 등 성도들의 간증과 기도가 이어졌다.
특히 ‘흩어지는 예배’의 의미를 성도들과 나누기 위해 손경민 목사의 찬양곡 ‘모이는 예배, 흩어지는 예배’를 공동체 안에서 함께 부르기도 했다. 이 찬양은 모이는 교회로서의 은혜와 흩어지는 교회로서의 사명을 노래하며 성도들의 마음에 복음의 본질을 다시 새기게 했다.

또 수영로교회 성도들 중 이미 농어촌교회, 미래자립교회에 방문해 예배를 통해 누렸던 감격과 은혜를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제작, 시골 교회에서 드린 눈물의 예배, 나눔의 시간, 하나님께서 주신 감동 등을 미리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성도들의 기대와 고백
이번 예배를 준비하며 성도들은 뜨거운 기대를 품고 있다. 박민지 청년은 “예배가 교회 안에서만 드리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것임을 알게 됐다”며 “농어촌교회로 흩어져 예배드릴 때, 우리도 그곳에서 하나님이 일하심을 보게 될 것 같아 설렌다”고 말했다.
김순애 권사는 “어려웠던 시절 고향 교회가 있었기에, 지금의 믿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작은 교회들을 찾아가 함께 예배하고 위로할 수 있다니 감사하다”며 “이번 기회로 우리가 더 큰 교회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작은 교회들과 함께 숨 쉬는 교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영수 장년 성도는 “아이들과 함께 가기로 했다”며 “아이들에게 교회란 우리 교회 건물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람들, 어디서나 주님을 섬기는 곳이란 걸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김서영 다음세대 교사는 “아이들에게 이런 예배의 경험을 주는 것이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며 “함께 나아가며 섬기는 기쁨을 배우고, 예배의 본질을 다시 깨닫게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김문조 청년(다솔마을)은 “우리 마을은 갑을교회를 방문해 예배를 드리며 큰 은혜를 받아왔다. 이번 흩어지는 예배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지체들이 참여해 기도하며 준비하고 있다”며 “우리가 올려드릴 찬양이 갑을교회와 마을, 열방에 십자가의 사랑을 전하는 은혜의 통로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이야기했다.
◈농어촌교회 목회자들의 기대
주일 교회 방문 소식을 들은 농어촌교회 목회자들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경북 안동에서 목회 중인 김대현 목사는 “대도시 교회가 우리 같은 작은 교회를 찾아와 예배드린다니 꿈만 같다”며 “외롭고 힘든 목회 현장에서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남 해남 박영자 목사는 “평소 교회가 적은 수로 예배드리며 지쳐 있던 성도들에게 큰 위로와 기쁨이 될 것”이라며 “함께 예배드리며 서로 격려받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원 평창에서 사역 중인 정지훈 목사는 “예배를 함께 드리는 것만으로도 큰 선물”이라며 “우리가 잊고 있던 복음의 본질을 다시 깨닫게 해주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수영로교회는 앞선 6월 1일 주일예배에서 이규현 목사가 ‘50주년 기념 설교’를 전했고, 이날 저녁 50주년 설립감사예배를 드렸고, 다큐멘터리 뮤지컬 ‘수영로, 여섯 성읍의 비밀’ 공연을 선보였다.
이 외에 6월 2일 로드맵 컨퍼런스, 4일 임직 및 은퇴식, 6일 다음세대 교육 컨퍼런스 ‘Next Mission’, 11일 감사 음악회 및 5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상영, 17-20일 선교사 홈커밍, 23-27일 선교 엑스포 등을 진행한다.
모바일 가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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