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 700리 북부내륙선 따라
‘그들만의 평양’에 갇혀, ‘평양
공화국 너머 사람들’ 보지 못해
평양 밖 북조선, 전혀 다른 곳
압록강 700리, 북한 기차역과 사람들
강동완 | 너나드리 | 328쪽 | 32,000원
“혹자는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고도 했다. 평양이 마치 북한의 전부인 양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행복하다 포장한다. 서울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도 강조한다. 그곳에도 똑같이 사람이 산다며….
하지만 평양의 시간은 결코 평양 밖 시간과 똑같이 흐르지 않는다. 북중 국경에서 바라본 ‘평양 밖 북조선’은 분명 평양의 시간과는 다르게 흘렀다. 혁명의 수도라는 평양직할시와, 국경지역 시골 마을의 차이 정도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간격이 컸다. … 평양시민과 북한 주민의 삶은 그 간격만큼이나 아프고 서러웠다. 분명 ‘그들만의 평양’에 갇혀, ‘평양공화국 너머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북중 국경에서 북한 주민들의 ‘평범한 삶’을 촬영해 그들의 진짜 실상을 공개하고 있는 강동완 교수(동아대)가 <압록강 700리, 북한 기차역과 사람들: 북부내륙선(만포-혜산)을 달리다>를 펴냈다. 이번 책에서는 한반도에서 가장 긴, 북한과 중국 사이 경계가 되어 흐르는 700리 압록강을 따라가며 그들의 모습을 올칼라 양장판으로 담았다.
위 두 번째 문단의 작은따옴표 내 명칭들은 모두 강 교수가 냈던 책들의 제목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그곳도 사람 사는 세상이라며 ‘북한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심었던 첫 문단 속 작은따옴표 제목으로 나왔던 책에 대한, 통렬한 반박이었다.
특히 이번 책에서는 만포부터 혜산까지, 압록강을 따라 건설된 북부내륙선 기찻길 군데군데 세워진 기차역들을 중심으로 기록을 남겼다. 국경에서 북녘 마을이 보일 때면, 어김없이 그곳에 기차역이 서 있어 궁금하던 차였다. 여기에 데일리NK의 ‘북한철도 안내도’를 참고했다.
“중국 연길의 골동품 시장을 헤매던 중 북한 책 한 권이 눈에 띄었다. <조선의 건축>이라는 제목의 사진집에는 압록강을 따라 건설된 북부내륙선 철길에 대한 내용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평안북도 만포시에서 양강도 혜산시에 이르는, 길이 240km의 북부내륙선 기찻길.
개마고원의 험준한 산세를 뚫고 압록강을 에돌아 ‘만포혜산청년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했다. 청년돌격대가 동원되어 수년간 이뤄진 공사 현장이라면 그야말로 수많은 고통이 뒤따른 죽음의 건설장이었을 것이다. 압록강을 따라 건설된 북부내륙선 기찻길을 따라가면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에 걸친 수많은 마을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차를 타고 압록강을 따라 달릴 수 없기에, 저자는 강 건너편에서 자동차를 타고 압록강을 거슬러 마치 탐정처럼 꼼꼼하게 하나하나 모든 지역들을 찾아 셔터를 눌렀다. 과거 북한에서 서해5도로 떠내려온 쓰레기들을 수집해 브랜드와 디자인으로 오늘의 북한을 읽는 <서해5도에서 북한 쓰레기를 줍다>를 펴낼 정도의, 진정한 ‘통일 덕후’답다.
저자의 이번 책은 본지에도 연재된 <평양 밖 북조선: 999장의 사진에 담은 북쪽의 북한>을 비롯해 <그들만의 평양: 인민의 낙원에는 인민이 없다>, <평양 882.6km: 평양공화국 너머 사람들>에 이은 ‘북중국경 시리즈’ 네 번째 도서다.
벌써 28번째 북한 관련 도서를 펴낸 저자는 총 99권을 집필한 후 마지막 100번째 책으로 자서전을 쓰고 ‘통일조국을 위해 작은 노둣돌 하나 놓은 사람’이라는 서명을 남기는 것이 꿈이다.
이 외에도 통일 크리에이티브로 ‘통일만 생각하고 통일을 사랑한다(통생통사)’는 의미의 유튜브 ‘강동완 TV’를 운영 중이며, 최근 북한 인권 개선과 탈북민 자녀들을 위한 돌봄학교 및 통일문화센터(북한박물관) 건립을 목적으로 ‘사단법인 통일한국’을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