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보디빌딩을 하는 이유, 유튜브를 하는 이유, 새벽예배에 나가고 매일 운동하는 이유, 다 한 가지입니다. 하나님께 영광 돌리기 위해서예요. 제 삶의 주인은 제가 아니라 하나님이시거든요.”
이순호 형제는 자신의 하루를 이렇게 정의한다. 세상 사람들은 이 형제를 ‘편마비 장애를 이기고 보디빌더가 된 기적의 사나이’라 부르지만, 정작 그는 자신을 ‘하나님을 위해 살아가는 작은 사람’이라 소개한다.
2018년 11월 3일,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그는 1톤 트럭과 충돌하며 생사를 넘나드는 사고를 당했다. 무엇보다 뇌출혈로 인한 왼쪽 몸의 마비. 회복 불가능하다는 진단 속에서, 그가 가장 먼저 부른 이름은 하나님이었다. 이순호 형제는 그렇게 기도했고, 그렇게 살아났다.
“그날 이후 제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죽지 않고 깨어난 이유는 분명히 있다고 믿었어요. 하나님이 저를 여기에 남기신 이유 말입니다.”
“운동은 재활이 아니라 예배였습니다.” 처음 잡은 아령은 ‘근육’보다 ‘의지’를 세우는 도구였다. 오른팔 하나로 바벨을 들고, 한쪽 다리로 균형을 잡으며 고통의 반복 속에서도 그는 웃었다. 패배감은 없다. 오히려 그는 지금, 비장애인 보디빌딩 대회에서 입상하며 사람들에게 도전과 희망을 전하는 ‘운동 선교사’로 살아가고 있다.
혼자 걸어가던 길에 동역자가 생겼다. 지금은 주님 품에 안기셨지만, 늘 옆에서 아들의 손을 잡고 훈련장을 함께 오르던 아버지, 그리고 교회 성도들의 기도. 그렇게 ‘믿음의 재활’은 차츰 결실을 맺었다. 보디빌딩 무대에 서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 하나님께 예배하듯 운동하며, 자신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고 싶었다.
이순호 형제는 재활을 위해 시작한 헬스 운동을 통해 자신의 몸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몸을 일으키는 것도 어려웠지만, 운동이 쌓이면서 그는 육상과 탁구 등 다양한 종목에 도전했고, 마침내 2023년 대한보디빌딩협회 의정부시장배 피트니스 대회에서 스포츠모델 3등, 보디빌딩 2등에 입상했다.

이후에도 그는 편마비 장애인으로는 유일하게 각종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했고, 점점 더 극한의 한계에 도전해 갔다.
그러던 2025년 초, 그는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 몸이 보내는 분명한 경고였다. 그러나 그는 시합을 멈추지 않았다.
“수술은 시합이 끝난 뒤에 받자.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를 중단할 순 없다”는 고백 속에, 그는 암과 싸우는 몸으로도 단 한 번의 포징을 놓치지 않았다. 결국 그는 2025년 4월 WNGP 고양대회에서 –60kg 보디빌딩 3위, 노비스 3위, 특별상까지 수상했다. 모든 시합은 한쪽 팔과 다리를 전혀 쓰지 못한 채, 그리고 암까지 껴안은 채 오른쪽 몸 하나로만 싸워야 하는 일이었다.
“사람들은 ‘어떻게 그 몸으로 시합을 뛰냐’고 묻지만, 제겐 그게 예배였어요. 고통 중에도 하나님을 찬양하는 몸이 되고 싶었어요. 운동은 제게 있어 치유의 도구였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하나님께서 사용하신 도구였죠. 저는 그분의 손에 붙들린 몸이 되어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는 현재 유튜브 채널 ‘편마비 보디빌더 이순호’를 통해 자신의 재활 과정과 운동 일상을 나누고 있다. “장애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어요. 다만 하나님을 의지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그의 최종 목표는 ‘장애인 최초 나이키 모델’이 되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 눈에는 운동성과 외모를 뽐내는 자리가 될 수 있지만, 이순호 형제에게 그것은 하나님의 이름을 세상 한복판에서 외치는 선교의 무대다. 그 꿈조차도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의 연장이었다.
“하나님이 제게 주신 이 몸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욥이 고난을 지나 하나님의 영광을 보았듯, 저도 누군가에게 하나님은 너도 쓰실 수 있다고 증언하고 싶습니다.”
이순호 형제는 인터뷰 말미, 기도 제목을 묻는 말에 이렇게 말했다.
“사고로 잃은 왼쪽 몸보다 더 무서운 건 믿음 없이 살아가는 마음이었습니다. 지금도 매일 오른손으로 제 영혼을 일으키는 기도를 드립니다. 끝까지 하나님 붙들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이순호 형제의 도전은, 장애를 딛고 일어난 한 사람의 이야기를 넘어, 신앙의 여정 그 자체였다. 그는 증명하고 있다. 장애가 끝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