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중남부 지역과 중남미에서 성경에 대한 높은 신뢰와 관심이 두드러졌다. 반면 북미와 서유럽 등 세속화된 국가 그룹에선 성경에 대한 무관심이 큰 도전 과제로 드러났다.
세계성서공회연합회(United Bible Societies, 이하 세계성서공회)가 4월 30일, 지난 2년(2023~2024)에 걸쳐 전 세계 85개국 9만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글로벌 성경 인식 조사’(World Bible Attitude Survey) 결과를 발표했다.
성경에 대한 인식과 참여도를 전 세계적인 맥락에서 파악하고 이를 통한 선교 접점을 제시하고자 시작된 이번 프로젝트는 영국성서공회와 협력, 글로벌 여론 조사 기관인 갤럽(Gallup)을 통해 조사가 실시됐다.
최근 세계성서공회가 발표한 ‘2024 세계 성서 번역 현황’에 따르면 전 세계 61억명이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성경을 접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성경의 접근성은 좋아졌지만, 성경을 읽고 삶에 적용하는지에 대한 성경 활용 여부는 또 다른 측면인 만큼 종교 및 성경에 관한 생각과 성경 사용 빈도 등을 확인코자 한 것이다.
조사 결과 전 세계 기독교인의 42%는 적어도 매주 한 번 이상 성경을 사용한다고 답했으며 기독교인 4명 중 3명, 비기독교인 중에서도 10명 중 1명은 성경을 더 알고자 했다. 이들은 대부분 기독교가 사회 주류를 이루는 라틴 아메리카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에 집중돼 있었다. 라틴 아메리카는 세속화돼 가나 그럼에도 여전히 성경에 대한 관심도는 높았고, 종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선 성경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들 지역을 제외하고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무슬림들이 사회의 주류인 사헬(사하라 사막 남쪽 주변) 지역과 북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등에선 종교적 요인으로 또 정치·경제적 요인으로 성경 접근과 참여 자체가 어려웠으며, 열악한 상황에서 소수의 기독교인만이 제한적으로 성경을 접하고 있는 현실이었다. 다종교 사회인 아시아에서도 기독교인들이 소수에 그치다 보니 성경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북미와 서유럽, 호주권 등 세속화가 확산하며 기독교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들과 기독교가 사회 주류였지만 점차 쇠퇴하며 세속화의 길을 따르고 있는 동유럽 지역에선 일상 가운데 종교의 중요성이 낮아지면서 성경에 대한 관심도도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같은 성경에 대한 무관심과 인식 부족은 이곳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교회들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전체 조사 대상자 중 64%는 성경에 관한 관심이 없었으며, 10명 중 7명은 성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회는 남아있다. 조사 대상자 중 69%가 종교가 그들의 삶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답했으며, 81%가 신이나 초월적인 존재에 대해 믿는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이는 세속화되는 서구의 분위기와는 달리 전 세계적으로 종교가 사람들에게 여전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조사 결과와 관련 세계성서공회 측은 “성경에 대한 무관심이 확산되고 있는 지역과 여전히 깊은 관심을 보이는 지역 간의 격차는 향후 세계 복음화 전략과 성경 보급 활동에 있어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라면서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성경이 다음 세대와 세계 속에서 의미 있는 메시지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더욱 세심하고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성경에 대한 높은 관심과 활용도가 확인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 지역은 세계성서공회의 성서 출판 지원 센터 역할을 수행하는 대한성서공회(이사장:김경원 목사)가 집중적으로 성경 보급 사역을 전개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한성서공회는 성경 제작과 미자립성서공회에 대한 기증 등을 통해 성서 사업을 지원하고 있는데, 2024년 한 해 동안 보급한 해외 성서 총 420만여부 중 53.9%를 아프리카에, 14.8%를 라틴 아메리카에 전달한 바 있으며, 같은 해 기증한 총 84만여 부 중 절반 이상인 42만여 부를 아프리카에 기증했다.
대한성서공회 권의현 사장은 이에 대해 “성경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가 높은 지역에 하나님의 말씀을 적시에 전하고자 하는 전략적 사역의 일환”이라며, “앞으로도 한국교회의 기도와 후원을 바탕으로 말씀을 기다리는 세계 이웃들에게 성경을 전하는 사역을 지속해 나가기를”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