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본철 칼럼] 순교적 영성으로 무장하게 하시는 성령 : 오피니언/칼럼 : 종교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배본철 교수의 성령론 206


▲배본철 성령의삶 코스 대표(성결대학교 명예교수).
▲배본철 성령의삶 코스 대표(성결대학교 명예교수).

현대 한국교회의 저하된 도덕성과 세상 앞에 영향력을 잃은 영성을 회복할 수 있는 뚜렷한 대안은 무엇일까? 여러 차원에서 그 해법을 궁구할 수는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치유책은 잃어가고 있는 순교적 신앙의 전통을 다시금 교회와 삶속에 확립하는 길이라고 본다.

다시 말해서 오늘날 침체 현상을 보이고 있는 한국 개신교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는 “세상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μάρτυς; 순교자)으로서의 삶을 사는 이들이 별로 많지 않음”에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치유책은, 잃어가고 있는 십자가 신앙의 전통을 다시금 교회와 삶 속에 확립하는 길이라고 본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오늘날의 한국교회에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순교적 영성’(Martyrdom Spirituality)의 보편적 실행이라고 믿는다.

그러면 ‘순교적 영성’이란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먼저 ‘순교’란, 특히 협의적 의미에서, ‘죽음을 택함으로서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 죽음에는 명백한 의도성이 있어야 하며, 그리고 그 목적은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면 ‘영성’이란 무엇인가? 수없이 많은 종류의 영성들을 나열할 수 있고 또 영성에 대한 정의도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겠지만, 필자가 보는 시각에 의하면 영성이란 ‘하나님을 향하여 반응하는 인간 영혼의 태도’이다.

그러므로 ‘순교적 영성’이란 ‘그리스도를 증거하기 위해 죽기까지라도 하겠다는 투철한 각오로 매사에 하나님을 섬기는 영혼의 태도’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의식을 지니고 생명을 다해 전심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삶 속에서 발휘되는 순교적 영성의 실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오늘의 한국교회가 절실히 목말라하는 것, 그것은 그리스도를 위한 증거자로서 ‘날마다 죽노라’(고전 15:31)의 삶을 살아가는 제자들이 확산되는 일이다.

“오직 성령이 각 성에서 내게 증언하여 결박과 환난이 나를 기다린다 하시나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행 20:23-24)

뿐만 아니라 순교적 영성은 십자가 신학의 핵심이다(Martyrdom Spirituality is the core of the Cross Theology).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서 자신의 몸을 희생함을 통해 순교적 영성의 모범을 보이셨다. 그리고 자기를 따르는 제자들에게도 역시 복음의 증인으로서의 삶을 살 것을 부탁하셨다(눅 24:48, 행 1:8, 26:16).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을 포함한 초대교회 성도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비장하게 복음을 증거하였다.

로마 제국 내에서 기독교에 대한 대대적인 박해 시대가 찾아오자, 크리스천들에게 있어서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한다는 것은 곧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을 연상케 하는 것이었다. 그들 중의 많은 사람들은 형제를 위해서 십자가에 매달리고 신을 위해 화형 당했다. 그리스도가 지신 곤욕의 십자가를 그들도 등에 지고 그리스도를 따랐던 것이다. 마침내 순교자들의 피는 교회의 씨앗이 되었고, 고귀한 순교의 피로 얼룩진 초대교회의 역사는 실로 교회사의 황금시대였다.

루터(Martin Luther)는 중세교회의 영광의 신학(theologia gloriae)에 반기를 들고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와의 연합에 크리스천의 정체성을 두는 십자가 신학(theologia crucis)을 강조하였다. 맥그라트(Alister McGrath)는 루터의 십자가신학이 자만하고 승리감에 차 있으며 또한 안심하고 점잔을 빼고 있는 교회에 대하여 심판을 내리며, 그 교회에게 십자가의 뿌리를 환기시켰다고 보았다. 루터는 이러한 십자가 정신의 강조를 통해 허영과 위선과 교만에 부풀어 있던 중세교회를 예리하게 구별해낼 수 있었다.

몰트만(Jürigen Moltmann)은 참된 기독교 신앙은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께 집중하게 될 때 크리스천의 경건은 어떠한 고난과 허영과 유혹과 죽음까지도 초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된다.

주기철 목사는 그의 마지막 유언과도 같은 ‘5종목의 나의 기도’에서 다음과 같이 기도하였다; “오 주님 예수여! 내 영혼을 주님께 부탁합니다. 십자가를 붙잡고 쓰러질 때 내 영혼을 받으시옵소서. 옥중에서나 사형장에서나 내 목숨 끊어질 때 내 영혼 받으시옵소서.”

이러한 순교적 각오와 결단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와 십자가의 죽음까지라도 함께 한다는 ‘십자가 자의식’(Self-consciousness on Cross)이 없이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십자가 자의식은 제한된 몇몇 사람들만의 것인가? 만일 반대로 모든 크리스천들의 영적 현주소가 십자가에 달린 예수 그리스도와의 연합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십자가 자의식에 근거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바로 순교적 영성의 참된 발로이며, 이런 점에서 볼 때 순교적 영성은 십자가 신학의 자연스런 귀결인 것이다.

배본철 성령의삶 코스 대표(성결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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