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터공동체 옹기종기는 자줏빛 패랭이꽃이 한창이다. 진입로에 늘어선 종려나무들은 특이하고, 말씀을 새긴 바위들은 든든하다. 샘솟는 연못 위로 인공폭포가 쏟아진다. 깔끔하게 전지한 나무들과 아름드리 적송으로 지은 정자는 잘 어울린다.
김기중 목사(한국농어촌선교단체협의회장)와 이주순 사모는 지난 3년 동안 맨 손으로 옹기종기를 아름답게 일궜다. 김 목사 부부는 2022년 사재를 털어 금강하구 너른 논밭이 펼쳐진 충남 서천군 화양면 남성리(화한로495번길 80-43)에 토지와 임야 약 3만3000㎡(1만평)를 마련했다. 직접 축대를 쌓아 경사진 땅을 고르고 나무와 잔디를 심었다. 예배당 ‘산들강의집’과 게스트하우스를 건축하고, 은퇴한 농어촌 목회자들과 함께 일할 해썹(HACCP) 인증 작업장을 만들었다. 그렇게 2023년 3월 29일 ‘일터공동체 옹기종기’의 문을 열었다.
일터공동체 옹기종기(이하 옹기종기) 입당예배를 드릴 때, 김기중 목사를 인터뷰했다. 40년 동안 농어촌 교회와 선교를 위해 일한 김 목사는 ‘내려놓는 심정’으로 옹기종기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 교회를 비롯해 20곳이 넘는 교회에서 청빙 요청을 받았지만 “농어촌 목회자들을 만나고 섬기면서 다른 길을 갈 수 없었다”고 했다. “예순을 넘어 사역을 정리해야 할 시점에 옹기종기를 세웠다. 모두들 만류했다. 하지만 농어촌 은퇴 목회자들을 위해서 내가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했다.”
김기중 목사는 한국교회와 교단들에게 끊임없이 농어촌교회 대책을 촉구했다. 특히 평생 사명감으로 농어촌 교회를 지킨 목회자의 은퇴 후 문제를 제기하며 대처해야 한다고 외쳤다. 농어촌 은퇴 목회자들이 의식주 기초생활과 경제 어려움에 직면한다는 것, 주일에 예배드릴 교회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관계 단절이 심각하다는 것, 목회와 사역을 떠난 후 심각한 우울감과 공황에 시달린다는 것을 호소했다.
하지만 한국의 장자 교단도, 최대 교단도 농어촌 은퇴 목사들을 위한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결국 김기중 목사와 이주순 사모는 경기도 양지의 자택을 매각했다. 그 자금으로 옹기종기 터를 매입하고 공동체를 세웠다. 옹기종기를 만들면서 김 목사 부부의 꿈은 소박했다. 생활이 어려운 은퇴 목회자 12명과 함께 일하면서 생활안정, 관계회복, 심신건강을 유지할 수 있길 원했다. 평생 목양과 사역으로 지친 은퇴 목회자들과 함께 여행하고 묵상하면서, 여유롭고 평안한 노년의 삶을 누리게 하고 싶었다.
소박한 꿈을 실천한 지 3년, 김 목사 부부는 하나님께서 더 큰 일을 하셨다고 말했다.

“2년 동안 옹기종기에 찾아와서 우리 사역에 공감한 사람들이 3200명이 넘는다. 한국의 모든 교단에서 총회임원과 농어촌부서 담당자들, 은퇴 후 삶을 고민하는 목회자들과 성도들까지 찾아왔다. 옹기종기를 통해서 은퇴 후의 삶을 새롭게 그렸다고 말했다. 각 교단에서 옹기종기와 같은 자활자립 공동체를 만들 생각을 하고 있다.”
40년 동안 그렇게 외쳐도 꿈쩍 않던 교단과 교회들이 옹기종기를 보며 깨우친 것이다. 드디어 농어촌 목회자의 은퇴 이후를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 교단들은 농어촌 목회자의 은퇴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책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옹기종기가 한국교회에 실제적인 대안을 보여준 것이다.
3년 동안 옹기종기를 일군 김 목사 부부는 여전히 수고한다. 연로한 은퇴 목회자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곧 김 목사 부부가 계속 섬겨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주순 사모는 40여 년 동안 세브란스병원에서 행정 업무를 했다. 평생 사무직을 한 이 사모는 옹기종기를 세우기 위해 육체노동을 했다. 터전을 가꾸고, 은퇴 목회자들을 섬기고, 일거리 준비와 진행까지 힘이 들었다. 이 사모는 “이제 3년차가 되니 노동도 몸에 익고 일머리도 알게 됐다”며 웃었다.
“우리 (김기중) 목사님이 갖고 있는 (농어촌 은퇴 목회자를 위한 사역) 취지를 나도 동의한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옹기종기가 너무 아름답다고 하실 때 기쁘다. 옹기종기에서 은퇴 목사님들이 위로받고 기쁨을 누리길 원한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세미나와 음악회 등을 열고 힐링 하길 바란다.”

김기중 목사는 요즘 옹기종기 뒷산에 ‘묵상의 길’을 만들고 있다. 산림조합에서 진행하는 숲가꾸기사업을 신청해 소나무들을 정리하고 숲길을 내고 있다. 1차 사업이 끝났고 올해 안에 3차 마무리 사업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숲가꾸기를 마치면 숲길을 따라 주기도문길, 팔복길, 맨발길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은퇴 목회자들과 방문객들이 말씀을 묵상하며 영성을 회복하길 위함이다. 김 목사는 “옹기종기의 기도제목은 농어촌 교회에서 은퇴한 목사님들이 품위를 잃지 않고 설교한대로 살아가시는 것”이라며 이 소박한 꿈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끝으로 김기중 목사는 전국에 옹기종기와 같은 농어촌 은퇴 목회자를 위한 공동체가 많이 세워지길 소망했다. 그리고 “공동체는 반드시 내가 먼저 낮아지고 헌신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옹기종기가 ‘일터 공동체’를 표방하고 있지만, 경제성을 강조하는 사업(일터) 관점이 아니라 공동체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옹기종기는 농어촌 은퇴 목회자를 위한 일터공동체로 시작했다. 옹기종기보다 더 나은 공동체가 나오길 원한다. 일자리를 통한 안정된 노후 제공 수준을 뛰어넘어, 은퇴 이후 목회자의 삶 전체를 보살피는 공동체가 생겨나길 바란다.”
한편, 일터공동체 옹기종기는 설립 3주년을 기념해 지난 4월 4일 산들강의집 예배당에서 감사예배와 농어촌목사합창단 행복나눔 음악회를 개최했다. 앞선 3일에도 지역 주민들을 초청해 제15회 농어촌목사합창단 발표회를 옹기종기 야외 잔디 음악당에서 진행하고 의미 있는 문화나눔 사역을 펼쳤다.
일터공동체 옹기종기 탐방 문의 김기중 목사(010-5314-73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