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안 상승세를 이어온 글로벌 빅테크 기업 엔비디아의 주가가 하루아침에 곤두박질쳤습니다.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출시한 인공지능 모델 ‘R1’ 때문입니다. 나오자마자 오픈AI의 챗GPT를 제치고 미국 무료 앱스토어 1위를 차지한 ‘R1’의 돌풍으로 대장주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기술주 전체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딥시크를 설립한 사람은 중국 광둥성 출신의 량원펑(40·사진)입니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이미 인공지능을 이용한 주식 투자 방법을 연구해 왔으며, 졸업 후에는 ‘하이-플라이어’라는 헤지펀드를 공동 설립했습니다. 컴퓨터 트레이딩에 딥러닝 기법을 도입해 고작 4년 만에 펀드 자산을 80억 달러(약 11조5000억 원)로 10배 이상 키우는 성과를 냈습니다. 이후 량원펑은 AI 연구소를 독립시켜 2023년 딥시크를 창업했습니다.
기존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고성능 칩과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AI 모델을 개발해 왔습니다. 그러나 딥시크는 값싼 칩을 활용해 개발비를 대폭 낮추면서도, 경쟁사의 AI 모델과 견줄 수 있는 제품을 내놓은 것입니다. 실제로 ‘R1’은 미국 수학경시대회 문제풀이 정확도(79.8%)에서 오픈AI의 ‘o1’(79.2%)을 넘어서는 성과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딥시크의 독특한 인재 채용 방식도 화제에 올랐습니다. 량원펑은 “핵심 기술 개발은 주로 신입사원이나 경력 1, 2년 차의 젊은 인재들이 맡아 왔다”고 밝혔는데, 이는 대부분의 중국 AI 스타트업이 경력 연구원이나 해외 박사학위 소지자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젊고 창의적인 인재들 덕분에 혁신적인 AI 개발이 가능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하지만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논란이 이어지고 있으며, 다른 AI 기업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수집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는 딥시크 사용을 차단했고, 영국과 독일은 국가 안보 및 데이터 보호를 이유로 딥시크에 대한 규제 조치를 검토 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는 지금 그동안 AI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신생 기업 딥시크가 보여준 저비용·고성능 AI 모델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이의진 도선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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