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세상은 점점 빠르게 변화해 가고 있으며, 한국교회도 변화의 시대를 맞이했다. 세상이 아무리 빨리 변한다 해도 우리 신앙의 근본은 하나님 중심, 말씀 중심, 교회 중심에서 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세상이 변해 가는 흐름에 맞춘 목회의 변화는 필요하다.”
수많은 도전과 기회 앞에 치열하게 사역하는 현장 목회자들이 또다시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이 시점에, 109회기 총회가 던진 고민의 주제는 ‘트랜스 목회’였다.
총회교육부(부장:이형만 목사)가 11월 25일 경기 용인시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에서 ‘제20회 총회목회자특별세미나’를 개최했다. ‘2025 목회 노하우 공개-트랜스 목회’를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 새해를 앞두고 목회 방향을 구상 중인 현장 목회자 등 300여 명이 참석해 관심을 나타냈다.
개회 강의에 나선 총회장 김종혁 목사는 개혁주의 입장에서 ‘트랜스 목회’를 전망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트랜스 목회’를 정의한 김종혁 총회장은 “이제 교회는 더 이상 전통적인 방식만으로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파하고, 공동체를 이끌며, 사람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인도하는 데 한계를 경험한다”라며, 트랜스 목회가 단순히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특정 대상을 위한 맞춤형 사역이 아닌 변화된 사회문화적 환경에 대응해 복음의 본질을 현대적으로 전달하고 교회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려는 노력까지도 포함한 개념임을 설명했다. 이어 신학적, 목회학적, 교회성장학적, 그리고 사회학적 차원에서 가능성을 전망한 김 총회장은 “트랜스 목회는 현대 사회에서 교회가 빛을 발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포용적이고 실천적인 접근은 교회가 시대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유용할 수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개혁주의 입장에서 평가할 때는 그 장점뿐만 아니라 위험성과 한계점도 분명히 짚어야 할 것이다. 지나치게 유연하거나 실용주의적으로 흐를 경우, ‘복음 본질 약화’ ‘성례 중심성 약화’ ‘성경적 메시지 진수 약화’ ‘하나님 말씀 권위 약화’ 등의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랜스 목회를 통해 교회와 세상을 연결하는 통로를 세우기를 바란다. 그러나 한가지 반드시 기억할 것은 복음의 본질을 굳게 붙들어야 한다는 점”이라며, 트랜스 목회의 도전과 함께 다시 복음으로 무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했다.
이후에는 급변하는 세상에 맞춰 교회 전환을 시도한 목회자들의 사역 노하우를 나누는 시간이 마련됐다.
처음으로 소강석 목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이 지났음에도 한국교회가 온전히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로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점을 꼽았다. 그 결과 한국교회에 ‘모라토리움 증후군’(Moratorium Syndrome·지적·육체적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로 진출하는 것을 꺼리는 증상)이 자리잡았다고 주장한 소 목사는 ‘리더십 총체적 궤멸’ ‘슈퍼 처치 분별력 상실’ ‘복음적 케미스트리 위기’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교회 전환을 이뤄야 한다”라면서, 방안으로 △현장 예배에 생명을 걸어라 △현장 예배가 불가능하면 심방 예배로 전환하라 △디지털 플랫폼 목회를 도입하라 △액츠 버든(Acts Burden·사도행전 교회로서의 회복에 대한 부담)으로부터 탈출하라 △‘목사 몰락’(목회 자신감 상실)에서 벗어나라 △미시오 데이(Missio Dei·하나님의 선교)의 삶을 살라 △성육신의 삶을 살라 등 7가지를 제안했다.
다음으로 방성일 목사는 전형적인 전통교회에서 현대적인 교회로 변화하며 부흥을 경험한 하남교회 사례를 소개하며 그 비결을 ‘예배 갱신’에서 찾았다. 강의에 앞서 “한 지역교회의 변화를 교회의 가장 큰 사명인 영혼 구원 측면에서 본다면 어디서부터 바꿔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진 방 목사는 “예수를 모르는 한 사람이 예수를 믿고 세례를 받고 교인이 되는 과정을 보라. 예배라는 현관을 통해 교회공동체에 들어온다. 예배라는 문턱을 넘지 못하면 교인이 될 수 없고, 기존 구성원들도 예배를 떠나는 것이 곧 교회를 떠나는 것과 다르지 않다”라고 예배를 핵심으로 강조했다. 교회가 기존 구성원들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주님의 지상명령을 수행하는 곳이라는 생각의 전환을 요구한 그는 “어떻게 하면 시대에 맞는 교회가 되고 더 많은 영혼을 구원해 교회가 부흥되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면, 가장 좋은 예배는 그 시대에 맞는 예배이고 그 지역에 적합한 예배이다. 항상 새로운 것에는 그 가치와 관계없이 반대와 저항이 있게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교회는 변화해야 하고 그리스도의 복음은 전해져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꾸로 장창수 목사(기독신문 주필)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오히려 아날로그 목회로 부흥·성장한 대명교회 이야기를 전해 참석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장 목사는 “어쩌면 수많은 불신자와 새가족들은 자신들은 디지털화된 사회와 환경 속에서 살면서도 교회만큼은 여전히 ‘아날로그’이기를 바라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의 전환에서 아날로그 목회가 시작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무조건 옛날의 방식을 고수하자는 말은 절대 아님을 전제하면서도,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이 교회를 찾지 않는 것은 한국교회가 너무 세상을 닮아가고 세상과 너무 통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교회다움의 경건함과 수고, 헌신, 시대와 다른 분위기, 경건함 속에 있는 따뜻함과 편안함 등 오히려 이 시대의 현대인들은 그들에게 없는 이러한 불편함과 다름을 갈망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날로그 목회를 뒷받침하는 사역 비법으로 △주일 예배에 은혜받게 하라 △원초적 복음을 외쳐라 △소리를 줄여라 △교회의 프로그램이나 운용을 단순화하라 등을 안내하며, 아날로그적 사고의 목회 바탕은 영성과 지성, 감성, 관계, 섬김에 둘 것을 천명했다.
이외에도 교회 전환의 핵심이 가치이동에 있음을 피력한 김영복 목사(사랑과평화의교회)와 성경이 담고 있는 현장감과 생동감을 되찾아주는 성경 읽기와 설교로 목회자들의 변화를 당부한 권종렬 목사(한우리교회)의 강의도 참석자들에게 도전을 심었다.
행사를 기획한 교육부장 이형만 목사는 “금번 주제는 한국교회가 변화하지 않으면 쇠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끼면서, 가장 먼저 교회의 중심에 있는 목회자가 변화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나누고자 했다”라며 “부디 이번 세미나에서 도움을 얻어 그들의 수고와 기도와 헌신이 현장에서 더욱 더 큰 결실의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