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9일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대폭 칼질을 예고하면서 다음 달 국회 예산안 심의를 두고 여야가 또 정면충돌할 조짐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민생토론회-김건희 여사-검찰 특활비’ 관련 3대 예산을 집중 삭감하겠다는 방침인 가운데, 국민의힘은 “정부 주요 사업 예산은 깎고 이재명 대표의 ‘포퓰리즘 예산’을 늘리려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 野 “윤석열-김건희-검찰 예산 삭감”
복수의 민주당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당 정책위원회 주도로 각 상임위원회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 관련 예산안에 대한 ‘현미경 심사’에 돌입했다. 민주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기획재정부에 윤 대통령이 그동안 민생토론회에서 공약한 예산 세부 내역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는데, 내지 않고 있다”며 “관련 예산만 24조~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데 반드시 삭감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김 여사가 그동안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진 자살 예방 등 ‘마음건강 지원사업’ 예산 7892억여 원과 ‘김건희법’으로 불린 개 식용 종식 관련 예산 3500억 원도 주요 삭감 목록에 올릴 방침이다.
검찰의 특수활동비도 집중 삭감 대상이다. 민주당 예결위 소속 또 다른 의원은 “검찰 특활비를 전액 삭감하자는 의견이 당내 다수”라고 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도 당 의원총회에서 “민주당과 충실히 공조해 민생 예산은 살리고 검찰 특활비는 반드시 삭감하겠다”고 했다. 이 밖에 민주당은 ‘뉴라이트 이념 논란’이 제기됐던 독립기념관, 공영방송 이사 선임 논란이 벌어진 방송통신위원회의 운영비 예산도 대폭 줄일 방침이다. 정부의 사업 준비 미비를 이유로 인공지능(AI) 교과서 예산도 깎을 예정이다.
반면 올해로 국비 지원 특례 규정이 일몰돼 중앙정부 지원 예산 1조 원가량이 깎인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 예산은 되돌리겠다는 목표다. 야당은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고교 무상교육 경비 부담 특례를 3년 연장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이 대표의 대표 정책인 지역화폐 발행 예산도 증액 대상이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고에 남아 있는 예비비 중 2조 원을 동원해서 지역화폐 10조 원을 추가 발행하자”며 “이는 할인율 20%를 적용한 것인데, 10%를 적용하면 1조 원으로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주요 공약인 재생에너지 고속도로 기반 확충 및 RE100(재생에너지 전기 100%) 관련 예산도 증액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 與 “이재명 포퓰리즘 지원하나”
국민의힘은 ‘예산 전쟁’을 예고한 민주당을 향해 “국정을 발목 잡으면서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것이냐”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지역화폐를 10조 원 추가 발행하기 위해 국고 2조 원을 투입하자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 “실제 경기 부양 효과를 찾기 어려운 이재명표 포퓰리즘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31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다음 달 7일부터 정부 부처를 상대로 정책 질의에 나서는 등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의에 돌입한다.
민주당은 전날 운영위원회 소위에서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예산안 심사 기간 초과 시 본회의 자동 부의 조항’ 폐지 국회법 개정안을 다음 달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할 방침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정부 예산안 처리를 고의로 지연시키며 예산을 민주당의 쌈짓돈처럼 주무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내년도 예산안이 12월 2일까지인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격화되면서 회계연도 개시일인 내년 1월 1일까지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정부가 전년도 예산에 준해 편성하는 ‘준예산안’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준예산으로 가는 것 역시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자체 감액안을 반영한 예산안 수정안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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