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곡물 협정 7월 18일까지 2개월 극적 연장…러시아-우크라이나 '막판 대타협'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 곡물 협정’ 2개월 추가 연장에 17일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18일까지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산 곡물·식량 운송선 운항에 안전이 계속 보장됩니다.

협상을 중재해온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17일) 집권 정의개발당(AKP) 의원 대상 연설에서 “우리나라(튀르키예)의 노력, 러시아 친구들의 지원, 우크라이나 친구들의 헌신 덕분에 (흑해 곡물) 협정의 2개월 추가 연장이 결정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어서 “이 결정이 모든 당사자에게 혜택이 되는 것을 보길 희망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울러 “우리의 제안과 노력을 진심으로 지원해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유익한 협력을 해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그리고 이 과정에 헌신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도 감사의 뜻을 보낸다”고 덧붙였습니다.

■ 유엔 총장 “러시아와 양해각서 명확”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튀르키예와 함께 중재 역할을 맡아온 구테흐스 유엔 총장도 추가 연장 합의를 확인했습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날(17일) “흑해 (곡물) 협정과, 이에 병행하는 유엔과 러시아연방 사이 양해 각서가 명확”하게 체결됐다고 언론에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같은 합의는 글로벌 식량 안보에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상품(농산물)들은 세계를 먹여살리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기자회견하고 있다. (자료사진)

올렉산드르 쿠브라코프 우크라이나 부총리도 합의 사실을 확인하고 “유엔과 튀르키예에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어서 “이제 주요 도전은 인공적인 장벽들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인공적인 장벽들’이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러시아 외무부도 이날(17일) 흑해 곡물 협정 추가 연장 합의를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불만이 완전히 (추가 연장 조건에) 반영되진 않았다”고 관련 성명에서 지적하고 “협정 이행의 왜곡된 부분들을 하루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만료 직전 ‘극적 타협’

당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튀르키예·유엔 중재로 합의한 뒤 두차례 연장했던 흑해 곡물 협정은 오는 18일 만료 시한을 이날(17일)로 하루 앞두고 있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기존 협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선박이 이날 오전 우크라이나 항구를 출발했습니다.

협정이 추가로 연장되지 않을 경우 세계 식료품 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세계 주요 밀·옥수수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는 흑해 항로에 곡물을 실은 배를 더 이상 보낼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개월 연장 합의에 따라, 이같은 우려는 당분간 잦아들게 됐습니다.

■ 침공 직후 항로 봉쇄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흑해 항로를 봉쇄했습니다.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된 곡물 운송에 차질이 생겼고, 그 결과 세계 식료품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세계 곡물 수출 5위 안에 드는 우크라이나는 수출의 90%를 흑해 주요 항구에서 진행해왔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와 흑해·아조우해(아조프해) 등 주변 해역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와 흑해·아조우해(아조프해) 등 주변 해역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러시아 흑해함대가 바다를 가로막으면서 곡물은 우크라이나 곳곳의 농촌이나 해안 야적장에 쌓여있어야 했습니다.

그 뒤로 곡물이 대량 썩어버리는 일도 발생했고, 러시아군이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 곡물을 훔쳐 외국에 내다 팔기도 했습니다.

이에 유엔과 튀르키예 중재로 흑해에서 곡물 운송을 재개하는 협정이 지난해 7월 체결됐습니다.

■ 곡물 운송선 공격 중단

합의 사항에는 우크라이나 최대 물류 거점인 오데사항을 비롯한 주요 항구에서 곡물 운송선이 이동할 때 러시아군이 공격을 중단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또 운송선이 기뢰 부설 해역을 통과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 함정이 항로를 인도하는 조항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측이 우려하는 무기 밀반입·반출이 일어나지 않도록, 중재 국가인 튀르키예 측이 선박을 검사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120일 시한을 둔 협정이 지난해 11월 한 차례 연장됐고, 올해 3월 다시 연장에 합의했습니다.

2차 연장 당시 우크라이나 측은 기존 협정과 같이 120일 시한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기대했으나, 러시아 측은 60일 시한을 제시했습니다.

60일 시한 만료가 18일이었습니다.

지난주 내내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는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튀르키예와 유엔 중재에 따라 협정 연장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 3천만톤 수출

흑해 곡물 협정 이행을 총괄하는 이스탄불 소재 ‘합동조정센터(JCC)’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 이후 협정 발효를 거쳐 흑해 항로에서 수출된 우크라이나 곡물량은 3천만t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협정의 혜택을 못 받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오히려 “러시아산 농산물과 비료 수출 장애가 더 심해지고 있다”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달 7일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를 방문해 발언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사실상 흑해 곡물 협정 이행 조건을 충족하는 데 실패한 것”이라고 라브로프 장관은 강조했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그러면서 “(협정 당사자인 우크라이나가) 이 문제에 정직하게 접근할 의사가 없다면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은 육로나 강으로 운송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 군함들이 흑해를 다시 막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 러시아 ‘5대 요구’ 상당 부분 반영한 듯

추가 연장의 관건은 러시아의 요구 사항을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느냐로 파악됐습니다.

협정에 따른 수출 대상에는 우크라이나산 농산물뿐 아니라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도 해당되는데, 서방의 제재 탓에 자국 상품의 수출은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게 러시아의 입장이었습니다.

따라서 관련 규제를 풀어야한다고 러시아 당국자들은 꾸준히 요구해왔습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요구 사항을 5개 항목으로 정리해 지난달 발표한 바 있습니다.

첫째, 러시아농업은행의 국제은행간금융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복귀, 둘째, 농업 기계과 부품 공급 재개, 셋째, 보험과 재보험 관련 제재 해제, 넷째, 러시아산 비료 수출을 위한 암모니아 수송관의 우크라이나 구간 재개통, 다섯째, 러시아 농업·비료 관련 기업들의 해외 자산 동결 해제입니다.

이 가운데 어떤 사항들이, 얼마나 이번 추가 연장 합의 조건에 반영됐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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