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부패혐의 유죄 25건 중 체포동의안 가결은 3건 뿐|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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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이후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국회의원의 부패 혐의 관련 사건 13건 중 10건이 법원에서 최종 유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체포동의안이 투표에 부쳐지지도 못한 채 폐기된 사건 18건 중에서도 12건이 유죄로 확정됐다. 국회가 의원 개인의 부패와 비리 혐의에 대해서조차 영장실질심사를 피할 수 있게 동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과거 군사 정권으로부터 의원들의 정당한 의정 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불체포특권이 남용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일반인과의 형평성 문제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 유죄 25건 중 체포안 가결은 3건

26일 동아일보가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1989년 이후 부패범죄 관련 체포동의안 및 수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온 부패 혐의 사건 36건 중 25건이 대법원 등에서 유죄로 최종 확정됐다. 유죄로 확정된 25건 중에서는 중범죄인 징역형(집행유예 포함)이 23건으로 대다수였고, 벌금형이 1건, 자격정지가 1건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유죄 확정 건 가운데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건은 1995년 민주당 박은태, 2010년 민주당 강성종,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 의원 등 3건이었다. 나머지 22건 중 10건은 부결됐고, 12건은 회기 종료 등으로 자동 폐기됐다. 2018년 홍문종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사학재단이 기부받은 19억원을 빼돌리는 등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으나 대법원에서 징역 4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21대 국회 들어 체포동의안 표결을 거친 사건은 모두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2021년 4월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던 민주당 출신 이상직 전 의원은 2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상고심을 진행 중이다. 같은 해 9월 역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던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도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최근 잇달아 부결됐다.

이 같은 논란 때문에 정치권에선 “부패, 비리 범죄에 대해서라도 불체포특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국회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정치학)는 “불체포특권은 권위주의 시절 (표결 등) 의정 활동과 관련된 활동을 보호해주던 장치”라며 “원론적으로 의정 활동과 관계없는 일의 범죄 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부결·폐기 사건 중 무죄 7건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사건 중엔 최종 무죄가 없었지만, 부결되거나 폐기된 뒤 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은 7건이었다. 검찰이 법리를 오해했거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법무부가 2003년 민주당 박주선 전 의원에 대해 나라종금으로부터 2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제출한 체포동의안은 6개월간 계류되다 결국 부결됐다. 박 전 의원은 자금의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최종 무죄를 받았다. 자유민주연합 이인제 전 의원도 2004년 한나라당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2억5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국회로 체포동의안이 넘어왔다. 당시 체포동의안은 폐기된 뒤 재판에 넘겨졌지만 증인의 허위 진술 가능성 등의 이유로 무죄를 받았다.

● 민주, 30일 與 의원 체포안 두고 고심

민주당은 30일 본회의에서 진행될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을 두고 깊은 고심에 빠졌다. 한 달 만에 겨우 잠재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후폭풍에 다시 논란의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비명(비이재명)계 의원은 “검찰이 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정말 절묘한 타이밍에 국회로 넘겼다”며 “국민의힘은 가결시키겠다는데 오히려 민주당이 나서서 부결시킬 수도 없고, 반대로 가결표가 너무 많이 나오면 ‘민주당이 이재명은 부결시키더니 하영제는 가결시키냐’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에선 하 의원 체포동의안이 실제 가결될 경우가 민주당엔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의원은 “하 의원 체포동의안이 가결된다면 이 대표에 대해 추가 체포동의안이 넘어올 경우 민주당도 여론 역풍을 고려해 부결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 의원이 표결에 앞서 과거 권성동 의원처럼 당의 부담을 줄이겠다며 자진 출두의 길을 가는 것도 부담이다. 이 경우 이 대표에게도 ‘동료 의원들에게 그만 부담 지우고 직접 나가라’는 당내 여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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