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군사정찰위성이 왜 필요한지 모를 일[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


북한이 위성시험품 탑재체에서 촬영했다고 19일 공개한 인천과 서울 사진. 김여정은 조악한 품질의 사진이라는 평가에 발끈해 20일 한국을 맹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사진 출처 조선중앙통신북한이 위성시험품 탑재체에서 촬영했다고 19일 공개한 인천과 서울 사진. 김여정은 조악한 품질의 사진이라는 평가에 발끈해 20일 한국을 맹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사진 출처 조선중앙통신
주성하 기자주성하 기자

김여정이 북한의 첫 군사정찰위성 시험용 사진 공개에 대한 남쪽의 보도에 발끈해 노동당 부부장 명의로 20일 담화를 발표했다. ‘주둥이에서 풍기는 구린내’를 운운한 담화문의 수준이 조악하다. 굳이 구린내가 어디서 나는지를 따지고 들고 싶진 않다.

“누가 일회성 시험에 값비싼 고분해능촬영기를 설치하고 시험을 하겠는가”라는 설명도 나름의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년 4월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다니 그때 가서 선명한 사진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북한은 19일에 서울과 인천을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하루 뒤에 바로 담화가 나온 것을 보니 김여정이 북한의 기술력을 깎아내리는 ‘몹쓸 버릇 남조선괴뢰들(?)’에게 단단히 화가 난 것 같다. 하루 종일 한국 포털을 검색해 ‘동네 전문가’들의 발언까지 다 조사한 뒤 장문의 담화를 준비했으니 말이다.

2014년에 일본제 보급형 DSLR 카메라를 달고 날아왔다가 기지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남쪽 곳곳에 추락한 북한의 조악한 무인기들이 기억에 생생하다. 그런 북한이 8년 뒤 정찰위성까지 쏘겠다는데 별것 아니라고 폄훼하니 김여정이 화가 날지도 모르겠다. 제재 와중에 각종 첨단 부품을 힘들게 구해 만든 노력은 설명 없이도 눈물겨울 것이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우리가 하겠다고 한 것을 못한 것이 있었는가를 돌이켜보라”고 큰소리를 쳐댔다.

그런데 이것이 북한의 문제다. 왜 북한이 기어이 지키겠다고 이를 악무는 것이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밖에 없는가. 군사정찰위성을 쏜다는 북한의 곳곳에선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시계 배터리 하나 자체적으로 못 만드는 북한이다. 코로나로 수입까지 중단하니 가정과 손목에서 시계가 멈춰 섰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멈춰 선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성냥공장도 제대로 가동되지 못한다. 라이터돌을 수입해 오지 못하니 사람들이 아궁이에 불을 지피기도, 담배를 피우기도 힘들다.

불이 없고, 해를 보고 시간을 가늠하면 원시시대나 다름없다고 할 것이다. 원시시대는 그나마 산과 들에 먹을 것이라도 풍족했지만, 지금 북한에선 주민들이 굶주림과 싸워야 한다. 농촌진흥청은 기상 악화와 비료 부족 등의 원인으로 올해 북한 식량 수확량이 수요에 비해 100만 t가량 부족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500만 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이런 열악한 처지에도 아랑곳 않고 군사정찰위성을 쏜다고 자랑하니 이 무슨 기괴한 부조화인지 할 말을 잃게 된다.

솔직히 북한에 왜 군사정찰위성이 필요한지도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구글어스, 항공뷰, 거리뷰 서비스로 특정 건물 간판까지 다 볼 수 있는 세상이다. 군부대의 이동을 감시할 목적이라면 이렇게 묻고 싶다. “알면 제대로 막을 수 있을까?”

북한군은 육해공 모두 반세기 전에 생산된, 뜨고 굴러가는 것조차 신기한 고물 장비로 무장하고 있다. 남북의 군사력 격차는 알고도 막지 못할 수준에 이르렀다. 여기에 미군까지 합세하면 더 긴 설명이 필요 없다.

김여정은 “우리가 하겠다고 한 것을 못한 것이 있었는가를 돌이켜보라”라고 말했다. 굳이 그런 사례들을 일일이 설명해줘야 아는지 궁금하다. 다른 것 다 떠나 김정은이 집권 첫 연설에서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했던 다짐은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김여정은 잊어버렸는지 몰라도 인민들은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지금 북한에서 김정은 빼고 허리띠를 풀고 사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김여정은 북한에 대한 한국의 여론만 보지 말고 다른 것도 많이 검색해 봤으면 좋겠다.

가령 이달 초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국가주석의 방한도 북한에 주는 시사점이 많다. 어제의 적이었던 한국과 베트남은 지금 상생의 전략적 동반자이다. 지난 10년 동안 베트남 국민총생산액은 3배 이상, 1인당 소득은 2010년 1690달러에서 2021년 3716달러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베트남 성장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이 다름 아닌 한국이다. 1988년부터 작년 말까지 외국 누적투자액 1위가 한국이다. 삼성이 215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한국 기업의 누적 투자액은 비공식 포함 900억 달러가 넘는다. 한국이 인구 1억 명의 베트남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궁금하다.

김여정은 악담만 퍼붓지 말고 남쪽을 향해 한번 손 내밀어 보길 바란다. 북핵만 포기한다면, 대한민국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지 않는다면 한국은 북한을 언제든 도와줄 의지와 능력이 있다.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는 첫 약속부터 지켜야 인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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