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안 65건 보류… 與 “정부완박” 野 “실효 없으면 삭감”


내년 예산안 심사 대치

“새 정부 국정과제 수행에 필수적인 예산을 모두 삭감하는 건 ‘정부완박’ 횡포다.”(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실효성이 떨어지는 예산을 감액하는 것이 국회의 책무다.”(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예산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사안마다 대치하면서 예산안 심사가 줄줄이 보류됐다. 민주당은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용산공원 조성사업 예산을 비롯해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사업 등 현 정부의 주요 정책 관련 예산들에 일제히 제동을 걸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다수의 횡포”, “예산 폭거”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결국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 2일)을 넘길 가능성도 점쳐진다.

○ 예결위 ‘대통령실 예산’ 공방

감액 심사 마지막 날인 25일 열린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에서도 여야는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예산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수차례 정회와 속개를 반복했다. 민주당은 대통령비서실 업무지원비 158억700만 원 중 5억3000만 원 감액을 주장했고, 여당은 2억 원으로 감액 폭을 축소하자고 맞섰다. 민주당 소속인 우원식 예결특위위원장은 “다른 부서는 줄이면서 대통령 비서실만 늘리는 건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예결위는 결국 두 번의 정회 끝에 업무지원비를 3억 원 삭감하기로 결정했지만 야당이 앞서 단독 처리한 국토교통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예산을 놓고 재충돌하면서 대통령실 관련 다른 예산에 대한 심사는 보류한 채 산회했다.

앞서 민주당은 전날 국토위에서 ‘용산공원 조성 사업’ 예산 303억7800만 원을 전액 삭감하기로 했다가 138억7200만 원으로 수정 의결했다. 감액 폭은 줄었지만 정부안보다 절반 이상이 줄어든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이재명표’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5조9409억 원 증액하고, 윤석열 정부의 공약 사업은 1조1400억 원 감액하는 내용도 단독으로 처리했다. 민주당은 정무위에서도 규제혁신추진단·보훈정신계승발전·재향군인회 지원 등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공약 사업을 줄줄이 깎은 뒤 단독 의결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예결위 간사인 이철규 의원은 “국회가 정부의 동의 없이 증액안을 담고 새로운 비목을 넣는 것은 명백하게 법에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여야가 곳곳에서 충돌하며 결국 예결소위는 22일 기준 9개 상임위원회가 넘긴 30개 부처 소관 예산안 219건 중 65건을 보류시켰다. 정부 원안을 수용한 건 25건이었고, 91건에 대해 6647억2400만 원을 감액 의결했다.

○ 여야 서로 ‘네 탓 공방’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예산안 심사가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을 두고 서로에게 책임을 돌렸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핵심 정책 공약 관련 예산을 칼질해서 넘기는 독주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이 말로는 협치와 상생을 이야기하면서 뒤로는 뺨을 치는 일을 하고 있다”면서 “원만한 국정조사를 위해서라도 다수의 횡포, 예산 폭거를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철규 의원도 “(민주당이) 정부가 기본적으로 수행해 오던 사업을 대거 삭감해 예결소위로 송부해왔다”며 “밤새워가며 예결소위에서 정부 예산안을 심사해 온 여야 의원들의 심사 결과를 다 뒤집고 형해화하는 폭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예산안 처리를 위한 상임위 회의에 불참해 놓고 책임을 민주당에 전가했다”고 공세에 나섰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야당 탓하며 ‘보이콧’을 할 시간에 내년도 예산 처리에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 주길 바란다. 예산 심의는 국민에게 힘이 되도록 예산을 편성하는 시간”이라며 “국민의힘은 국민께 부끄럽지도 않나”라고 했다.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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