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잇단 전술핵 미사일 도발 의도는 한국형 3축 체계 ‘킬체인’ 무력화


사거리 9600㎞ 美 트라이던트 미사일… 태평양 어느 곳에서든 북한 타격 가능

북한이 9월 25일 평안북도 태천 한 저수지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이 최근 핵을 장착할 수 있는 각종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사실상 ‘핵보유국’ 위용을 과시했다. 북한은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장 지도 아래 6개 지역에서 7차례에 걸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이것이 ‘전술핵 운용부대 훈련’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북한이 전술핵무기 실전 배치 계획을 밝힌 적은 있지만 ‘전술핵 운용부대’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북한은 10월 12일 9개월 만에 전술핵 운용부대에 배치된 장거리순항미사일까지 발사했다.

북한이 각종 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한 의도는 무엇보다 한국형 3축 체계인 이른바 ‘킬체인(Kill-Chain)’을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전술핵 운용부대의 다양한 발사 훈련을 통해 목적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목적하는 대상을 목적하는 만큼 타격해 소멸시키는 능력을 발휘했다고 주장하며 그 의도를 드러냈다. 한국형 3축 체계는 미사일 공격 징후를 포착했을 때 선제적으로 타격하는 킬체인,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막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제’, 그리고 북한이 공격을 감행한 경우 압도적 응징을 가하는 ‘대량응징보복(KMPR)’ 등 3가지 작전 형태를 한데 모은 우리 군의 독자적인 북핵 대응 전략이다.

저수지 발사대 탐지 어려워

북한의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 발사 후 비행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또 다른 의도는 미국 핵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의 부산 입항을 비롯해 한미 연합해상훈련, 한미일 대잠수함전과 미사일방어훈련에 대응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이 과거와 달리 미국의 핵 항모가 한반도 해역에 배치됐음에도 도발을 감행한 것은 핵 보유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노림수는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향후 미국과 비핵화 협상이 아닌 군축협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며 “핵 전투무력을 백방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한 점도 이런 속내에 따른 것이다.

북한의 잇단 도발에서 주목해야 할 미사일은 크게 두 종류다. 첫째는 9월 25일 저수지에서 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다. 당시 우리 군은 북한이 평안북도 태천 일대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차량형 이동식발사대(TEL)에서 쏜 것으로 추정했지만, 북한은 한 저수지 수중발사장에서 모의 전술 핵탄두를 탑재한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SLBM을 저수지에서 발사한 것은 우리 군의 킬체인을 회피하려는 의도다.

북한의 저수지 발사는 미국이 1962년 추진한 ‘프로젝트 선라이즈’(이른바 ORCA)에 착안한 것이다. 당시 미국은 저수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계획을 추진하다 이를 취소했다. 이번에 북한이 저수지에서 발사한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600여㎞, 정점고도는 60여㎞였다. 이 미사일은 이른바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미사일의 수중 발사 개량형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11일 열린 무기전시회 ‘자위-2021’에서 해당 무기를 공개하고 19일 신포에서 발사한 바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저수지에서 SLBM을 발사한 국가가 없다”면서 “북한이 한미 정찰·감시 전력을 회피하고자 미사일 발사 플랫폼을 다변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북한이 저수지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3000t급 잠수함 개발이 늦어지는 데 따른 고육지책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잠수함 개발 기술을 지녔지만 천문학적 비용과 코로나19 사태, 국제 제재 등의 영향으로 건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3000t급 잠수함을 건조하려면 3만∼4만 개에 달하는 부품을 외국에서 들여와야 하는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강도 높은 국제 제재로 밀반입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SLBM 3∼4개를 탑재할 수 있는 3000t급 잠수함을 건조해 SLBM 시험발사에 성공하면 ‘게임 체인저’로서 한미일에 위협적이겠지만, 잠수함 개발이 늦어지면서 긴장도를 높일 대안으로 기상천외한 저수지 발사 SLBM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저수지 발사 SLBM은 수중 20~30m 바닥에 있는 발사대에서 미사일을 ‘콜드 론치’(엔진을 점화하지 않고 증기압 등으로 미사일을 밀어 올리는 것)로 물 밖으로 내보낸 뒤 엔진을 점화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저수지 속 수중발사대는 땅 위를 움직이는 이동식발사대보다 탐지와 타격이 훨씬 어렵다는 점이다. 저수지는 위성으로 감시할 수밖에 없는데 북한에는 SLBM 수중발사대를 숨겨놓을 수 있는 이런 대형 저수지가 수십 곳이나 된다.

北 중거리탄도미사일 목표는 미국령 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화성-12형 IRBM이 태평양에 낙하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10월 4일 자강도 무평리에서 발사해 일본 열도 상공을 넘어 태평양에 낙하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도 주목해야 한다. 비행거리가 역대 최장인 4500㎞, 정점고도 970㎞, 최고속도 마하 17로 탐지된 이 미사일은 기존 화성-12형에 비해 탄두가 뭉툭해지고 보조엔진이 잘 식별되지 않는 특징을 지닌다.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일본 열도 상공을 통과한 것은 2017년 8월 29일 화성-12형 이후 5년 1개월여 만이다. IRBM은 미국 분류 기준상 사거리 3000∼5500㎞ 탄도미사일이다. ICBM은 사거리 5500㎞ 이상인 탄도미사일을 말한다. 화성-12형 탄도미사일은 길이 17.4m, 지름 1.65m, 탄두중량 500㎏의 1단 액체연료 미사일로 재래식이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일본 상공을 넘어 IRBM을 쏜 의도는 목표가 미국령 괌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에서 괌까지 거리는 3200㎞, 하와이까지는 7200㎞다. 괌은 미군의 전략자산이 배치된 전략적 요충지다. 북한은 2017년 8월 김락겸 전략군 사령관 명의로 화성-12형으로 괌을 포위 사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핵 무력 완성을 위해 조만간 제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 확실시된다. 핵실험 시기는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종료 시점인 10월 23일부터 11월 8일 미국 중간선거 사이가 유력하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은 북한의 연쇄적인 미사일 도발이 결국 핵실험의 사전 준비 작업일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핵 무력 법제화에 이어 중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 군용기 위협 비행, 포 사격 등으로 도발 범위를 넓혀가는 것도 7차 핵실험을 염두에 둔 수순 밟기라는 분석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에 대응해 미군의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해 핵 공유와 미군 핵 전략자산 순환 배치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미국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당 국민의힘 내에서도 핵무장 등 강경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은 1958년부터 전술핵무기를 주한미군에 배치했지만 1991년 노태우 정부가 북한과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채택하자 모두 철수시켰다.

정밀 타격과 지하 벙커 파괴용 트라이던트II

미국 해군 소속 오하이오급 전략 핵잠수함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트라이던트Ⅱ를 시험발사하고 있다. 미국 해군

미국은 전술핵 재배치와 핵 공유, 한국의 핵무장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10월 12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서 “북한은 불법적인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면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북한과 지속적인 외교를 모색하고, 동시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위협에 대한 확장억제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국대사 대리도 “전술핵 재배치는 한반도 긴장을 크게 고조할 수 있으며, 북한의 오판과 핵 공격에 노출될 위험이 있을 뿐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미국 정부도 확장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확장억제는 동맹국이 적대국의 핵 공격 위협을 받을 경우 미국이 핵우산 등 모든 전력을 동원해 자국 본토와 같은 수준의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지금도 한국에 핵우산이 적용되고 있지만 향후 핵탄두 탑재 전략자산의 상시 순환 배치를 가장 유력한 옵션으로 본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전술핵 재배치 없이도 미국이 보유한 핵무기만으로 한국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면서 “잠수함 발사 트라이던트(Trident) 미사일은 저위력 탄두라 전술핵무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태평양에 트라이던트 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 중 하나 이상을 오로지 ‘한반도용’으로 배정할 수도 있다”며 “트라이던트 미사일은 사거리가 9600㎞ 이상이라 태평양 어느 곳에서든 북한을 타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군은 오하이오급 전략 핵잠수함 14척을 비롯해 다양한 핵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오하이오급 전략 핵잠수함은 트라이던트II 24발을 탑재한다. 미국 전략사령부는 6월 캘리포니아주 남쪽 해상에서 트라이던트II 4발을 시험발사했는데, 당시 트라이던트II는 기존 핵탄두보다 폭발력을 줄인 5㏏ 수준의 저위력 핵탄두를 탑재하고 있었다. 이 정도 폭발력은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3분의 1 수준이다. 저위력 핵탄두는 정밀 타격과 지하 벙커 파괴용이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이런 옵션을 포함한 확장억제를 확실히 보장받는다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충분히 대응할 만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61호에 실렸습니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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