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 항상 이겨야 하는 사회적 배경서 생겨”


‘필즈상’ 허준이 교수 고등과학원 강연

“학생들 이런 현실에 주눅들지 말고

마음껏 폭넓고 깊이 있는 공부하길”

“한국에서 ‘수포자(수학포기자)’가 생기는 이유는 항상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완벽하게 잘해야 하는 사회 문화적 배경에 있다고 본다.”

5일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고등과학원 석학교수·사진)는 13일 서울 동대문구 고등과학원에서 열린 ‘필즈상 수상 기념 강연 및 해설 강연’에 앞서 간담회를 갖고 “학생들이 이런 현실에 주눅들지 말고 자기 마음이 이끄는 대로 폭넓고 깊이 있는 공부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한국 학생들이 유학하며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숱하게 봤다고 했다. 그는 “미국 스탠퍼드대나 프린스턴대라는 최고 대학에서 다양한 문화권과 국가 출신의 우수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한국 학생들이) 준비가 잘돼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좁은 범위에서 완벽하고 빨리 풀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넓고 깊게 하는 공부는 덜 돼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허 교수는 이어 “사회 교육 정책을 조금이나마 당장 바꿀 수 있는 어르신들에게 부탁한다”며 “학생들의 용기가 배신당하지 않도록 좋은 정책의 틀을 짜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자신만의 수학 교육 방법도 소개했다. 그는 “초보 부모로서 잘 아는 게 없다”면서도 “첫째 아들이 만들어 온 수학 문제를 하루에 하나씩 풀고 있다”고 했다. 허 교수는 “대단한 문제를 만들어 오는 것은 아니고 학교에서 봤던 문제를 변형하는 식”이라며 “이런 과정이 수학적, 정서적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이날 필즈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는 ‘경계와 관계’를 주제로 이야기했다. 그는 “순수 수학이 우리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바로 우리가 스스로 편견을 넘도록 해준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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