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계 “처럼회 해산” vs 친명계 “도둑이 시민에 소리치는 꼴”


더불어민주당 내 친이재명(친명)과 비이재명(비명) 의원들이 주말 새 ‘수박 논쟁’을 벌이며 정면충돌했다. 수박은 이재명 의원의 강성 지지층이 ‘겉은 푸르면서 속은 빨갛다’며 이낙연 전 대표 측을 비롯한 친문(친문재인)계 정치인을 비난할 때 쓰는 표현이다.

여기에 친문과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의원들도 ‘범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당 내 강경파 초선 모임인 ‘처럼회’ 의원들에 대한 공개 비판에 나서면서 당 내 계파 전선이 더 복잡하게 꼬여가는 형국이다. 당 내홍을 수습하기 위한 혁신 비상대책위원회까지 출범시키고도 민주당의 ‘신(新)주류’ 쟁탈전이 더 잠입가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처럼회 해산” vs “계파정치로 천수”

정세균계 대표주자인 3선 이원욱 의원과 이재명 의원 최측근 의원 모임인 ‘7인회’ 소속이자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인 김남국 의원은 주말 내내 페이스북으로 설전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 페이스북 캡처

발단은 이 의원이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수박 사진이었다. 김 의원은 이원욱 의원이 “수박 정말 맛있네요”라는 글과 함께 올린 수박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국민에게 시비 걸듯이 조롱과 비아냥거리는 글을 올려서 일부러 화를 유발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행동”이라고 했다. 이재명 지지자들에 대한 조롱의 메시지라는 것. 앞서 이원욱 의원은 6·1 지방선거 패배 직후에도 ‘이재명 책임론’을 꺼내들며 “필요하다면 (내가) 대표 수박이 되겠다”고 적었다. 그러자 이원욱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김 의원을 향해 “누가 정치훌리건의 편을 드는가, 현재 시점에서 의원들을 돌아보면 이른바 ‘친명 의원’”이라며 “‘처럼회’ 왜 해산 안하시나. 해산을 권유드린다”고 적었다. 앞서 이 의원 등 정세균계 의원들은 지난 3일 ‘계파 해체’를 선언한 바 있다.

이에 김 의원은 또 다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계파 정치로 천수를 누렸던 분들이 느닷없이 계파 해체 선언하면 잘못된 계파정치 문화가 사라지는가”라며 “도둑이 선량한 시민에게 도둑 잡아라 소리치는 꼴”이라고 반박했다. 이원욱 의원은 세 번째 글을 올려 “저와 제 주변 많은 동료 의원들은 처럼회를 이재명을 지지하는 의원모임으로 안다”며 “처럼회가 주도했던 이른바 ‘검수완박’ 당시 민형배 의원의 탈당 등 절차적 문제는 없었는지도 의문”이라고 재반박했다.

● 처럼회 비판에 86그룹도 가세

친문 진영의 윤영찬 의원도 처럼회 소속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을 사실상 공개 저격하며 강경파 비판에 나섰다. 윤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우리 당 한 의원이 유튜버와의 인터뷰에서 이낙연 대표와 가까운 청와대 출신 의원이 ‘울면서 언론의 자유를 달라’며 언론개혁을 반대했다고 했다. 유튜브에서 아무 말이나 하면 그게 사실이 되냐”며 “이런 분들과 같은 당으로 정치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고 했다. 윤 의원은 이재명 의원의 강성 지지층의 공격과 이들이 퍼뜨리는 가짜 뉴스도 문제삼았다. 그는 “‘이낙연과 수박들 민주당에서 나가라’ 등 저주의 내용을 담은 시꺼먼 문서들이 지방선거 기간 내내 사무실 팩스로 날아들었다”며 “이 전 대표가 미국으로 떠나자마자, 이 전 대표에 대한 가짜 뉴스가 더 기승을 부리며 퍼지고 있다”고 했다.

‘강경파 때리기’엔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생) 소속 이인영 의원도 가세했다. 그는 11일 페이스북에 “이재명과 송영길은 출마하도록 드라이브 걸고 ‘586 용퇴론’을 얘기한 건 모순이다. 그 둘은 586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검수완박’을 언급하며 “검찰개혁은 국민이 찬성하지만 박탈은 낯설어한다. 사이다가 늘 좋은 건 아니다”라며 “탈당까지 하면서 추진한 것은 대중 정서에 무리였다”고 적었다. 민 의원의 위장탈당 등에 책임을 돌린 것.

당내 소장파인 박용진 의원도 지도부를 향해 “강경파에만 매달리는 지도부, 그런 목소리만 난무하는 전당대회를 보고 국민들이 민주당에게 등을 돌릴 수 밖에 없다”며 국민 참여 비중을 10%에서 50%로 늘릴 것을 요구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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