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피난처 – 기독신문


이윤동 목사(무안 청계중앙교회)
이윤동 목사(무안 청계중앙교회)

공유지 무허가촌, 성매매의 온상이었던 곳에 남향교회를 개척한 후 그 같은 형편의 아이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습니다. 눈치보지 않으며 밥을 먹을 수 있고, 잠을 재워주고 함께 살 수도 있다는 입소문이 돌았겠지요.

그 중에 한 사람 금산이란 아이가 있었습니다. 공부머리가 없어 항상 맨 끝에 앉았고, 힘 있는 자들에게 짓밟히는 것이 일상이었던 아이였습니다. 게다가 심하게 말을 더듬기도 했습니다. 

금산이가 우리 공동체에 들어와 살 때 즈음, 결손가정 청소년들과 함께 ‘청소년 복음잔치’를 열었습니다. 상처 입은 청소년 한 영혼이라도 건져내자는 일념으로 시작한 일입니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조합이었습니다. 스스로가 심한 상처투성이인 아이들이 과연 누구를 치료한다는 말입니까?

하지만 복음만이 영혼 치료의 특효약이라고 생각하고, 그 복음을 그대로 전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압해도의 한 보육원을 빌려서 복음잔치를 한다. 전체집회 장소는 운동장이다. 그래서 볕가리개와 텐트를 쳐야 한다.” 수련회가 임박한 전날 밤에 아이들을 모아 이 말을 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다음 날 아침 그 운동장에는 텐트와 차일막이 가지런히 쳐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금산이의 작품이었습니다. 비록 금산이에게 공부머리는 없었지만, 일머리만큼은 가히 천재적인 수준이었습니다. 하룻밤 꼬박 세워 혼자 그 일을 다 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아이들이 스태프가 되어 ‘복음잔치’는 여러 차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변화도 일어났습니다. 말을 더듬던 금산이는 어느새 말도 바로 하고 대학까지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할머니와 단둘이 살던 은순이의 이야기도 들려드려야겠습니다. 은순이는 다섯 번째 시집온 엄마의 딸이었습니다. 그 엄마는 아이만 남겨두고 또다시 어디론가 떠나버렸습니다. ‘복음잔치’ 준비를 위해 기도회를 하는데, 성령께서 은순이에게 임했습니다. 은순이는 이렇게 울부짖었습니다. “엄마, 미워! 엄마, 보고 싶어!” 은순이는 지금 목사 사모가 되었고, 열심히 교회를 섬기고 있답니다.

이렇게 남도의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미약한 교회, 섬마을 작은 교회의 아이들을 모아서 여름 성경학교와 성경 캠프를 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아이들의 상처는 아물었고, 오히려 그 상처가 에너지로 변했습니다. 아이들 안에 숨겨진 달란트와 사명이 발견되면서, 흙 속의 진주처럼 빛나는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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