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인터뷰] 필감성 감독 “장편 데뷔작 ‘인질’, 마지막이라 생각했죠”



  • 필감성 감독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NEW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성공적인 출발이다. 영화 ‘인질’이 개봉 첫날부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면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인질’로 장편 영화 데뷔에 나선 필감성(44) 감독은 “어려운 시국에 개봉하게 됐는데 많은 관객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행복하고 감사하다”며 벅찬 마음을 전했다.

영화 ‘인질’은 어느 날 새벽, 증거도 목격자도 없이 납치된 배우 황정민을 그린 리얼리티 액션스릴러로, 앞서 단편 ‘Room 211′(2002), ‘어떤 약속'(2011) 등으로 주목받은 필감성 감독의 첫 장편이다. 필 감독은 ‘대한민국 톱배우가 강남 한복판에서 납치된다’는 파격적인 콘셉트에 과감한 상상력을 더해 ‘인질’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어떤 중국 배우가 납치됐다가 하루만에 무사히 구출되는 이야기를 다룬 해외 범죄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어요. 흥미로웠어요. 배우가 납치되면 어떨까, 연기력을 사용해서 탈출 시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장 끌로드 반담이 납치되면 액션 상황도 벌어지지 않을까. 그런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큐멘터리였죠. 관련 자료를 찾다보니까 이미 그 이야기가 중국에서 ‘세이빙 미스터 우’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더라고요. 그 영화도 재밌긴 했는데 제가 생각한 방향과는 좀 달랐어요. 저는 배우의 심리전에 흥미를 느꼈는데 ‘세이빙 미스터 우’는 경찰이 어떻게 그를 구했는지 초점을 맞췄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한번 만들어볼 가치가 있다고 느꼈어요. 원안 작업을 해서 (제작사)외유내강 쪽에 전달했더니 너무 좋아하셨고, 바로 리메이크 판권을 사게 됐죠.”

시나리오를 쓴 이후 필 감독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배우는 다름아닌 황정민이었다. 폭넓은 캐릭터 소화력, 탄탄한 연기력은 물론 대중의 높은 호감도까지, ‘인질’의 시나리오에 꼭 들어맞는 배우였다.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에 반한 황정민 역시 필 감독의 제안에 화답했고 ‘인질’이 탄생했다.

“황정민 선배님의 연기를 보는 것 자체가 경이로웠어요. 숨소리 하나까지 정확하게 준비해오시는데 초반 에너지가 워낙 좋아서 테이크를 많이 갈 필요가 없었어요. 제가 뭔가 요청하면 바로 이해하시고 ‘이런거지?’ 하면서 완벽하게 표현해주셨어요. ‘이래서 황정민, 황정민 하는구나’ 감탄의 연속이었죠.”

황정민 외의 배우들의 개봉 직전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무려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류한 김재범, 이유미, 류경수, 정재원, 이규원, 이호정 등 연기파 신예들이 그 주인공인데 개봉 이후 개성 넘치는 연기와 신선한 마스크로 영화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제작진은 그동안 스크린에서 자주 보지 못했던 얼굴들을 캐스팅해 리얼리티를 더했다.

“황정민이란 최고의 배우와 신선한 배우가 부딪힐 때 나오는 생경한 에너지가 기획 포인트였어요. 그래서 1000명이 넘는 배우들의 오디션을 봤어요. 하다보니 좋은 배우들이 많아서 욕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황정민 선배님이 직접 오디션에 함께해주셔서 큰 도움이 됐어요. 오디션에 참가한 배우들이 황정민과 같이 서있는 걸 보니까 그림이 그려지더라고요. 인질범들이 쫄지 않고 황정민을 압박해야 하는데 사실 신인들한텐 굉장히 어려운 과제일 수 있거든요. 그런 담력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필 감독이 리얼리티를 극대화하기 위해 애쓴 건 캐스팅 뿐만이 아니다. 영화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는 인질범들의 아지트부터 산 속까지 고심해 선택했다. 액션 역시 각이 살아있는 액션보다 직접 몸을 부딪히는 듯한 타격감, 사실감에 초점을 맞췄다.

“제가 처음 영화를 꿈꾼 시절에 봤던 70년대 아메리칸 시네마 느낌으로 연출되길 바랐어요. CG(컴퓨터 그래픽)의 인공적인 느낌을 배제하고 땀냄새가 나는 것 같은 액션을 원했죠. 특히 카체이싱 장면이 마음에 들어요. 어디 한적한 곳에서 찍은 느낌을 원하진 않았어요. ‘나 오늘 낮에 편의점 가다가 사고 봤잖아!’라고 말할 법한, 실감 나는 파괴력을 주려고 노력했어요. 숲도 공들인 공간이에요. 아지트에서 나오면 바로 맞닥뜨리는 곳인데 시원하면서도 한편으론 굉장히 막막한 느낌이 포인트였어요. 나무들의 밀도가 빽빽해서 한치앞이 안 보이는 답답한 숲을 찾느라 제작진이 고생을 많이 했죠.”

이처럼 공들인 ‘인질’로 화려한 장편 데뷔전을 치렀지만, ‘인질’을 세상에 선보이기까지 필 감독에게도 크고 작은 굴곡이 있었다. 오랜 기간 준비하던 영화가 엎어지기도 했고 ‘인질’ 시나리오의 영화화를 막연히 상상만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은 건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 때문이었다.

“처음엔 황석영 작가님의 ‘무기의 그늘’이란 소설 제안을 받고 그 영화를 준비했어요. 당시엔 굉장히 대작이었고 오래 준비했는데 결국 여러 이유로 못하게 됐죠. 그 이후로 많은 일들을 거치면서 ‘내가 입봉을 위해 영화를 하고 있나’ 회의가 들더라고요. 그러다 ‘인질’ 소재를 만나고 이게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모든 걸 쏟아부었어요. 저희 집 앞 교회 도서관에서 이 시나리오를 썼는데 오후 4시쯤 되면 성가대가 연습을 했거든요. 매일 그걸 들으면서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건가?’ 스스로에게 많이 질문했어요. 매번 대답은 ‘너무 하고싶다’, ‘즐겁다’였죠.”

필 감독이 영화에 대한 꿈을 키운 건 아주 어릴 때부터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보던 영화가 새로운 세상을 열어줬고, 그때부터 ‘비디오 키드’가 됐다.

“영화감독이란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건 저희 아버지 덕분이에요. 어릴 때 ‘죠스2’가 나왔는데 ‘죠스’만큼 재미가 없는 거예요. 아버지께 ‘이건 왜 재미가 없냐’고 했더니 ‘감독이 달라서 그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땐 이해가 안 됐죠. 나중에 또 아버지랑 ‘인디애나 존스’를 봤어요. 이번엔 재밌다고 했더니 아버지께서 ‘죠스랑 같은 감독이야’ 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감독이란 존재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때 ‘블레이드 러너’를 봤어요. 혁명적인 영화에요. 어린 나이에도 인물의 감정이 담긴 샷들이 너무나 가슴에 남았어요. 그때부터 비디오를 미친듯이 봤죠. 쿠엔틴 타란티노가 비디오 가게 아르바이트생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때부터 긴 터널에 들어갔죠.(웃음)”

장편 데뷔까지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지만, 간절했던 만큼 ‘인질’의 흥행은 커다란 기쁨을 안겼다. 개봉 이후 압도적 박스오피스 1위, 예매율까지 정상을 지키면서 흥행 청신호를 켰다. ‘인질’의 흥행을 이끈 필 감독의 도전은 계속된다. 그는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며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케 했다.

“빠르고 예측불가한 영화를 좋아해요. 그런 면에서 ‘인질’은 100% 제 취향이긴 해요. ‘인질’ 같은 액션스릴러를 좋아하지만 약간 엇나간 특이점이 있고 여러가지가 혼재된 느낌을 지향해요. 의도된 코미디는 아닌데 상황 자체에서 오는 엇박자가 웃긴, 그런 스릴러를 해보고 싶어요. 무엇보다 배우의 연기가 잘 표현되는 게 최고겠죠. 돌이켜보면 제가 열광했던 영화들은 배우의 연기를 제대로 담는 영화였거든요. 서사의 스펙터클은 배우의 클로즈업에서 나온다고 믿어요. 새로운 이야기를 추구하면서 배우의 감정을 잘 담은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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