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고난의 반지 – 기독신문


채이석 목사(비전교회)
채이석 목사(비전교회)

얼마 전 우리 교회 한 집사님 딸의 결혼식 주례를 맡았다. 그 결혼식은 여느 결혼식과 다를 바 없는 기쁨과 축하의 잔치 자리였다. 그런데도 한편으로는 허전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날 잔치 자리에 어머니의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신랑 어머니 자리도, 신부 어머니 자리도 없었다. 결혼주례를 그렇게 많이 해 보았지만, 양가 어머니가 참석하지 않은 결혼식은 처음이었다. 양가 어머니의 빈자리가 너무 커서 예식장이 텅 빈 것과 같았다. 코로나19로 인해 하객들이 없어서 자리가 텅 빈 것이 아니었다.

사실은 신부의 어머니가 암 투병 중이셨다. 간절히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했지만, 생사가 불투명할 정도로 위중하셔서 신부 어머니인 집사님은 양가 부모님이 앉는 자리에 나오지 못하셨다. 결혼식을 2주일을 앞당겼지만, 어머니를 중환자실에 홀로 남겨두고 결혼식장에 와야 하는 신부의 마음은 오죽이나 아팠을까. 신랑측 부모님의 배려로 그날 부모님 석에는 양가 아버지만 마주보고 앉기로 하셨던 것이다.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어 살다 보면 인생의 어려움을 만나기도 하고, 예상하지 못한 고난이 닥쳐오기도 한다. 그런데 이 커플은 결혼하기 전부터 마음고생을 많이 하고, 결혼식 당일까지 설렘보다는 어머니가 혹 어떻게 되지 않으실까 마음 졸이며 기다렸을 신부와 신랑 이 두 사람을 향한 내 마음도 얼마나 짠했는지 모른다.

서양 사람들은 결혼하면서 세 개의 반지(Ring)를 갖게 된다는 우스갯말이 있다. 약혼 반지(Engagement Ring), 결혼 반지(Wedding Ring), 그리고 고난의 반지(Suffering)를 세 개의 반지라고 한다. 화려한 결혼식이 끝나면 그때부터 인생의 고난이 찾아오기 시작한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 아닌가 싶다.

고난은 사람을 성숙하게 해 준다고 했는데, 이렇게 어려운 가운데 결혼한 신랑 신부를 결혼식장에서 보니 두 사람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인생을 어느 정도 산 사람들처럼 성숙해 보였다. 그리고 고난이 이 두 사람의 결합을 더욱 견고하게 해 준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그날 결혼식장 가는 길에 하나님께서는 어려움 속에서도 소망의 주님을 바라보고 결혼한 두 사람에게 “소나기 후에 햇빛 나고, 고생한 후에 기쁨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시는 것 같았다.

예식장으로 가는 길에 갑자기 소나기를 만났지만, 예식장에 도착해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 햇빛이 유난히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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