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시신에 직접 불붙였다, 1000년 금기 깬 인도 유명배우


인도에서 1000년 넘게 이어져 온 금기를 깬 여성. 인도 유명 배우이자 방송인 만디라 베디(49)가 최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여성은 장례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인도의 오랜 불문율을 깨면서다. BBC가 ‘1000년 금기’를 깬 베디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을 21일 소개했다.
 

시신 직접 운구해 불붙여…“10살 아들 보호”

지난달 30일 인도 뭄바이에서 남편 라즈 카우샬의 장례에 참석하는 발리우드 배우 만디라 벤디(가운데). AFP=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인도 뭄바이에서 남편 라즈 카우샬의 장례에 참석하는 발리우드 배우 만디라 벤디(가운데). AFP=연합뉴스

 
베디는 지난달 30일 남편 라즈 카우샬(50)의 시신을 화장할 장작에 직접 불을 붙였다. 한 손엔 시신을 실은 관대를, 다른 한 손엔 화장하기 전 시신에 뿌릴 성수를 담은 항아리를 든 베디의 모습도 공개됐다. 힌두교에선 장례를 치를 때 시신을 관대에 싣고 화장장으로 운구해 친족이 갠지스 강물이나 성수를 유체에 뿌린 후 장작 위에 안치해 화장한다. 여성은 화장장에 가지 않는 게 관례다.
 
베디의 모습이 공개되자 논란이 일었다. 소셜미디어(SNS) 등 인터넷에선 “베디가 여성으로서 남편의 장례를 치렀다”며 “그녀와 아이들에게 더 큰 힘을 주기를 기원한다”는 환호를 보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일각에선 “여성의 화장터 방문을 금지한 전통을 위반했다”, “10살 장남이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도록 해야 했다”는 비난도 나왔다.  
 

남편의 시신을 운구 중인 만디라 베디. 엔터테인먼트타임즈 캡처

남편의 시신을 운구 중인 만디라 베디. 엔터테인먼트타임즈 캡처

 
전문가들은 베디의 반(反) 가부장제 메시지에 주목했다. 인기 작가인 쇼바 드는 “베디가 장작에 불을 붙이는 순간 수 세기 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한 족쇄가 부러졌다”고 평가했다. 힌두교 장례 사제인 마노즈 쿠마르 판디 교수도 “베디가 한 일은 옳았다”고 주장했다. “베디와 남편의 관계는 돈독해 보였고, 어린 아들을 보호하려는 의지도 강하다”면서다. 앞서 “아버지의 시신에 불을 붙여야 하는 끔찍한 경험으로부터 10살 아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고대 힌두교 사회선 여성이 엄청난 자유”

판디 교수에 따르면, 장례는 장남이 치러야 한다는 ‘믿음’은 1000년 넘게 전해져 내려오는 힌두 경전 ‘가룬 푸란’을 근거로 하지만, 정작 여성의 장례 참석을 금지하는 내용은 이 책에 없다. 여성의 역할을 따로 언급한 부분도 없다. 인터넷에선 ‘검고 긴 머리의 여성들은 화장터를 배회하는 영혼들에 쉽게 지배당한다’는 설이 돌지만, 고대 서적엔 고인에게 아들이나 형제가 없는 경우 아내나 딸이 장례를 치르는 모습이 나온다. 판디 교수는 “고대 힌두교 사회는 매우 진보적이었고 여성은 엄청난 자유를 누렸다”고 말했다.  
 
 
베디가 인도에서 ‘금기’에 도전한 유일한 여성은 아니다. 아탈 비하리 바즈파이 전 총리가 2018년 사망했을 때 그의 양녀가 아버지를 화장했고, 2014년 고피나스 문데 전 인도인민당(BJP) 부총재의 딸도 금기 깨기에 나섰다. ‘금기’의 장벽이 여전히 높은 시골과 달리 도시에선 조금씩 완화되는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일조했다. 자가격리 등의 문제로 여성이 장례를 치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아져서다.
 
1994년 TV 시리즈 ‘샨티’에서 데뷔한 베디는 1995년 영화 ‘DDLJ’ 등 각종 TV와 영화에 출연했다. 샤룩 칸이 주연한 DDLJ는 국내외에서 800만 달러 이상 벌어들이고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며 지금까지도 가장 성공한 인도 영화로 꼽히는 작품이다. 1999년 2월 영화제작자 카우샬과 결혼해 2011년 아들을 낳고 지난해 4살 딸을 입양했다. 남편을 심장마비로 갑자기 잃은 후에도 인스타그램에 남편과의 단란했던 일상을 공유하며 추모를 이어가고 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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