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중국에 ‘절친’ 빼앗겼다? 무슨 일일까


‘절친’을 빼앗길 처지인데 싸울 수도 없다.
 
요즘 베트남의 상황이다. 북쪽으로는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길게 뻗은 서쪽 국경으로는 라오스와 캄보디아를 맞대고 있는 베트남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베트남 [EPA=연합뉴스]

베트남 [EPA=연합뉴스]

 
친구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신경이 예민해지는 법. 
  
이들 세 국가와의 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일단 캄보디아와의 관계를 보자. 두 나라는 오랜 전쟁(1979-1990년)을 치렀지만 90년대 이후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지금은 경제적으로 깊이 결속된 사이다. 라오스와도 마찬가지다. 90년대에 세 나라 모두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 국가 연합)에 가입하면서 그 결속력은 더 강해졌다. 캄보디아·라오스보다 경제 규모가 10배 가까이 큰 베트남이 중심이 됐다.  
 
베트남과 중국은? ‘애증의 관계’다.  
 
경제적으로는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지만 영유권 분쟁 등으로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다. 베트남 내 반중 정서도 큰 편이다.  
 

명절을 앞둔 베트남의 풍경 [EPA=연합뉴스]

명절을 앞둔 베트남의 풍경 [EPA=연합뉴스]

그런데 최근 캄보디아와 라오스에서 베트남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고 미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이 얼마 전 보도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나라를 각별히 여기던 베트남이 불안해진 이유다.  
 
특히 국가 안보와 관련한 사항에서 더이상 캄보디아와 라오스를 예전처럼 의지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베트남은 아세안 국가들과 똘똘 뭉쳐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막고 싶지만 캄보디아와 라오스는 뜨뜻미지근해서다. “중국이 양국의 결정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다분하다”(더 디플로맷)는 평가가 나온다.  
 
베트남이 느끼는 ‘배신감’은 상당하다.  
 
특히 30년 넘게 집권하고 있는 캄보디아의 훈센 총리에게 서운하다. 베트남에 망명했을 당시 ‘베푼 은혜’가 있는데 훈센이 중국에 바싹 다가섰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만난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과 훈센 캄보디아 총리 [AP=연합뉴스]

지난 10월 만난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과 훈센 캄보디아 총리 [AP=연합뉴스]

 
훈센 총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중에도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서”(포린폴리시)란 말이 나왔다. 중국도 화답했다. 10월 중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캄보디아를 방문해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이미 캄보디아의 가장 큰 원조국이자 투자국이 된 중국은 도로·교량·공항·철도 등 이 나라의 모든 인프라 건설에 앞장서고 있다. ‘일대일로’를 통해서다. “일부 지역에선 캄보디아가 마치 주권을 포기한 것처럼 보일 정도”(더 디플로맷)다.  
 
라오스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달 캄보디아뿐 아니라 이 나라에도 방문해 양국 우호 관계를 과시했다. 라오스도 중국에 막대한 빚을 지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중국 윈난성에서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까지 이어지는 고속철도와 메콩강의 댐을 건설하는 데 중국 자본이 흘러들었다.  
 

 베트남 외교부 장관 [EPA=연합뉴스]

베트남 외교부 장관 [EPA=연합뉴스]

 
중국 기업들은 라오스의 경제특구에 리조트도 개발하고 있다. 중국에 매우 유리한 조건인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두 나라에 공을 들여왔던 베트남 입장에선 중국이 얄밉다.  
 
답답한 것은, ‘절친’들이 멀어져 가고 있음에도 막상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단 사실이다. 게다가 중국은 베트남의 최대 무역 파트너라 마냥 멀리할 수만도 없다.  

베트남은 일단 아세안 국가들과의 연대를 도모하고 있다. 한국, 일본에도 손을 내민다. 베트남이 현명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 우리로서도 눈여겨봐야 할 때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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