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광기” vs 조정래 “무례”…원문으로 본 토착왜구 진실


“이 정도면 ‘광기’라고 해야죠. 이 분의 영혼은 아직 지리산 어딘가를 헤매는 듯”(진중권, 12일 페이스북)
“진중권씨는 전화 한 통화도 없이 아주 경박하게 두 가지의 무례와 불경을 저지르고 있다.”(조정래, 13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문인이라면 문장을 제대로 써야죠.”(진중권, 15일 페이스북)
“제대로 국어 공부한 사람은 다 알아듣는 이야기.”(조정래,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와 전 동양대 교수인 진중권 사이에 설전이 오가고 있다. 조정래는 “명예훼손을 시킨 법적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문제의 발단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정래의 등단 50주년 기자간담회. 그는 한 기자의 질문에 “토착왜구라고 부르는, 일본에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돼 버립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앞서 “반민특위는 반드시 민족정기를 위하여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서 부활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150만, 60만 하는 친일파들을 전부 단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질서가 되지 않고는 이 나라의 미래는 없습니다”라고 했다. ‘토착왜구’는 ‘일본 해적’을 뜻하는 왜구(倭寇)에 ‘대대로 그 땅에 살고 있다’는 뜻의 토착(土着)이 결합한 말로, ‘한국에 있는 친일파’ ‘한국에서 일본 편을 들며 반역행위를 한 자’ 등의 의미로 쓰인다. 항일 유학자 이태현(1910∼1942)의 유고 산문집 『정암사고』에 친일부역자란 뜻으로 등장하는 ‘토왜(土倭)’를 토착왜구의 어원으로 꼽기도 한다.
 
12일 간담회에서 기자의 질문은 “이영훈 교수가 『반일종족주의』에서 일제 경찰이 우리 주민을 사살했던 장면을 비판도 하고 했는데 그런 (역사적) 부분을 소설로 구현할 때 얼마나 많이 투영하느냐”는 것이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진중권은 기자간담회 후 나온 연합뉴스의 기사를 12일 페이스북에 링크하며 “이 정도면 ‘광기’라고 해야죠”라고 썼다. 연합뉴스의 기사 제목은 ‘조정래 “일본유학 다녀오면 친일파 돼…150만 친일파 단죄해야”’였다. 이후 다른 언론에서도 친일파 발언을 담은 기사를 게재했다. 이어 진중권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두번째 글을 올려 “대통령의 따님도 일본 고쿠시칸 대학에서 유학한 것으로 아는데… 일본유학 하면 친일파라니니 곧 조정래 선생이 설치하라는 반민특위에 회부되어 민족반역자로 처단 당하시겠네요”라고 썼다.
 
조정래는 14일 오후 5시 KBS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이를 반박했다. “작가를 향해서 광기라고 말을 합니다. 저는 그 사람한테 대선배입니다. 인간적으로도 그렇고 작가라는 사회적 지위로도 그렇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대통령의 딸까지 끌어다가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습니까? 저는 그래서 진중권 씨에게 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정식으로 사과하기를 요구합니다. 만약에 사과하지 않으면 명예훼손을 시킨 법적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입니다.” 
 
또한 친일파 발언을 최초로 보도해 진중권이 링크한 연합뉴스의 기사 대신 다른 일간지들의 보도를 예로 들며 이들 신문 매체가 자신의 발언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토착왜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하는 주어부를 분명히 설정했다”며 “그 주어부를 완전히 없애버리고 뒷부분만 씀으로써 제가 일본 유학 갔다 오면 다 친일파라고 말한 것처럼 왜곡했다”는 것이다.
 
이에 진중권은 15일 오전 1시쯤 페이스북에 재반박 글을 올렸다. “그의 말대로 ‘토착왜구’가 문장의 주어였다고 하면 괴상한 문장이 만들어진다. 일본에 가기 전에 이미 토착왜구인데 어떻게 일본에 유학 갔다 와서 다시 친일파가 되나. (중략) 그냥 감정이 격해져서 말실수를 했다고 하면 될 것을… (중략).” 진중권은 또 “문인이라면 문장을 제대로 써야죠. 거기에 ‘무조건 다’라는 말이 왜 필요합니까”라고 썼다.
 
조정래는 다시 라디오에 출연해 ‘토착왜구’ 부분을 해명했다. 15일 오전 7시에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진행자가 “그냥 딱 들으면 마치 일본 유학파는 무조건 친일파라는 건가 이렇게 들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하고 묻자 “‘토착왜구’라고 하는 주어부를 빼지 않고 그대로 뒀다면 이 문장을 그렇게 오해할 이유가 없고 국어 공부한 사람은 다 알아듣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또 “토착왜구로 부르지 않은 사람들 거기는 해당이 없고 일본 유학 갔다 와서 더 민족의식과 역사의식이 강화된 분들 많겠죠. 그분들은 토착왜구가 아니다”라고도 덧붙였다.
 
문제가 된 조정래의 발언을 보면 ‘토착왜구’를 한정된 주어로 볼 수 있을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또 “무조건 다 친일파가 돼 버립니다. 민족 반역자가 됩니다”의 시점이 과거에 한정된 것인지 아니면 현재와 미래를 포함하는지에 대한 해석도 논쟁의 관건이다. 주어가 명확하지 않았던 해당 문장은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말로 들을 때에도 혼동될 여지가 있었다. 이에 진중권은 “괴상한 문장”이라 비판했다. 하지만 조정래는 15일‘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토착왜구라고 우리가 지칭하고, 지금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반일 종족주의』의 저자들”이라고 다시금 대상을 특정했다.
 
말과 글에 대한 오해의 여지가 있지만, 둘 사이 인식의 차이는 보다 근본적이다. 조정래는 ‘주진우 라이브’에서 “이스라엘 같이 엄히 다스리는 민족 정기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자들을 다스리는 법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중권은 15일 페이스북에 “사실 그의 발언의 끔찍함은 다른 데에 있다”며 “‘특별법을 만들고 반민특위를 설치해 인구의 150만, 160만에 달하는 친일파들을 처단하자’ 무서운 건 이 발상이다. 도대체 그 수치는 어디서 나왔고, 특정인을 ‘친일파’ ‘민족반역자’라 판정하는 기준은 뭔가”라고 지적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12일 조정래 작가의 기자간담회 발언 중 해당 부분

-기자

“두 가지 질문을 드릴 건데. 첫 번째는 『아리랑』이나 『태백산맥』 같은 걸 보면 역사적 묘사가 굉장히 디테일해서 독자들이 읽고 나서 하나의 진짜 역사 같은 느낌으로 소화를 하고 있는데. 아리랑을 예를 들면 경찰 일제 경찰이 뭐 우리 주민을 사살했던 장면을 가지고, 이영훈 같은 교수나 『반일 종족주의』에서 비판도 하고 그랬는데.  그런 부분을 소설을 구현할 때 얼마큼 많이 투영하는지 그게 좀 궁금해서.  
 
 독자들이 작가의 작품을 읽음으로써 느끼는 체감이 싱크로율이라고 할까?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그 어떤 지금 나와 있는 여러 비판적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 것인지 그런 문제에 대한 말씀을 듣고 싶고요. 또 하나는 이제 소설은 그동안 기초적인 시대에 에세이나 이런 여행 장르에 비해서 굉장히 몰입도가 떨어지면서 이제 ‘몰락의 길을 가는 게 아니냐’ 이런 우려가 많았는데. 올해 소설의 판매를 보면은 장르적으로 바뀌는 소설이 인기를 얻고, 지금 반등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거든요.  
 
근데 소설을 많이 판 베스트셀러 작가의 입지에서 보면 ‘순문학이 살아가는 어떤 길의 롤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 순문학이 살아갈 길을 지금의 시점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그 부분도 같이 말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조정래 작가
“첫 번째 질문 이영훈(이라는) 사람이 뒤에서 저를 많이 욕했는데. 그는 한 마디로 말하면 신종 매국노이고 민족 반역자입니다. 그의 말 다 거짓말입니다. 저는 『태백산맥』에 500가지가 넘도록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고 해서 고발당했습니다. 11년 조사받고 나서 완전 무혐의가 됐습니다. 그 경험 때문에 『아리랑』은 더군다나 더 철저하게 자료 조사해서 썼습니다. 제가 쓴 역사적 자료는 객관적인 것입니다. 국가편찬위원회에서 다양한 직관, 진보적 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쓴 책을 중심으로 해서 명확한 자료입니다.  
 
 
그리고 그 자료를 그렇게 명확하게 쓴 이유는 우리의 수난이 얼마나 처절하고, 일본 놈들이 얼마나 잔혹했는가를 입증하기 위해서 쓴 것입니다. 그러므로 역사 사실은 명확한 것이고, 그 역사 사실들을 짊어지고 가는 주인공들은 전부 제가 만들어 낸 허구의 인물들입니다. 그것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허구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역사냐?’ 하고 묻지 마시고, 두번, 세번 읽어보시면 그것이 명확하게 구분이 될 것입니다.  
 
 
지금 저의 주장은 반민특위는 반드시 민족정기를 위하여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서 부활시켜야 한다. 그래서 지금 150만, 60만 하는 친일파들을 전부 단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질서가 되지 않고는 이 나라의 미래는 없습니다.  
 
 
두번째 토착왜구라고 부르는 일본에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돼 버립니다. 민족 반역자가 됩니다. 그들을 일본의 죄악에 대해서 편들고, 왜곡하는, 역사를 왜곡하는 그자들을 징벌하는 새로운 법을 만드는 운동이 지금 전개되고 있습니다. 제가 적극 나서려고 합니다. 『아리랑』을 쓴 작가로서 이것은 사회적, 역사적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법으로 다스려야 됩니다. 그런 자들은.
 
제가 『천년의 질문』에서 책읽지 않는 시대, 플라스틱의 폐해 이 두가지가 21세기 전 인류의 재앙일 거라고 예고했습니다. 스마트폰 대문에 책 안 읽는 사태는 전세계적 사태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종이책의 생명유지가 화두가 돼있습니다. 책을 가장 많이 읽는 일본이 스마트폰 때문에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지하철 풍경이 나옵니다. 전부 스마트폰만 보고 있습니다. 빠져버렸다고 묘사를 했습니다. 영혼을 완전히 던져서 노예가 됐습니다. 그게 현대인들의 풍습입니다.(후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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