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폐에서 ‘뽀드득’ 소리…청진기 대는 순간 코로나 직감”


 “눈에 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세는 별로 없었는데 X선 촬영을 해보니 폐렴이 심각한 상태더군요.”

대전 근화내과 원장, 가양동 K식당 주인 진료
“발열 증세 없는데 폐에서 수포음 크게 들려”

김근화 대전 근화내과 원장은 대전 가양동 K 식당 주인을 진료하자마자 코로나19 감염을 직감하고 충남대병원 선별진료소로 보냈다. 그의 신속한 대처가 코로나19 추가 확산을 막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원장이 근화내과에서 청진기를 들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김근화 대전 근화내과 원장은 대전 가양동 K 식당 주인을 진료하자마자 코로나19 감염을 직감하고 충남대병원 선별진료소로 보냈다. 그의 신속한 대처가 코로나19 추가 확산을 막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원장이 근화내과에서 청진기를 들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김 원장 “청진기 대는 순간 폐렴 직감” 
 대전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원으로 꼽혔던 가양동의 K 식당 주인을 진료했던 근화내과 김근화(51) 원장은 17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원장은 지난 7일 식당 주인인 60대 여성(대전 303번 환자)을 진료하자마자 코로나19 감염을 직감하고 충남대병원 선별진료소로 보냈다. 김 원장의 신속한 대처가 코로나19 추가 확산을 막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원장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쯤 이 식당 주인이 찾아왔다. 60대 여성은 “몸이 나른하고 목이 살짝 아프다”고 말했다. 발열이나 기침 등 다른 증상은 거의 없었다. 며칠째 이런 증세가 계속됐다고 한다. 이 여성은 이미 이날 오전에 동네 다른 이비인후과를 찾아가 진통제 등을 처방받은 상태였다. 
 
“감기 몸살 처방하려다 X선 촬영한 게 다행”
 김 원장은 “처음에는 환자의 증세만 설명듣고 단순 감기 몸살 환자로 생각해 약만 처방해주고 돌려보내려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환자나 의사 모두 마스크를 벗을 수가 없어 구강 진료는 힘든 상황이었다. 김 원장이 청진기를 60대 여성의 가슴과 등에 댄 순간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환자의 폐에서 눈을 밟을 때 나는 듯한 ‘뽀드득’ 소리가 들리면서다. 김 원장은 순간 폐렴임을 직감하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대전시 동구 가양동 대성여자중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고 있다.

대전시 동구 가양동 대성여자중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고 있다.

 
 김 원장은 반사적으로 X선 촬영 처방을 내렸다. 촬영 결과 식당 주인의 양쪽 폐는 유리창에 성에가 낀 것처럼 뿌옇게 나타났다. 김 원장은 “일반 세균성 폐렴은 하얗게 나타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은 뿌연 상태를 보이는 게 특징”이려고 말했다. 이 여성은 다음날인 8일 오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했다. 김 원장은 “증상만 봐서는 코로나19 감염인지 판단하기 몹시 어려운 상태였다”며 “무증상 상태 확진자도 많기 때문에 코로나19 진단과 차단이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환자 50분 머물렀으나 김 원장 등 진료진 음성 판정
 60대 여성이 이 병원에 머무른 시간은 약 50분이었다. 진료하는 동안 김 원장과 간호사 등 나머지 의료진 3명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검사 결과 이들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대전시 동구 가양동 한 식당이 문을 닫은 상태로 텅 비어있다. [연합뉴스]

대전시 동구 가양동 한 식당이 문을 닫은 상태로 텅 비어있다. [연합뉴스]

 K식당 발(發) 확진자는 17일까지 24명에 이른다. 대전시는 이 식당 발 코로나19 확산이 동구 인동 건강식품 사업설명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전 311번 환자(동구 가양동 60대)가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이 식당에 들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 환자는 지난달 28일부터 가래와 미각 소실 증상을 보였다. 그와 함께 60대 배우자(312번)와 30대 딸(313번)·손자(314번)도 확진됐다. 이 가족은 지난달 25일 동구 인동에서 서울 강서구 225번 확진자가 진행한 건강식품 사업설명회에 참석한 293번(동구 가양동 60대)의 접촉자로 분류됐다.
 


 “식당 이용자 검사안내 문자 등 조치 늦어”
 김 원장은 “식당 주인 확진 이후 방역당국의 대처에도 다소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8일 오전 식당 주인이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대전시는 이날 오후 9시쯤에야 ‘해당 식당 방문자는 선별진료소를 찾아 검사를 받으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김 원장은 이어 “확진자 근무지 등 동선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병원 중심으로 알리고 있다”며 “의료기관은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돼 있고 환자 인적사항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식당 주인이 병원에 왔던 게 공개되면서 ‘왜 확진자를 50분 동안이나 진료했냐’는 등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환자 수도 평소의 30%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역학조사에 시간이 걸리는 등의 문제로 안내문자 발송에 다소 시간이 걸릴 때가 있다”며 “확진자가 다녀간 업소 등은 기초조사에서 접촉자가 파악되면 동선을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진료 과정에서 느낀 방역체계 문제점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건의하려고 수차례 전화한 끝에 ‘국민신문고를 통해 알려달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 출신인 김 원장은 청주여고와 충남대 의대를 졸업하고 2002년 근화내과를 개원,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그는 대전·충남 내과 개원의 동구 회장을 맡고 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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