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박원순 비서 호소에, 그 직원 “넌 6층 안방마님이잖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의 피해자 A씨가 지난 4월 발생한 서울시 비서실 내부 성폭력 피해자와 동일 인물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4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증언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A씨 측은 가해자로 지목된 서울시 전 비서실 직원 B씨에게 “박 전 시장으로 인한 비서실 고충이 크다”는 취지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A씨의 고충 토로에도 B씨는 그를 ‘6층(서울시장 비서실과 정무라인 등에 대한 별칭) 안방마님’이라 칭하기도 했다고 한다. A씨 입장에선 “시장이 총애한다”고 보는 이런 분위기가 성추행 피해를 털어놓기 힘들게 만드는 심적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회식 호출해 독주 연거푸 마시게 해”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8개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7월 28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위력에 위한 성폭력 사건의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촉구 거리 행진을 벌인 뒤 서울 저동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8개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7월 28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위력에 위한 성폭력 사건의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촉구 거리 행진을 벌인 뒤 서울 저동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A씨 성추행 고소 사건 대리를 맡은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에 따르면 비서실 전 직원 B씨는 4·15 총선 전날인 4월 14일 A씨를 회식 자리에 불렀다. 고한석 전 시장 비서실장이 사건 발생 후인 같은 달 28일 서울시의회 질의에 답변한 바에 따르면 이 모임은 공식적 차원의 부서 회식이 아닌 전·현직 비서실 직원이 포함된 사적 모임이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B씨는 회식 도중 A씨에게 연락을 해 자리에 동석하게 했다. B씨는 이후 A씨에게 “늦게 왔다”며 40도가 넘는 술을 벌주로 여러 잔 연거푸 마시게 했다는 게 A씨 측 주장이다. B씨는 술에 취한 A씨를 서초구 교대역 인근 한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준강간 치상)로 경찰에 입건됐다. 
 

B씨에게 비서실 고충 털어놨지만…“박원순 총애”

여성가족부가 서울시 현장점검에 돌입한 지난 7월2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여성가족정책실 모습. 뉴스1.

여성가족부가 서울시 현장점검에 돌입한 지난 7월2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여성가족정책실 모습. 뉴스1.

김 변호사는 “4월 사건이 일어나기 전 피해자는 ‘비서실 근무가 죽을 것 같다’ 등 고충을 B씨에게 얘기하기도 했다”며 “B씨에게 보낸 문자도 포렌식을 통해 복구한 상태”라고 말했다. 성추행 전말을 낱낱이 털어놓은 건 아니지만 “박 시장이 사진을 보내오는데 이상하다. 불편하다” 등 정신적 고통도 B씨에게 호소했다고 김 변호사는 전했다.
 
김 변호사는 또 “B씨는 그런 A씨에게 오히려 ‘6층 안방마님’이란 표현을 공공연히 썼다”면서 “박 전 시장이 사랑하고 총애한다는 식으로 표현해 A씨가 매우 불쾌해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른바 ‘6층 사람들’ 중 피해자의 사정을 알만한 이들 대부분이 ‘할아버지도 아니고 할머니와 손녀 관계 같은 것’이라고 묵인·방치하는 분위기에 제대로 항변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이처럼 인사·성 고충을 토로하거나 부당한 일이 있어도 상급자가 당혹해 하지 않도록 살펴야 하는 것이 바로 위력”이라며 “피해자는 4년간 겉으론 멀쩡해 보였지만 이 같은 언급으로 인해 ‘4년간 뼈가 침식됐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변호사, 무고혐의로 고소 당하기도

지난달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 신승목 대표가 김재련 변호사를 무고·무고교사 혐의로 고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 신승목 대표가 김재련 변호사를 무고·무고교사 혐의로 고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4월 성폭력 사건을 수사한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6월 초 해당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지난 10일 B씨를 준강간 치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다만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여직원의 거부의사에 따라 B씨는 자고 있는 여직원을 둔 채 집으로 가 성폭행은 아니라는 취지의 반론이 전해지기도 했던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이미 검찰에서 불구속기소가 된 만큼 향후 사법부에서 유무죄가 가려지리라 본다”고 말했다.
 
A씨 측은 “현재도 유튜브·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박 전 시장 사건과 4월 사건에 대한 가짜뉴스가 퍼지고 있어 피해자가 매우 힘들어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심지어 가짜 폐쇄회로(CC)TV를 근거로 4월 사건을 허위라고 주장하는 여론마저 있어 이 사건이 보다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려야겠다고 피해자와 논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후 “당신은 잘못이 없습니다”, “피해자와 연대한다”며 A씨를 응원하는 여론도 있었지만 “‘미투’라면 피해자가 왜 직접 나서지 않느냐. 증거를 공개하라” 등 반대 여론도 여전하다. 김 변호사는 지난달 4일 신승목 적폐청산 국민참여연대 대표에 의해 무고 및 무고교사 혐의로 경찰에 고발된 상태다. 
 
신 대표는 “술에 취해 모텔에 끌려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하는데 피해 여성 모친을 통해 교회 목사와 목사의 지인이 계획적으로 ‘박원순 고소장(피해 여성 1차 진술서)’을 유포했다”며 “이에 따르면 (4월) 성폭력 사건은 단순 ‘성피해’라고 적었고 그 외 모든 내용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성희롱으로 가득 채워졌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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