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김치 좋다고했나…’마오’ 홍역으로 본 한류 화약고


이효리

이효리

“마오는 어때?”
가수 이효리의 한 마디가 불러온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된 가운데 연예계와 방송가에서는 당황하면서도 “또 터졌다”는 반응이다. K팝을 필두로 한류가 국제무대로 확장되면서 이같은 마찰이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기획사들 자체 ‘가이드라인’ 정하고
중화권 국가에선 국명 대신 도시명 언급
좋아하는 음식은 이슬람교 고려해 채식류
일본 관련해선 ‘극우’ 논란 여부 점검해야

김기헌 한국콘텐츠진흥원 한류사업팀장은 “한국 정서로 볼 때는 중국 측의 거센 항의가 억울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마오쩌둥이 중국 사회에서 갖는 위상을 고려해야 한다. 그는 중국에서 존경받는 정치 지도자 이상의 존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팀장은 “더이상 우리만 괜찮다고 해서 괜찮은 시대가 아니다”라며 “중국 뿐 아니라 문화 콘텐트가 다른 나라에 진출하려면 해당 국가의 역사ㆍ정치ㆍ문화 등을 상세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오쩌둥 전 국가주석의 초상화 [연합뉴스]

마오쩌둥 전 국가주석의 초상화 [연합뉴스]

앞서 걸그룹 블랙핑크도 ‘통과의례’를 치렀다. 7월 발표한 ‘하우 유 라이크 댓 (How You Like That)’의 뮤직비디오에서 힌두교의 신 가네샤 상(像)이 바닥에 놓여진 장면이 논란이 된 것이다. 가네샤는 힌두교에서 번영을 상징하기 때문에 일각에서 종교 모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확산하자 YG엔터테인먼트 측은 해당 장면을 삭제했다. 이 또한 한국에서는 인지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블랙핑크 '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사진 YG엔터테인먼트]

블랙핑크 ‘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사진 YG엔터테인먼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넷플릭스는 2월 ‘K-좀비’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킹덤’을 대만 등 중화권 국가에 서비스하면서 ‘이시조선(李屍朝鮮)’이라는 제목을 달아 몸살을 겪었다. ‘이씨조선’(李氏朝鮮)‘에서 ‘씨(氏)’ 대신 시체 시(屍)‘를 사용한 일종의 언어유희였던 셈이다. 그러나 ‘이씨조선’이 일본식 표기로써 조선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한국 측 항의에 넷플릭스 측은 ‘시전조선(屍戰朝鮮)’으로 수정했다.  
 

'킹덤' 대만판 '이시조선'. 한국 측 항의로 '시전조선'으로 수정됐다. [사진 넷플릭스]

‘킹덤’ 대만판 ‘이시조선’. 한국 측 항의로 ‘시전조선’으로 수정됐다. [사진 넷플릭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아시아 국가는 ‘화약고’로 꼽힌다. 근현대사 과정에서 외세의 피침략 혹은 식민지 시대를 겪었고, 서구사회보다 종교적 영향력이 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자칫 의도치 않은 언행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몇몇 대형 기획사들은 자체적으로 일종의 ‘가이드 라인’을 정리한 자료들이 있다. 2016년 트와이스 멤버 쯔위가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태극기와 청천백일기(대만국기)를 흔들었다가 중국 측 항의로 홍역을 치르는 것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A 기획사 관계자는 “국가별 사업팀이 있기 때문에 나라별로 정리한 정치ㆍ종교ㆍ역사 등 민감한 문제와 대처방식을 정리한 자료가 있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기 위한 ‘노하우’인 셈이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트와이스 쯔위가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태극기와 청천백일기를 든 모습 [사진 MBC]

트와이스 쯔위가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태극기와 청천백일기를 든 모습 [사진 MBC]

①국가명보다는 도시명=중국과 대만ㆍ홍콩 등이 얽힌 정치적 갈등은 민감한 이슈다. 중국은 이들을 묶어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지만 해당 지역에선 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홍콩 사태 때는 슈퍼주니어 멤버 시원이 SNS를 통해 홍콩을 응원했다가 중국인들의 항의를 받고 게시글을 내렸다.
이를 고민한 B 기획사 측은 홍콩이나 대만 등에 콘서트를 갈 때면 되도록 국가의 이름을 호칭하기보다는 도시 이름을 호칭하라고 권유한다고 한다. ‘차이나(중국)’, ‘타이완(대만)’ 이라는 표현보다는 ‘베이징’ ‘타이베이’ ‘홍콩’ 등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대만 타이베이를 방문한다면 “타이완 넘버원”보다는 “타이베이 넘버원”이라고 말하는 식이다. 
 

지난 24일 홍콩 시위대가 ‘광복홍콩 시대혁명’을 적은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며 ‘홍콩 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4일 홍콩 시위대가 ‘광복홍콩 시대혁명’을 적은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며 ‘홍콩 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②좋아하는 음식은 ‘김치’=C 드라마 제작사는 “인도나 아랍권에서 한류가 큰 인기를 얻기 때문에, 돼지고기나 소고기 등 그들이 금기하는 재료가 쓰인 음식은 자제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D 기획사 측도 “동남아 등으로 해외 콘서트를 가면 인터뷰를 할 때가 많은데 ‘좋아하는 음식’을 물어보면 김치나 육류가 안 들어간 음식을 말하도록 권유한다”며 “이슬람교도 팬을 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③일본 문화는 ‘극우’ 체크=E 기획사 관계자는 “일본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멤버들이 많은데, 작가나 감독이 행여나 ‘극우’ 논란에 연관된 인사는 아닌지 확인하게 한다”고 말했다. 

일본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 (가운데) 중앙포토

일본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 (가운데) 중앙포토

2년전 보이그룹 아이콘 멤버 구준회가 일본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에 대한 감사를 SNS에 적었다가 문제가 벌어졌다. 구준회는 2018년 9월 인스타그램에 일본어로 “기타노 다케시상 아이콘 콘서트에 와주셔서 고맙다”고 적었다가 이에 항의하는 팬들과 설전을 벌였다가 결국 사과문을 올렸다. 기타노 다케시 는 ‘소나티네’ ‘하니비’ 등의 작품으로 국제 영화제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감독이지만 근래 몇 차례 혐한 발언을 하면서 국내에선 부정적 시각이 급증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인만큼 이를 보면서 어느 누구도 상처받거나 불쾌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이로 인해 아티스트들의 창의성이나 창작 욕구가 위축될 수도 있다. ‘금기’가 많을수록 예술이 꽃피기 어렵다는 것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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