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장 바꾸더니 이젠 통계방식 바꾼다


입력 2020.08.20 01:30

임대차법으로 전세대란 터지자… 홍남기 “전세 갱신계약도 포함”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전세 시장이 들썩이자 전세 가격 통계 개편에 나섰다. 앞서 정부는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렸다가 고용 참사가 벌어지자 노인·알바 일자리를 늘려 고용 통계를 좋게 만들었다. 소득분배가 악화할 때엔 통계 조사 방식을 변경해 개선된 숫자를 내놨다. 잘못된 정책을 바꾸는 게 근본 처방인데, 통계에 손을 대는 게 습관이 됐다는 지적이다.




홍남기(오른쪽) 경제부총리는 19일 오전 열린 제3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새로운 집을 구하시는 분들에게는 최근 전세가격 상승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전셋값 상승 송구스럽다” – 홍남기(오른쪽) 경제부총리는 19일 오전 열린 제3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새로운 집을 구하시는 분들에게는 최근 전세가격 상승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뉴시스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현행 전세 통계는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 가구 등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관례상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갱신 계약은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신규와 갱신 계약을 포괄할 수 있도록 통계 조사 보완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말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담은 주택임대차법 개정안 시행 후 전셋값 급등과 매물 품귀 등 전세 대란이 일어나자 통계를 손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임대차법 개정으로 인한 전세 가격 안정 효과를 정확히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책 실패로 인한 시장 왜곡을 인정하지 않고 통계를 바꾸는 방식으로 물타기 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홍 부총리의 발언은 개정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고공 행진하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직전 일주일 동안 0.41% 올라 전주(3일 기준·0.21%)보다 상승 폭이 배(倍)로 커졌다. 아파트에 이어 오피스텔 평균 전셋값도 올 6월 2억47만원으로 2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달 2억100만원으로 뛰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달 17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달 29일보다 26.5% 줄었다.




통계 조사방식 변경으로 감춰진 분배 악화 외

하지만 전세 통계 개편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우선, 홍 부총리가 언급한 것처럼 기존 전세 통계가 신규 계약에 편중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셋값을 안 올리는 ‘묵시적 갱신’의 경우 집주인과 세입자의 합의하에 재계약 시 계약서를 새로 쓰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전세금을 조금이라도 올리면 계약서를 다시 쓰고 확정일자도 새롭게 받는 게 일반적이다. 정부가 활용하는 한국감정원 월간 전세 가격 통계 역시 단순히 확정일자만으로 통계를 만들지 않는다. 확정일자 정보를 기반으로 감정원 직원들이 호가(呼價) 등 시세 정보를 반영해 ‘거래 가능한 가격’을 산출해 통계로 만든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지금은 바뀐 임대차법으로 인한 시장 혼란을 바로잡는 게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정부 들어 통계 분식(粉飾)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소득분배 통계가 대표적이다. 2018년 1분기 소득분배가 역대 최악으로 나오자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황수경 통계청장을 전격 경질했다. 이어 강신욱 현 청장이 부임한 뒤 통계청은 표본집단을 8000가구에서 7200가구로 줄이고 설문에서 가계부 기재 방식으로 소득분배 조사 방식을 바꿨다. 그러자 기존 방식으로는 5.8배인 지난해 1분기 5분위 배율이 5.18배로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로 나눈 것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소득 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조사 방식을 바꾼 탓에 소득분배 통계는 시계열이 단절돼 과거와 비교가 불가능한 반쪽짜리 통계가 되고 말았다.

조사 방식을 건드리는 대신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해 사실상 통계를 왜곡하는 경우도 있다. 고용 통계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8년 고용 통계가 ‘참사’ 수준으로 나오자 정부는 노인 일자리와 강의실 불 끄기 같은 청년 알바 일자리를 대폭 늘렸고, 이에 따라 2019년부터 고용 통계가 개선돼 보이는 효과가 나타났다.

정권에 유리한 통계는 과장하고, 불리한 통계는 못 본 체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통계청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서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1년 전보다 86만7000명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2018년 사이에는 비정규직이 3만6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는데, ‘비정규직 제로(0)’를 표방한 현 정부에서 비정규직이 크게 늘어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자 강신욱 통계청장은 이례적으로 직접 브리핑을 갖고 “조사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에 과거와 비교하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통계청이 운영하는 국가통계포털은 2019년 조사 결과를 이전 조사와 연속해서 공개하고 있다. 시계열 단절을 선언할 만큼 통계 조사 방식이 많이 바뀌지 않았음을 자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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