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t] TV는 낡으면 싸지는데, 아파트는 왜 점점 비싸질까? – 조선닷컴


입력 2020.08.17 06:00

경제학자처럼 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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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TV 컴퓨터 같은 전자제품은 성능이 점점 좋아지고, 가격은 계속 내립니다. 그런데 일부 아파트는 낡고 불편한데도 가격이 엄청 오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용하던 TV가 고장 나 새로 사야 할 때 이전과 같은 TV로 바꾸는 경우는 요즘 거의 없습니다. 이전 제품은 단종되었거나 가격이 크게 하락한 반면, 과거 구매가격과 비슷한 수준에서 성능이 크게 향상된 신제품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전과 비슷한 가격으로 더 발달한 제품을 이용할 수 있으므로 뭔가 좀 이득을 봤다는 느낌도 들게 됩니다. TV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자동차, 옷 등 많은 공산품이 그러합니다. 즉 우리는 기술발전 덕분에 성능이 더 좋은 물건을 사용하면서도 가격이 하락하는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성능 향상도 없고 상태가 더욱 노화되고 있는데도 오히려 가격이 더 오르는 물건이 있습니다. 일부 지역 부동산이 그렇습니다. 어떤 지역의 아파트는 매우 오래됐고 배관·주차 방범 등에서 문제가 많은 데도 오히려 가격이 오르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은 왜 생기는 걸까요?

경제학은 물건 가격이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상승하고 반대는 하락한다는 원칙입니다. 이 원칙을 적용해보면 전자제품이나 공산품은 공급이 수요보다 더 많이 일어난다고 볼 수 있으며 그 요인은 기술발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것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요인은 무엇일까요?

물건에 대한 수요는 그 물건이 가져다줄 미래의 효용가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자제품이나 각종 공산품은 사는 순간에 가장 큰 효용을 나타내다가 점차 노후화되면서 성능이 저하되고, 또 그 후에 나온 다른 제품에 비해 성능이 상대적으로 열등하다고 평가되면서 효용가치가 저하된다고 평가됩니다.

‘아파트라고 다를까’란 생각이 듭니다. 아파트 역시 점차 노후화되지요. 또 새 아파트에 내재하는 생활 장비나 편의시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TV와는 다른, 중요한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정 입지에 있는 땅을 보유했다는 사실입니다. ‘땅’이란 속성은 미래에도 가치가 하락하지 않고 그대로 이어져서 얼마든지 새로운 효용을 만들어낼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처럼 점차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고 미래에도 계속 새로운 효용을 창출할 수 있는 속성을 지닌 물건들을 경제학에서는 ‘자산’이라고 구분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외에 주식이나 금도 자산으로 구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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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을 평가하는 방법 또한 일반 물품과 다릅니다. 일반물품의 가치는 통상 거래된 과거 가격이 그대로 반영됩니다. 예를 들어 지난달 기업이 같은 TV 3대를 각각 101, 102, 103만원에 샀다면 기업은 회계장부에 구매가격 그대로 기재합니다(장부가격). 일반물품 전체의 가격수준을 나타내는 소비자물가지수 산정 시에도 과거 가격의 평균인 102만원을 해당 물품의 가격으로 측정합니다.

하지만 자산가격은 가장 최근에 거래된 마지막 가격이 반영됩니다. 앞의 예에서 기업이 구매한 물품이 자산이었다면 기업은 그 자산의 가격을 마지막에 거래된 103만원으로 평가(시가)합니다. 자산이 거래되는 거래소 등에서도 마지막 가격이 해당 자산의 현재 적정가격이라고 표시하고 있습니다.

자산가격의 평가에 있어서 또 다른 특징은 앞으로 가격이 변동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입니다. 소비자물가나 기업회계 등에서 파악하는 일반물품은 실제 거래된 가격으로 평가되므로 향후에도 노후화 등만 반영하여 이전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선에서 거래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자산가격은 같은 자산이라면 그중 일부만 거래되더라도 다른 나머지 자산 모두 같은 평가를 받는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즉, 일부 자산에 대한 수요 공급만으로 전체 자산에 수요 공급도 같다고 가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미래에 대한 효용을 기초로 가격이 형성되므로 미래에 대한 전망이 바뀌게 되면 당연히 가격도 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현재의 자산가격은 부풀려 평가되거나 과소 평가되어 향후 변동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특히 시장에 풀린 돈이 많은 경우, 자산 가격은 과대 평가되는 경향이 많습니다. ‘돈이 많이 풀려서 올랐을 뿐 실제 가치는 아니었잖아’’라는 식으로 자산 가격이 잘못 책정되었다고 생각될 경우 폭락하는 조짐을 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대공황,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발생한 원인을 살펴보면 모두 자산 가격의 급변동으로 인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식이나 부동산 등과 같은 자산을 살 때는 거품이 껴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말해 실제 가치보다 너무 높은 ‘마지막 가격’이 착시를 일으키고 있지는 않은지 항상 주의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Mint는 조선일보의 대표 경제 섹션 WEEKLY BIZ를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경제 섹션입니다. 글로벌 CEO와의 단독 인터뷰, 투자 큰손에게 들은 안목과 전망, 미래의 스티브 잡스가 될 스타트업들이 기존 질서를 파괴해가는 생생한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Mint를 보면 돈이 보입니다. 매주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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