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대사의 천년사찰 주지는 왜 절에서 몸싸움했을까 – 조선닷컴


입력 2020.08.15 14:00


경기 남양주의 묘적사 주지 A스님은 절을 찾은 구경객과 서로 주먹 다툼을 한 혐의(상해)로 경찰에 입건됐다. A스님은 지난달 20일 절 인근에서 남성 2명을 보자마자 “무슨 일로 왔느냐”는 식으로 화를 냈다. 구경객들은 시비로 받아들였고 갑자기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다툼으로 연결됐다. A스님은 심한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A스님은 “괴한 2명이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나를 공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교계가 발칵 뒤집혔다. 대한불교 조계종은 특별위원회를 꾸렸고 진상조사에 나섰다. 종교계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였다.

청부폭력 의혹 제기에 경찰도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 그러나 의혹은 사실이 아니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평소 A스님은 절 인근의 한 식당과 갈등이 있었다. 서로 규탄하는 현수막 여러 개를 곳곳에 내걸기도 했다. 이 때문에 A스님은 해당 식당에 신경이 늘 곤두서 있던 상태였다. 그러던 중 공교롭게 남성 2명은 사건 당일에 절을 산책했고 해당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밖에서 지켜보던 A 스님은 이들이 식당과 짬짜미가 했다고 착각한 것이다. 남성 2명은 영문도 모른 채 싸움에 휘말렸다. A 스님은 본지 통화에서 “오해했다”며 “다툼 당사자들과 합의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주 해당 사건을 쌍방 폭행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기도 남양주 묘적사 모습/남양주시청 홈페이지
경기도 남양주 묘적사 모습/남양주시청 홈페이지

◇“누구야! 천년사찰을 신고한 게”

묘적사는 조계종 25교구 본사인 봉선사 소속 말사다. 신라 문무왕(661~681)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 조선 임진왜란 때 승려 유정이 의병인 승군을 훈련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남양주 와부읍 일대에서는 대대로 주민의 등불 같은 존재였다. 주민 권모씨는 “어렸을 적 배고플 때 묘적사에 찾아가면 스님들이 간식과 함께 따뜻하게 맞이해 줬다”며 “지역의 소중한 보금자리”라고 말했다.

신망이 두터운 묘적사가 일부 주민과 갈등을 빚은 건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5월21일 남양주시에 익명의 신고자가 민원을 접수한다. 내용은 ‘묘적사 인근 농지가 주차장으로 변질해 불법 운영 중이다’라는 것이다. 토지주는 묘적사로 면적은 약 370평(1220㎡) 정도다. 빈 땅 중 일부 바닥이 콘크리트로 평평하게 깔려있는데 이를 남양주시는 “현행법상 농지에 콘크리트 타설이 안된다”고 해석했다. 그래서 묘적사에 복원하라는 명령 안내장을 보냈다.

A스님은 신고 의도를 의심했다. 이곳은 여름만 되면 주변을 찾는 관광객 늘어 절에서 무료로 개방했던 장소였다. 수십년간 문제 없이 사용해 왔기 때문에 ‘굳이 이 시점에?’라는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일각에서 “절 주변 토지주들이 음해를 목적으로 저지른 일”이라는 소문이 났다. 싸움이 났던 식당도 용의자 중 하나였다. A스님은 “언제 깔렸는지도 모르는 콘크리트 때문에 이행강제금을 낼 수도 있게 된 상황”이라며 “절의 호의를 누군가 왜곡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달 경기 남양주 묘적사 인근의 동네 길에 수십개의 돌덩이가 놓여져 있다. /독자제공
지난달 경기 남양주 묘적사 인근의 동네 길에 수십개의 돌덩이가 놓여져 있다. /독자제공

◇동네 길 한복판에 돌덩이 무더기가

이후 묘적사는 지난 6월 말 인접 도로를 트럭과 폐기물 등으로 가로막았다. A스님이 직접 나섰다. 이유는 “시청 말대로 원상복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A스님 등은 지난 6월 27~28일 큰 돌 수십개를 도로 위에 흩트려 놨다. 돌덩이는 성인 남성 여럿이 겨우 들 수 있을 정도의 무게였다. 한복판에 포터 트럭을 세워 통행을 막기도 했다. 주민은 물론 인근 식당도 피해를 봤다. 피해 주민들은 “시청 신고에 대한 보복 행위”라고 분개했다.

특히 식당 주인이 화가 많이 났다. 주인 B씨는 “선조 대대로 사용해 왔던 길을 절이 일방적으로 막아버렸다”며 “코로나 때문에 가뜩이나 손님도 줄었는데 주지가 영업을 직접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스님은 시청에 신고한 당사자를 우리로 착각했고 분풀이를 했다”고 덧붙였다. B씨 등은 지난달 초 A스님을 상대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도로통행을 막아 식당운영을 방해했고 지역에서 관습적으로 써 오던 길을 막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경기 남양주 묘적사 인근의 동네 길에 수십개의 돌덩이가 놓여져 있다. /독자제공
지난달 경기 남양주 묘적사 인근의 동네 길에 수십개의 돌덩이가 놓여져 있다. /독자제공

하지만 A스님은 입장이 다르다. 비록 동네 길이지만 소유자는 묘적사라 자유롭게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원상복구 과정에서 큰 돌 여럿을 잠시 보관했을 뿐 통행 방해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A스님은 “길 한쪽에 돌덩이를 쌓아둔 것은 맞지만, 통행에 지장이 없도록 작업했다”며 “묘적사 주변의 토지주들이 함께 짜고 고소장을 넣은 것”이라고 맞섰다.

◇경찰 “주지가 의도해 길 막은 것”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다. 경기 남양주경찰서는 양측의 입장을 모두 듣고 종합한 결과 고소장을 넣은 주민들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A스님의 혐의를 인정해 지난달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묘적사 측이 고의로 길을 막은 것으로 보인다”며 “주민과 평소 갈등이 다툼의 원인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사유지라도 관습적으로 사용한 길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주변에서는 남양주 대표 사찰과 주민 간에 사사건건 시비가 붙고 두 차례 경찰 행정력이 동원된 것에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묘적사 주지와 주민 간 쌓인 마음의 앙금이 하루빨리 풀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상위 사찰인 봉선사 관계자는 “청부 폭행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조계종 조사특위는 운영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며 “사찰이 주변 주민과 마찰이 생겨 매우 유감스러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묘적사 인근에 내걸린 현수막의 모습. /독자제공
경기도 묘적사 인근에 내걸린 현수막의 모습. /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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