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자’ 뇌졸중, 3시간 골든타임 지켜야 회복된다


2013년 4월,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다. 강인했던 철의 여인도 10여 년의 투병 생활로 인한 노환은 이겨내지 못했다.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뇌졸중은 갑자기 발병해 삶을 위협한다. 뇌졸중이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후유증이다.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도 함께 이겨내야 하는 질환이다. 후유증이 없더라도 재발의 위험성을 안고 살아야 한다. 문제는 국내 뇌졸중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4년 새 14% 증가, 70대가 31%
팔다리 힘없고 발음 이상 등 증상
응급처치 늦을수록 후유증 심해

우황청심원·육공단 등 한방 처방
기억력 회복 등 재활에 효과적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뇌졸중 환자는 2015년 53만8443명에서 지난해 61만3824명으로 약 14%나 늘었다. 지난해 뇌졸중 환자를 연령대로 살펴보면 70대가 31%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60대(25%), 80대 이상(22%), 50대(15%) 순이었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고혈압 유병률이 높아진 만큼 뇌졸중 환자의 증가는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뇌졸중은 치매·파킨슨병과 함께 3대 노인성 질환으로 꼽힐 정도로 노인 환자 비중이 크다.
  
양·한방 협진도 고려해 볼만
 
노인 환자 비율이 높은 것은 혈관 건강과 관련이 깊다. 뇌졸중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뇌경색이다. 뇌경색은 심장이나 다른 기관에서 혈전이 생겨 뇌혈관을 막으면서 발생한다. 혈관이 완전히 막혀 뇌 특정 부위에 혈액이 완전히 차단되면 뇌세포가 죽고 영구적인 장애로 이어진다. 뇌경색의 경우 혈전을 녹여 막힌 혈관을 뚫는 혈전용해술 등을 실시한다.
 
두 번째는 뇌출혈이다. 노화 등으로 혈관이 약해지면 낮은 혈압에서도 쉽게 파열될 수 있다. 뇌출혈의 원인 중 가장 흔한 원인은 고혈압성 뇌출혈이다. 고혈압을 방치하면 혈압이 높아지면서 뇌혈관 일부가 파열된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한방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뇌졸중을 다스려왔다. 뇌졸중의 한의학적 용어는 중풍(中風)이다. 갑자기 쓰러지는 의식장애와 반신마비, 언어 장애, 구안와사, 두통 등의 증상으로 중풍을 진단했다. 이는 미국뇌졸중학회가 고안한 뇌졸중 자가진단법인 ‘FAST 법칙’과 유사하다. FAST 법칙은 ▶얼굴이 일그러져 있는 것 ▶팔과 다리에 힘이 없고 감각이 무뎌져 있는 것 ▶말할 때 발음이 이상한 것이다.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증상이 발생했을 때 바로 119로 전화해야 한다.
 
뇌졸중 치료의 핵심은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과 후유증 및 재발 관리다. 뇌졸중 증상이 나타났다면 세 시간 이내에 응급처치를 받아야 한다. 혈류 중단 시간이 길어질수록 회복이 어려워지고 합병증도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방에서는 응급처치로 환자의 의식을 확인하고 상태가 악화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집중한다. 우황청심원을 투여하고, 인중·백회·합곡 등 혈자리에 침을 놓고, 손가락 끝을 따는 등의 응급치료를 시작으로 환자의 체질과 상태에 맞는 처방을 내린다. 동의보감에도 ‘중풍으로 인해 쓰러진 후 갑자기 인사불성이 되면서 정신이 혼미할 때’ 우황청심원을 구급약으로 사용한다고 설명되어 있다. 초기에 잘 대처하고 꾸준히 전문적인 치료를 받으면 70% 이상은 거동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한다.
 
이때부터 중요한 것은 재발 예방이다. 한방의 침 치료가 뇌졸중 재발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2012년 중국 톈진대학 연구팀은 뇌경색에 침 치료를 병행할 때의 재발 억제 효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뇌경색 발병 후 24시간~14일이 지난 40~75세 환자를 뇌경색 치료와 침 치료를 병행하는 군(144명)과 뇌경색 치료와 가짜 침 치료를 병행하는 대조군(143명)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6개월 동안 뇌경색이 재발한 환자는 침 치료군에서 6명, 대조군에서 34명이었다. 뇌경색 치료와 침 치료를 병행하면 재발률이 낮다는 것이다. 장애 등급을 평가하는 바델 지수(숫자가 낮을수록 장애도 높음)에서도 침 치료군은 70.25점, 대조군은 57.43점으로 침 치료군에서 장애 정도가 낮았다.
 
결국 뇌졸중의 치료는 골든타임 내에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와 함께 재활을 돕는 과정이 병행돼야 한다. 이런 경우 뇌졸중에 대한 한·양방 협진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된다.
 
기억력 감퇴 등 치료 및 재활 단계에서는 공진단에 육미지황탕 처방을 더한 육공단도 좋다. 자생한방병원과 미국 어바인대학(UCI)이 육공단의 기억 손상 회복 및 뇌신경 보호 효과에 대해 공동으로 연구했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를 정상 쥐, 뇌허혈(뇌로 가는 혈관이 좁아져 피 공급이 부족한 상태)을 유발한 쥐, 7일간 육공단을 먹인 뇌허혈 쥐 3개 그룹으로 나눠 수중 미로 실험을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정상 쥐는 10.4초 만에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그런데 뇌허혈 쥐는 20.8초, 육공단을 먹인 뇌허혈 쥐는 10.9초가 걸렸다. 뇌허혈로 인한 기억력 손상이 육공단 투약으로 줄어 기억력 증진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기름진 음식·술·담배 삼가야
 
뇌졸중이 갑자기 발병한다고는 하지만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하다. 만약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이 있을 땐 특히 건강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걷기·수영 등이 효과적이다. 운동은 오전 시간을 피하는 것이 좋다. 통계상 오전 9~11시 사이에 뇌졸중 발병률이 높다고 보고된다. 자는 동안 굳었던 근육이 풀어지면서 혈액이 갑자기 많이 순환되면 혈관을 심하게 압박할 수 있어서다.
 
뇌졸중 예방에는 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최근에는 특히 뇌경색 환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기름진 서구화된 식습관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스턴트 식품이나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 짠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대표적으로 오징어·새우·곱창·젓갈 등이다. 특히 오징어나 새우에 들어있는 LDL 콜레스테롤은 혈관 벽에 쌓이기 때문에 동맥경화를 촉진한다. 흰쌀밥보다는 잡곡밥을 주식으로 삼는 게 좋다. 무엇보다 술과 담배를 멀리해야 한다. 과로와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과로와 스트레스는 혈압을 높이는 원인인 만큼 적절한 휴식과 취미 생활을 병행해야 한다.
 
뇌졸중은 ‘시간과의 전쟁’이라고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은 뇌졸중에는 통용되지 않는다. 아는 만큼 뇌졸중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왕오호 부천자생한방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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