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ㆍ러시아 유가전쟁에 미국 감산ㆍ제재 ’레드 카드’ 들었다


미국이 드디어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벌이고 있는 유가 전쟁에 ‘레드 카드’를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 “적절한 시점에 개입”
미국 중재 소식에 국제유가 24% 상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현재 타협안을 찾고 있다. 적절한 시점에 개입하겠다”고 말했다. 원유시장 ‘빅2’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의 벼랑 끝 갈등이 국제유가를 바닥으로 끌어 내리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중재 선언을 했다.

미국 텍사스 원유 생산시설. 텍사스주 정부가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석유 감산을 검토 중이다.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 원유 생산시설. 텍사스주 정부가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석유 감산을 검토 중이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국제유가는 수십 년래 최저 수준으로 내려 와있다. 전체 경제를 석유 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가격과 생산량을 두고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에도 매우 나쁜 일”이라고 밝혔다.
 
유가 전쟁은 지난 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회의가 발단이었다. OPEC+는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모여 만든 협의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석유 수요가 급감할 것이란 전망에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석유 생산을 줄이는(감산) 안이 이 회의에서 논의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 석유 생산량의 16.2%(2018년 기준)를 담당하고 있는 세계 1위 산유국이다. 2위는 사우디아라비아(13.0%), 3위는 러시아(12.1%)다. 이날 회의에서 2위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한 감산안에 3위 러시아가 반기를 들었고 합의는 무산됐다.  
 
그러자 사우디아라비아는 거꾸로 석유 생산량을 늘리며(증산) 러시아를 반격했다. 유가 전쟁의 시작이다. 코로나19로 안 그래도 석유 수요가 준 마당에 사우디아라비아ㆍ러시아가 증산 경쟁에 나서면서 국제유가는 빠르게 하락했다.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유가 전쟁과 관련해 "중재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유가 전쟁과 관련해 “중재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에게 직접 전화하며 ‘물밑 중재’에 나섰지만 소용 없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모두 증산 방침을 꺾지 않았다. 지난 18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SE)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20.08달러로 장중 거래되기도 했다. 2002년 이후 가장 낮은 값으로 20달러 선 붕괴 직전까지 갔다.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에 경기 침체 우려까지 겹치며 유가 하락에 속도가 붙었다.
 
원유 생산 원가는 채굴 지역, 원유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배럴당 20~30달러 선이다. 추락하는 국제유가로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석유 산업이 타격을 입었다. 관련 업체의 연쇄 부도가 가능성이 커지고, 유가 하락이 역으로 금융시장에까지 타격을 주자 미국이 유가 전쟁 ‘직접 개입’을 선언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에 위치한 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 앞에 차량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미국이 유가 전쟁 개입을 선언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과 이로 인한 석유 수요 감소라는 근본적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유가 불안이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에 위치한 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 앞에 차량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미국이 유가 전쟁 개입을 선언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과 이로 인한 석유 수요 감소라는 근본적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유가 불안이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미국 정부 내 논의되고 있는 개입 카드는 크게 세 가지다. 석유 감산, 양국 설득 그리고 경제 제재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텍사스주 정부가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석유 생산량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증산 계획을 철회시키기 위해 백악관 안팎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를 설득하는 작업을 벌이는 중이다. 트럼프 정부는 러시아를 겨냥해선 경제 제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 든 ‘레드 카드’는 일단 효과를 봤다. 미 경제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그가 회견한 직후인 19일 오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하루 전보다 24% 오르며 배럴당 25.28달러를 기록했다. 영국 북해 브렌트산 원유 가격도 14% 상승했다. 하지만 유가 하락의 근본 원인인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는 한 미국의 개입도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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