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든 성악이든… 최백호 같은 ‘낭만 歌客’ 되겠다 – 조선닷컴


입력 2020.03.17 03:00

[김호중]
TV조선 ‘미스터트롯’ 최종 4위
할머니 손에서 자란 어린 시절, 학교에 등 돌리고 방황했지만 恩師 만나 노래 배우며 삶 바뀌어
“팬들이 준 ‘마음의 왕관’에 행복… 어두운 시간 지낸 아이들 도울 것”

고개를 든 김호중(29)의 눈빛이 천천히 객석을 향했다. “내 손을 감싸며 괜찮아, 울어준 사람. 세상이 등져도 나라서 함께할 거라고….” 입으론 애써 미소를 지었지만 눈가는 이미 촉촉해져 있었다. “고맙소…. 늘 사랑하오.”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막으려 꽉 쥔 두 주먹에 땀이 흥건했다.








'미스터트롯' 결승 무대에서 조항조의 '고맙소'를 열창하는 김호중.
‘미스터트롯’ 결승 무대에서 조항조의 ‘고맙소’를 열창하는 김호중. 그는 “어린 시절 외로움에 사무칠 때 김광석, 진시몬, 이장희 같은 분들의 노래를 들으며 목소리로도 따뜻한 친구가 돼 줄 수 있다고 느꼈다”면서 “부족한 트로트 실력인데도 인정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TV조선

지난 12일 방송된 TV 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결승전에서 조항조의 ‘고맙소’를 열창한 김호중은 울지 않았다. “선생님께서 앉아 계셨다면 아마 더 부르기 힘들었을 겁니다. 자식 같은 저 녀석이 잘하고 있나, 또 이래 쳐다보고 계셨겠지요(웃음).” 코로나 감염증으로 인해 가족만 초청한 무관중 결승 무대. 성악가의 길을 열어주고, 유일한 가족이 돼준 김천예고 서수용 선생님은 대구·경북 지역에 있어 서울로 올라오진 못했다. 7명의 결승 진출자 중 가족 없이 결승을 치른 건 김호중이 유일했다. 어릴 적 헤어진 부모님은 각각 새 가정을 일궜다. 최종 4위. 진·선·미 안엔 들지 못했지만 그가 ‘천상의 목소리’로 우리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동안, 팬들은 김호중의 오랜 응어리를 토닥여줬다.

김호중은 “몇 년 전 ‘고맙소’를 듣는 순간 선생님을 위한 노래로 들렸다”고 했다. “제가 방황하고, 울분에 차 있을 때 쌤은 항상 말씀하셨죠. ‘괜찮아, 다 털어버리는 거야.'” 할머니 손에 크면서 극복하기 힘든 가난과 외로움에 분노가 가득했다. 폭발한 건 고등학생 때였다. “사람들이 미웠어요.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인 건가?” 업소 관리일을 봐주며 밤거리를 방황했다. 경북예고 권고퇴학 조치를 당하고는 어둠 속에 다시 갇혔다. “어느 날 누군지도 모를 사람이 절 보자는 거예요. 어차피 포기한 인생. 그래, 내 인생 마지막 노래나 들려 드리자, 후회 없이 다 토해내고 미련없이 내 갈 길을 가자 했지요. 그런데 쌤이 제 손을 이래 잡아요. ‘난 네가 어떤 사고를 치고, 어떤 잘못을 했는지 모르지만 너는 노래로 평생 먹고살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인생은 ‘영화’처럼 바뀌었다. 각종 성악 콩쿠르를 석권했다. ‘고삐리가 부른 네순도르마’ 영상으로 SBS ‘스타킹’에 출연하면서 이름도 알렸다. 영화 ‘파파로티’의 실제 주인공으로 다시 주목받았다. 서수용 선생님이 말했던 ‘목소리의 힘’을 당당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5년간의 독일 유학을 마치고 ‘미스터트롯’에 도전했다. ‘어떻게 살았냐고 묻지를 마라, 이리저리 살았을 거란, 착각도 마라….’ 101인 예선 곡인 ‘태클을 걸지 마’는 스스로를 향한 이야기였다. “영화처럼 그런 일까지 한 건 아니었는데,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제겐 평생 조폭이었다는 꼬리표가 달리겠지요. 하지만 제가 파바로티를 보면서 꿈을 키운 것처럼 힘든 시간 속에 있는 친구들이 ‘김호중 저 사람도 저렇게 하는데 나는 더 잘할 수 있어’라고 단 한 명만 생각해줘도, 그런 꼬리표를 원망하지 않을 겁니다. 이미 그런 친구를 많이 발굴해 도우면서 성공하는 것도 보았고요.”

처음 도전하는 트로트. ‘나처럼 힘들었던 사람도 있다’고 용기를 주려 시작했는데, 오히려 팬들에게 용기와 위안을 얻었다. 팬들이 붙여준 ‘트바로티’란 별명을 가장 사랑한다는 그는 이미 그들에게서 ‘마음의 왕관’을 받았다고 했다. “선생님이 어느 날 그래요. ‘네가 동원이만 했을 때 꿈이 삼시 세끼 먹고 싶은 반찬 골라 먹는 거라 했지. 어느 순간 욕심이 나면 옛날 생각해봐라.’ 미스터트롯을 통해 얻은 동료들과 절 믿어주는 팬들. 그거면 돼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거잖아요.”

그는 오늘도 노래한다. 성악이건, 재즈건, 트로트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만 있다면 모두 도전해보고 싶은 무대다. “제 롤 모델인 최백호 선생님처럼 노래하는 사람, 가객이 되고 싶어요. 세상을 다니며, 저처럼 어두운 시간을 지냈던 아이들을 도우며 함께 노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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