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의사 이제 엘리트 아냐” 연봉1억 미만 프리랜서 늘어, 왜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맞서 최일선에서 활약 중인 의사ㆍ간호사들. 특히 의사들에 대해선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대체로 ‘엘리트’라는 인식이 있다. 격무에 시달리지만, 고수입에다, 사회적 지위도 그만큼 인정받는다는 게 일반적 인식.
 
그러나 일본에선 이런 인식이 깨지고 있는 모양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이 발행하는 주간지 아에라(AERA)는 지난 2일 자로 발행한 최근호에서 “의사는 이제 엘리트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획 기사를 게재했다.  
 
신종 코로나 시대에 악전고투 중인 의사들의 직업 만족도가 높지 않으며, 그 이유는 긴 근로시간에 비해 수입이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골자다. 아에라는 이 기사를 위해 573명의 의사를 직접 만나 면접 조사했다.  
 
물론 의사들의 수입은 여전히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8년 조사 결과를 봐도 병원에 취직해 월급을 받는 전문의의 경우, 평균 근로자보다 낮게는 1.5배(폴란드)에서 많게는 4.3배(룩셈부르크)의 수입을 올렸다. 한국에선 2016년 조사 결과 보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련의까지 포함한 전체 의사의 월 급여가 1300만원으로 나타나 일반 직장인보다 4배 정도 높았다.  
 

11일 오전 경남 한마음창원병원 의료진이 선별진료소 문을 열고 잠시 바깥 공기를 쐬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경남 한마음창원병원 의료진이 선별진료소 문을 열고 잠시 바깥 공기를 쐬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근로시간이 더 긴 것도 사실. 한국의 경우만 봐도 의사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조사결과에 따르면 2408시간으로, 일반 근로자(2069시간)보다 16% 길었다. 주 52시간이 본격 시작된 후엔 차이가 더 벌어졌을 수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아에라에 따르면 일본도 근무시간이 긴 건 비슷하다. 1주일 근무시간이 70시간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5%, 60~70시간은 13%였다. 흥미로운 것은 50시간 미만 역시 30%에 달했다는 것인데, 여기엔 일본 의료계의 ‘외주화’라는 배경이 있다.  
 
의사는 대부분 대학을 졸업한 뒤 대학 종합병원 의국(醫局)에 속해 인턴ㆍ레지던트 등의 수련 과정을 거쳐 전문의와 교수가 되거나, 독립해 다른 종합병원에 들어가거나 개업을 하는 루트를 밟는다. 아에라는 “지금까지 의사를 양성하는 과정은 의대에서 소속 의국으로 이어지는 순혈적인 의미의 엘리트 과정이었다”며 “그런데 최근엔 ‘탈(脫) 의국’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자신이 졸업한 대학의 의국에 들어가는 것이 더는 당연한 루트가 아니라는 얘기다.  
 
대신 의사를 ‘매니지먼트’하는 기관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런 기관에 속한 의사들이 파견 형식으로 일하는 방식이 새롭게 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경향은 20~30대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 두드러진다는 게 아에라의 설명이다. ‘오루토’라는 가명으로 아에라와의 인터뷰에 응한 한 30대 프리랜서 정형외과의는 “1주일에 30시간 미만으로 근무하고 한 달에 10일 이상은 반드시 쉰다”고 말했다. 
 
아에라가 이번 조사 결과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의사들의 연 수입은 3000만엔(약 3억4000만원) 이상의 고수입이 약 5%, 2000~3000만엔이 16%이었지만 1000만엔 미만 역시 22%로 높았다. 의국에 소속되지 않고 프리랜서 식으로 파견 근무를 하는 의사들의 비중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게 아에라의 해석이다.  
 

지난해 2월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가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엄수된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2월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가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엄수된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에라 조사에 응한 의사들은 “육체노동 강도가 세서 힘들다”, “의사는 더는 엘리트 직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의료사고 등의) 리스크도 크다”, “노동강도에 비하면 급료가 높은 것도 아니다”라는 등의 의견을 냈다고 한다.  
 
 아에라는 “의료라는 일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의사들의 사기 저하는)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며 “대학을 중심으로 의국 시스템을 개편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국립중앙의료원 윤한덕 중앙의료응급센터장의 과로사에 이어 최근 신종 코로나로 인한 의료업계의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에도 울림이 큰 주장일 수 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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