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단체의 강적은 전염병…한곳에 못 모이면 권력 잃어


도시와 건축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일 예배를 중단하고 온라인 예배로 대체하는 교회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외국의 한 교회 내부 모습.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일 예배를 중단하고 온라인 예배로 대체하는 교회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외국의 한 교회 내부 모습.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대한민국이 멈춰선 듯하다. 평소에 다니던 길이 막히지 않고 평소 붐비던 커피숍에 가도 전망 좋은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을 정도다. 지난 20년간 세상은 인터넷 공간으로 옮겨간 듯했지만, 이번 코로나사태를 통해서 깨달은 바는 아직까지도 인간은 붐비는 장소를 좋아하고 경제의 많은 부분이 오프라인 공간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만 년 동안 인류 공간의 진화는 두 가지로 설명된다. ‘더 많이’와 ‘더 빨리’다. 단위면적당 더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고밀화 공간으로 진화했고, 더 빠른 교통수단으로 공간을 압축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현재 인간은 인구 1000만 명의 도시를 만들었고 하루 만에 지구 반대편을 가는 세상에 산다. 수렵채집 시기에는 한 사람이 먹고살려면 100만㎡의 땅이 필요했다.  
 

인류 공간 ‘더 많이, 더 빨리’로 진화
백신 발명 덕 1000만 현대도시 탄생

둘러앉아 모닥불 보면 동질감 강화
권력자는 원형극장의 시선 한몸에

코로나로 라이프스타일 변화 바람
공간 재구성, 권력도 재배치할 듯

지구온난화로 빙하기가 끝나자 일부 지역은 물 부족으로 시달렸다. 사람들은 물을 구하기 위해 강가로 모여 살게 되었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살다 보니 사냥감이 부족했다. 좁은 면적에서 더 많은 사람이 먹고살 새로운 식량 조달 방법이 필요했다. 인간은 사냥을 버리고 농업을 선택했다. 원시적인 형태의 농업에서 한 사람이 먹고사는 데 필요한 면적은 500㎡다. 사냥 대신 농사를 지으면 같은 면적의 땅에서 2000배나 더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다는 셈이 나온다. 문제는 이때 발생한다. 좁은 공간의 땅에 더 많은 사람이 살면 전염병에 취약해진다.
  
시선이 쏠리는 설교자에게 권위 생겨
 
의료와 위생 기술이 없던 시절에 그나마 세균성 질병과 바이러스성 전염병에 가장 대처하기 쉬운 조건은 건조한 기후였다. 건조기후에서는 습기가 부족해서 세균증식이 어렵고, 비가 오지 않아 바이러스 전파가 적기 때문이다. MIT의 연구에 따르면 비가 오면 빗방울이 땅에 떨어진 후 발포상태가 되면서 바이러스가 옆으로 전파된다고 한다. 비가 적은 건조기후대는 그만큼 바이러스에 강한 환경을 제공한다. 그래서 인류 최초의 도시를 통한 문명발전은 건조기후대에서 발생했다. 메소포타미아강과 티그리스강 하구의 건조기후대에서 수메르 문명이 발생했고, 나일강 하구의 건조기후대에서 이집트 문명이 발생했다.
 
인구밀도가 높아지면 사람 간의 교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이는 상업을 발달시켜 부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한 시대를 이끌었던 국가들은 당대에 가장 밀도가 높은 도시를 보유한 국가였다. 로마제국의 로마, 프랑스의 파리, 미국의 뉴욕이 그렇다. 이 도시들은 경제 규모를 키우기 위해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이기고 고밀화된 공간을 만든 도시들이다. 로마는 수도교를 통해 먼 시골에서 물을 끌어와서 식수를 해결하고 위생적 도시를 만들었고, 파리는 하수도를 통해서 장티푸스나 콜레라 같은 전염병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18세기 들어 인간은 전염병을 극복할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1798년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가 천연두 백신 개발 논문을 발표하면서 인류는 백신을 통해서 전염병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1822년에 태어난 세균학의 아버지, 프랑스 생화학자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는 저온살균법, 광견병, 닭 콜레라의 백신을 발명했다. 이때부터 도시의 상하수도 시스템뿐 아니라 백신으로 전염병을 해결하는 시대가 열렸다. 로마의 수도교가 인구 100만 명의 고대도시를 만들었다면 백신 예방주사는 인구 1000만 명의 현대도시를 만들었다. 의료시스템 덕분에 지난 200년간은 걱정 없이 도시를 키울 수 있었다. 그러다가 얼마 전부터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등으로 점차 새로운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앨빈 토플러는 통신기술의 발달로 가까운 미래에는 시골에 살면서 재택근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더 많이 도시로 몰려들었고, 더 많은 대도시가 만들어졌다. 시골보다는 도시에 경제적 기회와 짝짓기 기회가 더 많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는 일어나지 않았다. 직장상사는 부하직원을 감시할 수 있게 눈앞에서 일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이러한 고밀화 지향의 삶의 형태에 유일하게 반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전염병이다. 코로나19는 재택근무와 유연한 출퇴근 시간을 실행하게 만들었다. 마트에 가서 장을 보던 나이 드신 분들도 배달앱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 밖에도 각종 경기장, 극장, 학교, 교회 같은 사람들이 모이던 곳에 못 가게 되었다. 알고 보면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것의 많은 부분은 오프라인 공간에 모여서 하는 행위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전통의 모임은 종교 모임이다.
 
유발 하라리는 호모사피엔스가 다른 종들을 제압할 수 있었던 이유를 ‘공통의 이야기’를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같은 이야기를 믿는 사람들은 집단을 이루었고, 더 큰 집단이 소수 집단의 경쟁자를 물리쳤다는 것이다. 언어와 문자의 발전 이전 인류는 그림을 통해서 공통의 이야기를 믿었을 것이다. 동굴에 그림을 그리면 그곳은 성스러운 공간이 되었다. 그 공간에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공동의식을 강화했다. 공간과 종교는 밀접하다. 그래서 종교는 모이는 것을 강조한다. 기독교는 일주일에 한 번씩 같은 시간에 같은 건물 ‘안에’ 들어가서 예배를 드린다. 기독교가 다른 종교와의 경쟁에서 이긴 이유 중 하나다. 한 장소에 모이는 것은 어떻게 믿음과 조직력과 종교의 권력을 강화할까?
 
고대 사회를 상상해보자. 모닥불을 피우고 둥그렇게 앉아서 불을 같이 본다. 같은 불을 함께 보는 공통의 행위는 사람들을 한 공동체로 만든다. 시선이 모이는 공간구조는 참석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 공연장이나 경기장에서 같은 이벤트를 보는 것은 동질감을 강화한다. 이를 알았던 고대 그리스는 원형극장을 만들었고 로마는 콜로세움을 만들었다. 이때 시선을 받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권력을 가지게 된다. 2000명이 한 강대상을 쳐다보며 설교를 들으면 그것만으로도 설교자에게 권위가 부여된다. 청중들이 개인행동을 못 하기 때문이다. 함께 듣는 사람들은 자리를 뜨지도 못하고 졸거나 다른 곳을 쳐다보기도 힘들다. 주변인들이 그렇게 하면 나도 따라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사피엔스, 집단 순응하려는 경향 강해
 

신천지교회의 평소 예배 시간. [연합뉴스]

신천지교회의 평소 예배 시간. [연합뉴스]

군집으로 다른 종들을 압도했던 사피엔스는 본능적으로 집단에 순응하려는 경향이 있다. 집단과 다른 행동을 하면 집단에서 쫓겨나고 이는 자신의 생존확률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줄지어 놓인 긴 의자가 앞만 보게 배치된 교회공간은 더욱 그런 경향을 강화한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예배를 드리면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2000명이 모여서 예배를 드리는 대형교회와 2000명이 동시에 접속해서 인터넷 예배를 드리는 것은 다르다. 옆에서 설교자를 열심히 쳐다보면서 앉아 있는 사람이 없는 인터넷 예배에서는 같은 내용도 무게감이 다르다. 그래서 종교는 항상 모이기를 힘쓴다. 전염병이 있어도 마지막까지 모이려는 곳은 종교 공간일 것이다. 모여야 권위가 생기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최대 발병지가 신천지 집회장소였다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정상적 종교단체라면 전염병 기간 중 실내공간에서 모이는 것은 자제했을 것이다. 후발주자 신천지는 해산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한 공간에 모이지 못하면 종교는 집단공간이 만드는 권력을 잃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전염병은 종교단체 최고의 적이다. 역사적으로 중세 때 흑사병으로 1000년 동안 무소불위의 권위를 가졌던 교회가 힘을 잃었고, 이후 르네상스라는 인문개혁이 일어났다. 이번 코로나사태를 통해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을 분야는 유통상업과 더불어 종교일 것이다. 코로나19를 통해서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가속할 전망이다. 라이프스타일 변화는 공간의 재구성을 만든다. 공간구성의 변화는 우리 사회 내 권력의 재배치를 만든다. 인터넷으로 대형언론사의 권력이 분산되자 가짜 뉴스가 판을 친다. 권력분산은 또 다른 문제를 만든다. 공간을 통한 권력의 재배치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는지 잘 지켜봐야 한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하버드·MIT에서 건축 공부를 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 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혔다. 30여 개의 국내외 건축가상을 수상했고 『어디서 살 것인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등 저술활동도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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