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셰프들과 협업 통해 ‘내일의 한식’ 조리 중


‘한식 코디네이터’ 뉴욕 아토믹스 박정현 셰프 

뉴욕의 파인다이닝 한식당 ‘아토믹스’가 캘리포니아 레스토랑 싱글쓰레드와 콜라보레이션한 테이블 셋팅과 요리. [사진 다이앤 강]

뉴욕의 파인다이닝 한식당 ‘아토믹스’가 캘리포니아 레스토랑 싱글쓰레드와 콜라보레이션한 테이블 셋팅과 요리. [사진 다이앤 강]

2018년 개점 첫 해에 미쉐린 1스타를 받은 뉴욕의 파인다이닝 한식당 아토믹스(Atomix)는 그 해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18 뉴욕 최고의 레스토랑’ 1위에도 올랐다. 이듬해인 지난해 10월에는 미쉐린 2스타의 영예마저 거머쥐었다. 뿐만 아니다. 지난달 말, 외식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 어워즈(James Beard Awards) 조직위는 오는 5월 30주년 시상식을 앞두고 뉴욕주 베스트 셰프 부문 후보로 아토믹스의 오너 셰프 박정현(36·사진)을 지명했다.
 

문 열자마자 미쉐린 1스타 등극
이듬해 2스타 얻어 핫플레이스로
젊은 셰프들 미국 진출 돕기 앞장
“우리만의 경험 만드는 게 중요”

한국에서 나고 자란 그는 서울의 정식당 그리고 뉴욕의 정식당에서 주방을 이끈 후, 동갑내기 아내 박정은씨와 아토보이(Atoboy)를 2016년 뉴욕에서 열었다. 한국식 반찬을 응용해 요리로 선보이는 캐쥬얼 식당이다.  
 
아토믹스와 아토보이에서 정현씨는 주방을, 정은씨는 레스토랑 서비스 전반을 이끌고 있다. 8년 전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린 다음 날 7000달러를 손에 쥐고 뉴욕에 도착한 신혼부부의 손끝에서 최고의 핫플레이스가 만들어진 셈이다. 잠시 귀국한 박 셰프를 중앙SUNDAY가 만났다.
 

박정현 셰프. 박상문 기자

박정현 셰프. 박상문 기자

평가기관에서 호평이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정말 의미가 크고, 행복하다. 파인다이닝 식당의 소비층은 한정적인데, 아토보이에서 선보인 힙한 아이템을 조금 더 숙성시킨 것이 아토믹스에서 통한 것 같다. 아토믹스는 ‘내일의 한국음식’을 다룬다. 기존의 한국 음식을 바탕으로 북유럽 음식의 아이디어나 중식의 어떤 것, 일식의 느낌 등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맛을 내다 보니, 어렵지 않으면서 고급진 형태를 갖게 된 것 같다.”

 
국내외 유명 식당과 콜라보레이션 진행
 

아토믹스에는 메뉴판이 없다던데.
"코스요리인데, 처음에 건네는 메뉴판은 따로 없고, 대신 개인용 메뉴카드가 있다. 찜·찌개·국 같은 용어를 한국 발음 그대로 쓰고, 상세한 설명을 적었다. ‘국은 스프 같은 것’이라는 식이다.”

 

왜 이런 방식을 사용하나.
"양식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사실 한국의 요리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또, 한 가지 요리만으로는 전반적인 한국의 식문화를 보여주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아토보이에서는 가볍게, 아토믹스에서는 조금 더 진지한 설명을 곁들인다. 아토보이나 아토믹스를 경험한 사람들은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한식을 설명하지 않겠나. 식당의 기물 하나까지 꼼꼼하게 신경쓴 것도 그 때문이다.”

 

아토믹스의 칵테일 메뉴. [사진 다이앤 강]

아토믹스의 칵테일 메뉴. [사진 다이앤 강]

박 셰프는 지난해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로 다른 레스토랑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미쉐린 3스타를 받은 캘리포니아의 싱글쓰레드(Single Thread), 런던의 라일즈(Lyle’s)가 대표적이다. 다른 지역, 다른 나라의 셰프와 손님을 통해 세계 외식 산업의 흐름을 생생하게 느끼기 위해서다.  
 
특히 한국 셰프를 해외에 알리는 데 관심이 많다. 제로컴플렉스의 이충후, 톡톡의 김대천 등 국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셰프들과 ‘코리안 셰프 시리즈’라는 타이틀로 지난 몇 년간 뉴욕 외식시장에 한국 셰프들을 꾸준히 소개해왔다.
 

콜라보레이션을 계속 하는 이유는.
"우리의 음식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만의 경험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단순히 각자 식당의 시그니처 요리를 가져오는 게 아니다. 시그니처 요리는 원래의 공간에서 먹는게 제일 맛있다. 나는 우리와 다른 스토리나 이미지를 가진 식당만의 철학을 알고 싶었고, 그들과 함께 새로운 걸 만들고 싶었다. 이제 고객들은 단순히 메뉴 사진만 보고 여기 가보자 하지 않는다. 그 레스토랑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이 뭐냐고 묻는 시대다.”

 

어떤 레스토랑과의 협업이 기억에 남나.
"덴마크 를래(Relae)와의 이벤트가 제일 재미있었다. 총괄 헤드셰프를 알고 지낸지 오래됐는데, 모바일 메신저로 이야기를 정말 많이 나눴다. 그들의 메뉴 중 가재를 웍에서 볶는 게 있는데, 그들의 엑소 소스 대신 우리의 불고기 소스를 써보았다. 쌈처럼 먹게도 했다. 손님들에게는 맛의 완성도를 넘어 재미있는 경험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코리안 셰프’는 지난해에는 가온, 모수 등과 함께 했다. 올해는 어떤가.
"지금까지 한국에서 요리하는 셰프들과 했다면, 올해는 시카고의 정이나 포틀랜드의 한옥 같이 미국 전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 레스토랑과 해보고 싶다. 해외에 있는 한국 셰프들과도 만나고 싶다. 김선욱 셰프가 이끄는 싱가포르의 메타(Meta)와 얘기중이다. 지난해에는 파리 레스토랑 캠(C.A.M)에서 요리하는 이수 셰프랑도 함께했다. 같이 장보러 가서 재료를 고르고 메뉴도 개발하며 온갖 패셔너블한 것은 다 붙여보았다. 아프리칸 레게 음악을 음식에 맞춰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아토믹스에서 선보이는 요리와 그에 대한 정보를 담은 메뉴카드. [사진 다이앤 강]

아토믹스에서 선보이는 요리와 그에 대한 정보를 담은 메뉴카드. [사진 다이앤 강]

그는 뉴욕에서 ‘한식 인큐베이터’를 자처하고 있다. 한식에 관심을 갖고 한국인이 요리하는 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한국 셰프들이 할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 외식 시장을 경험하고픈 재주있는 젊은이를 지속적으로 뽑아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영주권을 받을 수 있게 후원한다. 현재 4명의 젊은이들이 그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후원하는 이유는.
"식사 공간을 만들어본 사람들은 그 안에서 자체적으로 성장한다. 하나의 생태계는 더 크게 성장한다. 그들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내가 그 꿈에 투자해 아이디어를 구현하게 해줄 수도 있지 않겠나. 우리가 좀 더 성장하면 재단을 만들어 채리티(charity)를 진행할 수도 있겠고. 이런 우리의 미래에 관한 얘기를 직원들과 많이 해왔고, 지금도 많이 하고 있다.”

  
"존재하지 않았던 메뉴 개발하고 싶다”
 

요리 연구나 메뉴 개발도 중요할텐데.
"연구개발(R&D)만 하는 주방을 따로 운영하고 싶다. 요리책 보고 테스트 하는 곳이 아닌,  존재하지 않았던 메뉴를 개발하는 곳 말이다. 다양한 시도를 해보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것들이 있다.”

 

14석 규모의 아토믹스 레스토랑 내부. [사진 다이앤 강]

14석 규모의 아토믹스 레스토랑 내부. [사진 다이앤 강]

일례로 발효는 전세계 셰프들이 한국 음식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는 분야인데, 어떻게 접근하고 있나.
"콩으로 된장을 만들 때 나오는 균을 다른 재료에도 써보는 식이다. 당근을 갈아 익힌 뒤 누룩을 섞고 메주처럼 말려 당근장을 만든 적이 있다. 당근으로 만든 간장이다. 소비자나 식품 기업의 반응이 궁금하다. 우리나라 음식 중 건조 식품에도 관심이 많다. 어떻게 건조해서 사용하는지 공부를 더 하고 싶다.”

 

다음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뉴욕에서 라운지바를 준비하고 있다. 이름이 서울살롱이다. 편하게 모여 다양한 주제를 얘기하는 공간인데, 음식과 술이 있다. 온라인이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오프라인 만남에 대한 두려움이 좀 있는데, 그들을 위한 곳이다. 해외에 가보면 대문호가 술 마시며 작품 쓴 곳이라는 명소가 많지 않나. 이곳이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다. 말도 안 된다며 나눈 얘기들이 나중에 현실이 되는, 아이디어가 들끓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이선민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summer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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