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확진자 1579명인데, 국고 투입 음압병상 10개뿐


[코로나19 비상] 취약한 공공의료 시스템

대구·경북 지역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군 장병들이 28일 경북 경산시 국군대구병원에서 확진자 수용 시설을 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경북 지역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군 장병들이 28일 경북 경산시 국군대구병원에서 확진자 수용 시설을 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국내 전체 확진자 수가 2300명을 넘어선 가운데 환자의 3분의 2가 몰려있는 대구시는 병상 부족으로 인한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1579명(28일 오후 4시 기준)이 나온 대구시가 현재 확보한 병상은 1082개다. 이는 시가 공공·민간의료기관을 통틀어 음압 병상뿐 아니라 일반 병상까지 모두 끌어모은 수치다. 이 중 보건복지부가 국고를 투입해 만든 국가지정 음압 병상은 10개뿐이다.  
 

공공의료 시설 비율 OECD 51.8%
한국은 5.8%로 여전히 꼴찌 머물러

공중보건의 육성, 공공병원 건립 등
메르스 겪고도 바뀐 것 하나 없어
비상시 공공·민간 네트워크도 필요

지난 25일 확진자 수가 1000명에 육박하자 이성구 대구의사회장은 “확진 환자들이 병실이 없어 입원 치료 대신 자가 격리를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제때 입원 치료 한 번 받지 못해 ‘골든타임’을 놓치는 환자가 다수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 27일 13번째 사망자는 병상 부족으로 대구 자택에서 입원을 기다리다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나타나 병원으로 급히 옮기던 중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음압 병상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그 이후에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다.
 
대구시는 병상 확보를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집에서 입원 대기 중인 환자는 680명(28일 오전 기준)이나 된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대구시의회는 이날 대정부 호소문을 발표했다. 배지숙 대구시의회의장은 “지난주부터 정부에 추가 병상 확보를 수차례 호소했고, 보건복지부 장관은 1만여 병상을 준비했다고 했음에도 대구지역 확진자 입원 병상은 확보되지 못했다”며 특단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 음압병상 보유 현황.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전국 음압병상 보유 현황.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확진자 65명이 나온 부산시의 상황도 비슷하다. 시 관계자는 26일 “민간의 가용 음압 병상이 18개 정도밖에 되지 않아 여력이 별로 없다”며 “확진자가 늘어날 경우에 대비해 부산대병원과 동아대 병원의 병상 중 일부를 비워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음압 병상 부족 문제는 한국의 공공의료 시설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지난해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국가지정 입원치료 병상 운영과 관리지침’에 따르면 국내 공공 의료기관이 운영하는 국가지정 음압 병상은 모두 198개다. 이 중 87개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민간 의료기관의 음압 병상은 879개로 국가지정 병상보다는 많지만, 대부분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평상시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실정이다. 대한병원협회가 지난해 전국 종합병원 20여 곳을 대상으로 음압격리병실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음압 격리병실 가동률은 평균 49%에 그쳤다. 이 중에는 연간 가동률 2.3%에 불과한 병원도 있었다.
 
공공병원의 수 자체도 국제 기준에 턱없이 모자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12월 기준 국내 공공보건 의료기관의 비율은 5.8%(224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1.8%에 가장 못 미친다. 이마저도 노인전문병원·요양원·보훈병원·정신병원 등 특수 목적 치료를 위한 병원을 포함한 수치다.
 
그동안 공공 의료기관 확대나 지원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5년 노무현 정부는 ‘공공보건 의료 확충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2009년까지 공공 의료기관을 30% 확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메르스 사태 직후인 2016년에는 정부가 ‘제1차 공공보건 의료계획’을 통해 공중보건 의료진을 전문으로 육성하는 ‘공공 의과대학’ 설립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어 2018년에는 ‘공공보건 의료발전 종합대책’을 내놓고 의료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공공병원 건립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번번이 흐지부지됐다. 공공 의과대학 설립의 경우 정책 실효성 논란이, 공공병원은 ‘만성적자’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희영 분당서울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공공 의료시스템 개선 목소리가 높았지만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며 “방역 현장의 최전선인 보건소 역량조차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공공 의료기관의 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상시 공공과 민간 사이의 탄탄한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영준 한국역학회 총무이사는 “전국의 의료 인력이 비상시 대응할 수 있는 시나리오 마련과 그에 따른 체계적 훈련이 필요하다”며 “원활한 의료 행정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평소 (민간과 공공) 의료기관 간 소통과 교류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나윤 기자, 김여진 인턴기자 kim.na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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