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운 대여하고, 조명·반사판 챙기고’…코로나 여파에 ‘셀프 졸업식’ 열풍 – 조선닷컴


입력 2020.02.29 13:30


‘우한 코로나’에 졸업식 취소… “우리끼리” 셀프졸업식
“일생에 한 번인데”텅 빈 캠퍼스에서 졸업 사진 촬영
가운 대여 업체는 ‘활기’… 평소보다 주문 2배 늘어

“하나, 둘, 셋(찰칵), 좋아~, 이번에 이쪽 봐봐, 포즈 좋다.”

지난 26일 오후 광주광역시 조선대 대운동장. 검정색 졸업 가운과 학사모를 쓴 여학생 한 명이 텅 빈 캠퍼스에서 포즈를 취하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전날(25일) 졸업식이 열려야 했지만, ‘우한 코로나(코로나 19)’ 확산에 행사가 취소됐다. 아쉬움도 잠시, 졸업생 이혜린(23)씨는 이날 학교에서 혼자만의 ‘셀프 졸업식’을 열었다.

전문가급의 사진촬영을 위해 이씨의 친구들은 고급형 렌즈교환식(DSLR) 카메라와 스튜디오 조명, 반사판까지 준비해왔다. 심지어 얼굴의 명암과 윤곽을 더 살려 입체감을 풍부하게 만드는 ‘프로필 사진 고수의 장비’로 불리는 측광 조명까지 등장했다. 이씨는 “평생 한 번 밖에 없는 대학 졸업식인데, 행사가 취소돼 아쉬웠다”며 “조촐하게 추억을 남기고 싶어서, 몇몇 친구들과 품앗이처럼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셀프 졸업식을 선택했다”고 했다.








지난 26일 오후 광주광역시 조선대학교에서 이혜린(23)씨와 대학 친구들이 직접 준비해 온 조명과 카메라를 활용해 '셀프' 졸업사진을 찍고 있다. /독자제공
지난 26일 오후 광주광역시 조선대학교에서 이혜린(23)씨와 대학 친구들이 직접 준비해 온 조명과 카메라를 활용해 ‘셀프’ 졸업사진을 찍고 있다. /독자제공

전국 대부분 대학에서 우한 코로나 확산으로 졸업식을 잇달아 취소했지만, 이를 아쉬워하는 졸업생들이 셀프 졸업식이 이어지고 있다. 텅 빈 학교 운동장에서 조명을 설치해 졸업사진을 찍거나, 직접 가운과 학사모를 빌려 작은 졸업식을 여는 식이다. 일부 학생들은 사진관을 빌려, 친한 친구들과 졸업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졸업식 취소로 울상이던 졸업 가운 대여업체나 사진관들도 예상치 못한 ‘호황’에 활기를 띠고 있다.

◇친구, 가족이 열어주는 ‘셀프 졸업식’
전남 국립순천대 졸업생인 김혜은(24)씨와 김도은(24)씨도 지난 24일 캠퍼스에서 셀프 졸업식을 가졌다. 이들은 “당초 25일로 예정됐던 졸업식 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계획이었지만, 갑작스럽게 졸업식이 취소되면서 모두 무산됐다”며 “뒤늦게라도 친구들과 함께 작은 졸업식을 열고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고 했다. 이날 두사람은 각자 준비해 온 튤립꽃과 장미꽃을 서로에게 선물했다. 또 카페에 앉아 서로 1시간 동안 졸업 축하 편지를 쓰면서 4년간 쌓아온 추억을 나누기도 했다.

가족이 직접 졸업식을 열어주기도 했다. 대구에 거주하는 허모(55)씨는 안동의 한 대학을 졸업하는 딸(23)을 위해 자신이 운영하는 조경학원에서 지난 21일 셀프 졸업식을 열었다. 딸의 졸업식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듣고, 허씨가 아내 손모(52)씨와 함께 학원 강의실 옆 빈 공간을 졸업식장으로 마련한 것이다. 허씨는 미리 학교에서 받아온 졸업장을 딸에게 수여한 뒤, “그동안 고생했다”며 안아줬다. 그는 “비록 단출하고 소박한 졸업식이지만, 부모로서 딸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어 우리만의 졸업식을 준비하게 됐다”고 했다.








박진아(24)씨는 지난 25일 오후 서울시 성북구의 한 사진 스튜디오에서 대학 동기 11명과 함께 졸업 기념 사진을 찍었다. /독자제공
박진아(24)씨는 지난 25일 오후 서울시 성북구의 한 사진 스튜디오에서 대학 동기 11명과 함께 졸업 기념 사진을 찍었다. /독자제공

서울의 한 간호대학을 다니는 박진아(24)씨는 아예 대학 동기 11명과 함께 ‘사진 스튜디오’를 빌렸다. 셀프 졸업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박씨는 “간호대학과 의대는 자체 졸업식을 통해 나이팅게일 선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는데 식이 취소돼서 아쉬워하는 동기들이 많았다”며 “그래도 우리끼리 모여 함께 사진도 찍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직업인이 되는 마음가짐도 다잡고 졸업 기분도 낼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졸업생 학우들이 애매한 8월 졸업보다 1년을 마무리하는 2월 졸업을 선호한다”며 “어떻게든 예정대로 2월 졸업식을 진행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가족이 직장에 이미 휴가를 낸 경우 등 일정 조정이 어려운 학생들은 외부에서 졸업가운을 빌려서라도 사진을 찍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서울의 주요 대학들도 졸업식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면서, 셀프 졸업식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학사모와 가운을 무료로 빌려줬다. 특히 서울대는 졸업식은 열리지 않지만, 졸업식 느낌이 들 수 있도록 최초로 ‘셀프 사진촬영대’를 마련해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다만 지난 24일 우한코로나 위기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되면서 사진촬영대는 철거됐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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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취소됐는데 오히려 졸업 가운 찾는 손님 늘어”
대학들의 연이은 졸업식 취소로 울상이었던 가운 대여 업체는 갑작스러운 주문에 활기를 띠었다. 서대문구 근처에서 가운 대여 업체 ‘춘추사’를 운영하는 최우철(41)씨는 “졸업식이 취소돼 이번 장사는 끝났다고 생각했다”며 “셀프 졸업식을 하겠다는 손님들이 늘면서 하루에만 100명 이상이 가운 대여를 문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고려대 같은 경우 대여 건수가 이달들어 2배 이상 늘었다”며 “가운을 빌릴 수 없어 학생들의 아쉬움이 컸는데, 대여를 통해 일부 해소됐다고 전해 들어 뿌듯하다”고 했다.

강원도의 한 인터넷 가운대여 업체도 “졸업식이 취소된 대학교의 단과대학, 과 차원에서 연락이 오고 있다”며 “코로나 이전에도 취업, 학교와의 거리 등 이유로 졸업식에 참여하기 어려웠던 학생들이 가운을 대여했다. 하지만 올해 2월에는 전년 대비 2배 많은 고객이 가운을 대여했다”고 설명했다.








한 파티소품 업체가 가정에서 졸업식 분위기를 내면서 축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품으로 '학사모 머리띠'를 판매하고 있다. /업체 사이트 캡쳐
한 파티소품 업체가 가정에서 졸업식 분위기를 내면서 축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품으로 ‘학사모 머리띠’를 판매하고 있다. /업체 사이트 캡쳐

셀프 졸업식을 위해 ‘학사모 머리띠’를 제작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한 파티 소품 업체는 펠트지로 만든 학사모 모자가 부착된 셀프 졸업식 머리띠를 신상품으로 내놓았다. 머리띠를 제작한 박현진(40)씨는 “코로나로 인해 졸업식이 취소되는 상황에서 졸업생들이 가정에서 안전하게 졸업을 기념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머리띠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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