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 마비 前에 병상 확대 의료진 총동원 체제 준비해야 한다 – 조선닷컴


입력 2020.02.25 03:26


대구 일대 의료 시스템이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다. 의사·간호사들이 헌신하고 있지만 물자·인력 부족과 의료진 격리 사태 속출로 의료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24일 현재 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7명 가운데 4명이 격리됐고 대구가톨릭대병원도 의료진 8명 확진, 60명은 자가 격리됐다. 지난 19일엔 대구 지역 상급병원 4곳이 동시에 일시 폐쇄돼 코로나보다 더 급한 중증 환자들이 치료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 우한에서 환자가 3만5000명, 사망자가 2000명이나 나온 것은 의료 시설과 의료 인력 절대 부족으로 환자들이 진료받지 못하고 대거 방치됐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밀려난 감염자들은 집에 머무르며 가족들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리게 된다. 병원에 입원했다 하더라도 진료 시스템이 붕괴되면 병원은 질병 확산의 진원지가 된다.

문제는 코로나가 다른 도시들로 크게 퍼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24일 부산에서만 2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환자가 38명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대구 중심의 현재 확산 추세가 ‘2차 정점’이며, 여기서 둑이 다시 터져 ‘3차 대량 확산’으로 이어지면 수천명 단위 환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우한 코로나는 경험해보지 못한 특성을 보인다. 잠복기가 38일이나 되는 환자가 나왔고, 퇴원한 환자가 다시 양성 반응을 보이고, 코·목 검사는 음성인데 분변에선 양성으로 나오고, 무증상 상태에서도 전염이 입증됐고, 공기 전염 가능성도 있다. 미국에선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스보다 사람 세포에 20배 더 잘 달라붙는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과거 경험 지식으로 대응했다가는 큰 실패에 직면할 수 있다.

우리는 인구밀도가 높고 전국이 일일 생활권이다. 도시 간 왕래가 어느 나라보다 활발하다. 중국에서도 우한 봉쇄 이전 춘제(설)를 앞두고 500만명이 도시를 빠져나가 전국을 감염시켰다. 대구·경북 방역에 집중하는 것 못지않게 코로나가 다른 도시들로 크게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기 대응을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끌어올린 만큼 방역 당국이 불필요한 사람 이동을 억제하고 집단 행사는 당분간 막아야 한다.

확진자가 방문한 국회가 일시 폐쇄됐다. 격리된 군인이 8000명을 넘었다. 재판이 멈췄다. 경찰·검찰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가의 기본 기능이 마비될 위험이 있다. 그 최악의 상황으로 가기 전에 막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중국을 거친 외국인 입국을 차단하고 국민의 이동을 최소화해야 한다. 다른 도시들도 코로나가 덮친 다음 허둥지둥해서는 의료 시설, 물자, 인력 확보가 불가능할 수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다수 확진자가 나올 경우 분리 치료할 수 있는 권역별 거점병원을 지정해두는 일이다. 그래야 기존 환자들을 일시에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코로나 격리 치료에 집중할 수 있다. 그에 따른 진료 인력 확보 체제도 갖춰야 한다. 우한은 야전병원을 13곳 지었다. 미국은 공군 비행장 등에 환자 수용 시설을 확보했다. 우리도 이런 감염병 대비 시설들을 준비해둬야 한다. 몇천억, 몇조원씩 쓰는 매표용 포퓰리즘보다 훨씬 값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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