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조스 폰 해킹 의혹 빈살만, 존슨·쿠슈너 폰도 엿봤나 – 조선닷컴


입력 2020.01.24 03:00

거물들과 개인 연락처 교환한 뒤 메신저 앱 ‘와츠앱’으로 대화… 유엔, 美 당국에 수사 공식 요구
카슈끄지 사건 1년 3개월 만에 해킹 게이트로 전세계에 충격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34) 왕세자가 해외 거물의 스마트폰을 해킹했을 수 있다는 스캔들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미국 신문 워싱턴포스트를 소유한 제프 베이조스(56) 아마존 최고경영자뿐만 아니라, 주요국의 정·재계 거물이 피해자일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빈살만은 지난 2018년 10월 사우디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참혹하게 살해한 배후로 의심받아 세계를 경악시켰는데, 불과 1년 3개월 만에 ‘해킹 게이트’라는 또 다른 폭탄을 세계에 던진 셈이다. 각국 언론은 빈살만과 그가 이끄는 사우디 왕국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1일 첫 피해자로 지목된 게 베이조스다. 베이조스는 자신의 불륜과 관련한 정보를 유출한 사람을 찾기 위해 스마트폰의 디지털 분석을 의뢰했다가, 빈살만 왕세자가 자신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속 동영상 파일에 해킹용 악성 코드가 숨겨져 있던 사실을 알아냈다. 이어 영국 가디언은 22일 “빈살만과 연락처를 교환한 적이 있는 각국 정치인과 정상급 기업가들의 스마트폰도 해킹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유엔은 이날 이 해킹 게이트를 수사해달라고 미국 당국에 공식 요구했다.








빈살만, 존슨, 펜스, 쿠슈너, 게이츠.
빈살만, 존슨, 펜스, 쿠슈너, 게이츠.

해킹 피해를 봤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명단만 봐도 현란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39) 백악관 선임고문, 마이크 펜스(60) 미 부통령, 영국의 보리스 존슨(55) 총리, 그리고 미 마이크로소프트사 설립자인 빌 게이츠(64) 고문의 이름이 나왔다. 모두 빈살만 왕세자와 개인 연락처를 주고받은 사이로, 이 중 상당수가 메신저 앱 ‘와츠앱’을 통해 해킹을 당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중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은 쿠슈너 백악관 고문이다. CNN은 22일 “쿠슈너는 기존에도 메신저 앱 ‘와츠앱’으로 각국 정상과 문자 메시지로 자주 대화하며, 국가 기밀도 와츠앱으로 주고받아 보안 우려가 컸던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쿠슈너는 빈살만과 매우 가까운 친구 사이다. 트럼프 정부가 세계 여론의 비난에도 빈살만의 카슈끄지 살해 파문을 감싸준 건 그의 바람막이가 백악관의 실세 쿠슈너였기 때문이다. 빈살만이 부동산 사업을 하는 쿠슈너 일가의 뒤를 많이 봐줬다는 말도 나왔다. 그런 쿠슈너도 빈살만이 해킹으로 감시해왔다면 큰 파문이 예상된다. 미국의 탐사 전문지 인터셉트에 따르면 빈살만은 측근들에게 “(쿠슈너는) 내 손바닥 위에 있다”고 자주 이야기해 왔다.

존슨 영국 총리도 빈살만 왕세자와 와츠앱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라고 한다. 존슨의 한 측근은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빈살만 왕세자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로 좋아하기 때문에,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와츠앱으로 이야기해야 한다”며 “축구 경기부터 국가 경제까지 존슨과 빈살만이 대부분의 대화를 메신저로 주고받고 있다”고 했다.

빈살만은 어떻게 이런 거물들과 사사로운 메신저로 소통해온 걸까. 그는 2018년 초 왕세자 책봉 후 가진 첫 해외 순방에서 각국 정·재계 최고위 인사들과 만났다. 한화 1240조원을 소유하고 개혁을 표방한 젊은 왕세자가 거대한 오일 머니를 투자금으로 들고 다니자 세계 거물들이 몰려들었다. 빈살만은 특히 미국에만 3주간 머물렀는데, 베이조스와 게이츠 등 실리콘밸리의 거물들을 만났다. 당시 빈살만이 워싱턴에서 회동한 정·관계 주요 인사도 50명에 달한다.

빈살만은 지난해 6월 한국도 방문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만났다.

빈살만은 그간 여성의 운전과 영화 관람을 허용하는 등 개혁을 전면에 내거는 한편 석유 의존 경제를 탈피하겠다고 선언하고 외자 유치전을 뛰었다. 그러나 연이은 추문으로 사우디에 대한 투자는 다시 위축될 전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3일 “이번 사건으로 사우디에 투자하려던 기업가들은 망설일 수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 가디언도 “이번 해킹 사건으로 서방 세력과 사우디 왕실 간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며 “뉴 사우디(New Saudi)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이날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왕자는 로이터통신에 “사우디 왕세자가 베이조스의 휴대전화를 해킹했다는 발상 자체가 완전한 엉터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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