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초유의 도시 봉쇄… 우한 교통 다 끊었다 – 조선닷컴


입력 2020.01.24 03:00

[중국 폐렴 진원지를 가다]
기차역 막아선 이중 펜스… 시민들 “일주일? 한달? 언제 풀리겠나”

우한공항 항공편 300편 모두 취소… 대중교통도 끊겨, 도로엔 경찰차만
춘제로 이미 200만명 빠져나가 “너무 늦은 조치” 실효성 의문도








박수찬 특파원
우한=박수찬 특파원

중국 중부 도시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가 확산하면서 중국 정부가 23일 인구 1100만명 우한에 대해 사실상 봉쇄령을 내렸다. 우한시 방역지휘본부는 “23일 오전 10시부터 우한 시내 모든 버스, 지하철, 장거리 버스 노선의 운영을 중단한다”며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경우 공항이나 열차를 이용해 우한을 떠날 수 없다”고 했다. 시행 7시간여 전인 이날 새벽 2시 20분, 관영 매체를 통해 전격 발표됐다.

이날 오전 9시 우한시 칭녠루(靑年路) 버스터미널을 찾았다. 매일 장거리 버스 115편이 출발하는 곳이다. 24일부터 이어지는 춘제(春節·중국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고향에 가려는 사람들과 이들을 말리는 터미널 직원, 경찰이 뒤섞여 있었다.

장모(45)씨가 조카에게 줄 장난감 기관총을 들고 터미널로 들어가려 하자 터미널 직원이 막아섰다. 직원은 “오전 10시 이전에 출발하는 버스표가 없으면 못 들어간다”고 했다. 장씨는 터미널에서 표를 살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는 “난 열(熱) 안 난다. 갑자기 이러는 게 어딨느냐”고 했지만 주변에 있던 경찰이 장씨를 돌려세웠다. 터미널 직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오늘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모두 취소됐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시내 지하철·버스도 중단됩니다.”

중국 정부가 전염병 때문에 대도시 전체를 봉쇄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베이징(147명)을 비롯해 중국에서 사망자 284명을 낸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도 공항과 지하철은 정상 운행됐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이날 “중국 내 도시에서 우한으로 들어가는 모든 여객 교통편 운영을 중단한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3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우한 폐렴에 대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할지를 두고 긴급회의에 돌입했다.








“고향 못간다니…” 짐 싸들고 나온 귀성객들 발동동 - 23일 잠정 폐쇄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 한커우 기차역의 광장을 시민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철제 펜스를 이중으로 쳐 놓은 직원과 역을 찾은 시민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고향 못간다니…” 짐 싸들고 나온 귀성객들 발동동 – 23일 잠정 폐쇄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 한커우 기차역의 광장을 시민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철제 펜스를 이중으로 쳐 놓은 직원과 역을 찾은 시민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박수찬 특파원

23일 칭녠루 터미널을 비롯한 우한 시내 13개 터미널은 버스 4000편의 운행을 취소했다. 하루 평균 13만명이 이용하는 한커우(漢口) 기차역은 입구에 이중 철제 펜스가 설치돼 임시 폐쇄됐다. 언론을 통해 봉쇄 소식을 들었지만 기차역에는 수백 명이 나와 있었다. 항의하는 시민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한숨을 쉬며 발길을 돌렸다. 중국 8대 허브 공항인 우한 톈허국제공항은 이날만 300편 가까운 우한발(發) 항공편을 취소했다. 비행기를 못 탄 승객을 이송하는 데 버스 100대가 동원됐다.

열이 안 나는 사람은 개인 차량을 이용해 우한을 빠져나갈 수 있지만 이날 오후 우한에서 나가는 고속도로 진출로 모두가 폐쇄됐다. 일반 도로는 개방된 상태지만 언제 폐쇄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시내버스 운행이 중단된 우한 시내 도로에는 사이렌을 울리는 경찰차와 약품을 뿌리는 소독차만 오갔다.

대형 호텔들도 기존 투숙객 이외에는 추가 손님도 받지 않았다.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해 호텔 뷔페식당 운영도 중단했다. 춘제 귀향객을 상대로 장사하던 한커우역 주변 식당·편의점·호텔 상당수도 문을 닫았다. 한 쓰촨 요리 식당은 “춘제 때 영업한다”고 광고문을 붙여놨지만 문을 닫은 상태였다. 이날 늦게 우한 인근 도시 황강시와 어저우시에도 대중교통 운행을 중단하는 폐쇄령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인터넷에는 이날 “우한 시민 힘내라”는 글도 있었지만 “너무 늦은 조치”라고 지적하는 글도 많았다. 작년 12월 31일 처음 우한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이 확산하고 있다는 게 알려졌지만 정부의 정보 공개·초기 대응이 부족했고 문제가 커지자 춘제 직전에 뒤늦게 초강수를 뒀다는 것이다. 이번 춘제 연휴 기간 중 우한을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됐던 500만명 가운데 이미 200만명 이상이 나갔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도 있다.

23일 낮 12시 현재 중국 내 643명이 우한 폐렴에 걸려 이 중 17명이 숨졌다고 중국 당국은 밝혔다. 사망자는 60대 이상이 15명으로 고령층에 집중됐다. 중국 31개 성·시 가운데 서부를 제외한 26개 성·시로 퍼졌다. 외교부는 이날 우한 지역에 대해 4단계 여행경보(유의·자제·철수 권고·금지) 가운데 2단계인 여행 자제령을 내렸다. 우한에는 유학생을 비롯해 한국 교민 10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대중교통 운행 재개 시점은 “추후 공지한다”고 밝히면서 발이 묶인 귀향객, 우한 시민들은 봉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우려했다. 한커우 기차역 앞에서 만난 20대 치우모씨는 6세 조카와 톈진으로 가지 못하자 기자에게 “일주일이 될지 한 달이 될지 모르니 큰일”이라고 했다. 중국 매체 21세기경제보도는 22일 독일 괴팅겐대학 위샤오화 교수를 인용해 우한 폐렴이 3월 초 절정을 이루고 5월 초가 돼야 소멸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초·중·고가 춘제 연휴가 끝난 2월 초 개학해 환자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방역 당국은 “이론일 뿐”이라고 했다.

이날 중국 관영 CCTV는 온종일 춘제를 앞둔 흥겨운 분위기를 소개했다. 한커우역 주변 건물에는 중국공산당 우한시 장한(江漢)구 위원회가 23일 우한 시민에게 보내는 글이 붙어 있었다. “나가지 말고, 여행 가지 말고, 회식하지 말고, 모임 하지 맙시다. 음성 메시지와 동영상 메시지로 서로 축복합시다. 모두 즐거운 춘제 되세요.”

Read Previous

WHO ‘우한 폐렴, 아직 비상사태 아냐’

Read Next

규칙부 “총회임원회 해석 반영” – 기독신문

Don`t copy text!